제2연평해전 참전용사 권기형씨가 지난 26일 현역 때 입던 정복 차림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며 '럭키칠곡' 포즈를 취하고 있다.[칠곡군 제공]
[헤럴드경제(칠곡)=김병진 기자]"비록 북한군의 불법 도발로 제 손은 으스러졌지만 영광의 상처를 간직한 왼손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제2연평해전 참전용사 권기형(43)씨가 북한군 포탄에 관통 당해 으깨진 왼손으로 '숫자 7'을 그렸다.
27일 경북 칠곡군에 따르면 권씨는 전날 제2연평해전(6월29일) 22주년을 사흘 앞두고 칠곡호국평화기념관을 찾아 현역 시절 정복 차림으로 '럭키칠곡 포즈'를 취했다.
권씨가 숫자 7을 그린 이유는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돼 더 이상 자신처럼 안타까운 희생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럭키칠곡 포즈는 왼손 엄지와 검지를 펴 검지가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으로, 6.25 최대 격전지인 칠곡군의 첫 글자 칠과 발음이 같은 숫자 7을 그려 '평화를 가져다준 행운의 칠곡'을 의미한다.
칠곡 군민을 중심으로 기념 촬영을 할 때 럭키 칠곡 포즈를 취하며 행운과 건강은 물론 평화와 번영을 기원하고 있다.
칠곡 지역 한 방산업체에서 근무 중인 그는 제2연평해전 당시 북한 함정의 기관 포탄에 왼손 손가락이 잘렸다.
총탄으로 으스러진 손마디의 뼈는 엉덩뼈를 이식하고 손목의 살로 복원했지만 손가락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
지금도 진통제가 없으면 통증으로 잠을 이루기 어려운 상태다.
그는 이날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고통 가득한 왼손으로 어렵게 숫자 7 모양을 그려냈다.
권기형 씨는 "제2연평해전 기념일이 다가오면 내 왼손의 상처가 더욱 아려온다. 앞으로 누군가의 손이 나처럼 고통받지 않도록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직도 많은 분이 외상보다 더 큰 마음속에 상처를 갖고 있지만 긍지와 자부심 하나로 살고 있다"며 "대한민국을 위한 희생과 헌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권기형씨 손의 상흔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짙어지지만 우리 기억 속 그의 상처는 점점 옅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영광의 상처가 기억될 수 있도록 일상의 보훈 문화 확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kbj7653@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