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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울릉도의 대변신 -14- 육지에서 소주 사서 들고 오던 관광객이 사라진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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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표 울사모편집장, 에세이스트


지난
315일 울릉농협이 남양리에 새로운 건물을 완공하고 하나로마트 개점행사를 했다는 소식이다.

언뜻 보아도 육지의 어느 곳과 다를 바 없는 멋진 건물에 매장면적도 꽤 넉넉해 보인다. 50평 가까운 148라고 한다.

주민들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현대식 시설이 들어설 수 있었던 것은 조합장을 비롯한 많은 당사자들의 노력이 뒷받침되었음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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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농협 하나로마트 남양점 신축건물과 당일 오픈한 매장 안 모습



남양리와 남서리의 인구를 합쳐봐야 구백 여 명도 되지 않는 곳에 1층에는 이렇게 훌륭한 매장을 갖추고 2층에 농협 남양지점 사무실 그리고 3층에는 회의실까지 갖추게 되었으니 남양리의 농협회원과 주민들에게는 꿈같은 복덩어리가 굴러들어온 셈이어서 모두들 크게 기뻐할 것 같다.

게다가 노인들을 위해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했다니 상상이라도 해볼 수 있었던 일인가?

내가 청년이었던 시절에는 도동리의 농협 매장에는 부지갱이 같은 산나물 몇 종류를 판매하던 것이 고작이었는데 이렇게 작은 마을에 육지와 견주어도 꿀릴 것 없는 건물이 들어서고 진열상품 또한 조금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오랜 세월 질 좋은 생필품을 제 때에 손에 넣지 못하고 섬에 산다는 것이 마치 죄인이 된 양 온갖 설움에 울분을 새겨왔던 변두리 지역 주민들의 숙원을 일거에 풀어주게 된 셈이다.

관광객 4십만 명을 넘어 100만 관광객 목표를 두고 있는 작금이고 보면 주민생활의 편의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 유통업체의 빠른 증가는 어쩜 당연한 것으로 보인다. 1990년 초 썬플라워호가 다니던 시절 모처럼 고향에 오게 되어 감회 깊은 설렘으로 도동항 부두에 발을 내딛는 순간 어느 관광객이 소주 한 박스를 어깨에 메고 일행들과 함께 하선하고 있었다.

울릉도에는 소주가 아예 없거나 아니면 너무 비싸서 사먹을 수 없기라도 하다는 듯 그의 당당한 모습에 난 민망하기도 했거니와 씁쓸한 마음이 쉬 떠나지 않았었다
.

울릉도에는 물가가 비싸니 소주는 꼭 사가지고 들어 가야한다고 누가 귀띔을 해주었을까? 어떻게 이런 소문이 돌았기에 그 무거운 소주병을 상자채로 들고 장시간의 멀미를 마다않고 소주병을 지키며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그랬다.

당시만 해도 울릉군 홈페이지에는 비싼 물가와 바가지요금으로 관광객들의 쓴 소리가 게시판을 도배하다시피 하던 때가 있었다
. 이랬던 울릉도가 정말 스마트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CU마트 직원의 말에 따르면 소주가격은 육지보다 울릉도가 오히려 더 싸다고 한다.

1973년 울릉도에 하나로마트가 처음 개설된 이래 이번 남양점이 새로 오픈됨에 따라 도동점, 저동점, 현포점, 태하점 등 모두 다섯 개 점포가 운영되고 있다. 남양점 가까이에 있는 태하점의 무용론도 거론되었으나 원주민들의 뜻에 따라 존속하기로 했다고 한다. 흑자를 낼 수 있는 묘안이 필요해 보인다.

하나로마트가 주로 나이 든 원주민이 이용하는데 비해 젊은이들과 관광객은 편의점을 더 즐겨하고 있어 그 수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 CU편의점이 2010년대 초 1호점이 오픈된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일곱 개의 점포가 있었으나 최근에 신규점포 세 개가 더 늘어 이제는 열개나 된다고 한다.

도동에 도동점과 도동중앙점이, 저동에 2호점과 저동항점이 그리고 천부점, 현포점, 사동점 등이 있으나 최근 공항점, 남양점 그리고 사동3리에 또 하나의 사동점이 오픈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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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울릉2호점과 GS25울릉저동점


울릉군의 인구는 수 년 째 정체되어있는데 비해 편의점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관광객의 영향이 클 것이다. 단순히 생필품을 구입하는데 그치지 않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 형식의 운영을 하거나 택배서비스를 하는 등 육지의 편의점 수준으로 서비스의 고급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하다.

2
년 전 내가 들렀던 CU사동점과 저동점은 매장의 규모와 물품 그리고 가격이 매우 저렴한 느낌을 받았다.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고 캔 맥주 값이 우리 동네보다 오히려 싼 느낌이었다.

GS25도 두 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택배비를 반액에 서비스한다는 공고까지 나붙었다. 도서지방은 도선료라는 명목의 택배비가 기본 택배비에 추가되는데 이를 반액으로 제주도와 울릉도 그리고 백령도에까지 확대한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 외에 다른 유명 편의점은 없으나 개인가게가 있어 예나 지금이나 XX상회라는 이름으로 된 낡은 가게의 상점도 여전하다. 태하리의 오복상회나 도동리의 경주상회 같은 것 들이 그것이다.

육지의 재래시장 활성화 문제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듯이 원주민이 운영하는 가게의 향방도 문제로 대두될 듯하다. 울릉도에서는 아직도 작은 가게들이 존속하고 있는데 이들이 살아가야할 길도 모색해야할 것 같다.

이들 전통적인 소규모 가게들이 유명 편의점이나 하나로마트와 경쟁이 가능하겠는가? 육지에서는 가게 속의 가게, 즉 숍인숍(shop in shop)형태의 멀티숍을 운영하여 위기를 타개하고 있다. 일반 가게가 생필품 판매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짐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하는 방식으로 어려움을 타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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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하리의 오복상회와 도동 경주상회(블로그에서)


내가 초등학교 시절의 울릉도는 물류 중심이 도동리였다. 육지에서 들어오는 배들이 정박하여 화물을 싣고 내리는 곳도 도동항이 유일했고 행정기관 모두가 모인 곳 또한 도동이어서 상업이 자연스레 활발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처럼 섬 일주가 가능한 포장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험준한 깔딱고개를 걸어서 넘어야 하는 운명이어서 가벼운 봇짐 정도를 들거나 메고 다녔을 뿐 대부분의 화물은 발동선으로 서면과 북면으로 운송되었다.

도동리는 앞 골목과 뒷골목으로 도로가 양분 되어있는데 대부분의 상점은 앞 골목에 있었다. 지금의 읍사무소에서 부두 쪽으로 내려가면 고만고만한 가게들이 서로 마주한 채 나란히 하고 있었다.

신발가게
, 정육점, 약국, 양복점, 소주공장, 포목점, 빵집, 이발소, 문방구점, 철물점, 과자점, 양조장, 아이스케키점, 어구점 등 울릉도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이곳에서 물건을 사야만 했다.

도동리의 뒷골목에는 두부 만드는 집이 있어 내가 어머니 심부름으로 자주 두부를 사러 간 적이 있었고 경찰서 밑에 포항집이라 불리던 작은 가게에서 이등병에서부터 육군대장까지 종이에 인쇄된 장군놀이용 딱지와 양철로 된 장난감 칼도 사곤 했었다. 내 친구 김태윤의 부모가 운영하던 작은 가게에서 연못과 금붕어가 칼라로 그려진 공책을 샀던 기억이 새롭다.

앞 골목에는 초등학교 친구 부모가 운영하던 서울집이라 불리던 문방구가 있었고 센베이과자와 눈깔사탕을 사러 양조장 앞의 과자가게도 자주 들락거렸던 것 같다.

호민이빵집이라 불리던 빵집이 있어 이곳에서 지금의 호빵과 같이 새하얀 빵을 구워내고 젠자이라고 불렀던 단팥죽의 새알심 굽는 것을 보는 것도 흥미로운 볼거리이면서 최고로 맛난 빵이었다.

이제 모든 것들이 바뀌고 있다. 먹거리에 꼭 필요한 쌀과 밀가루 등 재료를 들여와 만들던 술과 과자와 빵, 그리고 학용품, 아이스크림, 기타 생필품 등은 이제 하나로마트와 편의점으로 그 역할이 바뀌면서 울릉군민에게는 값싸고 질 좋은 제품들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CUGS25 편의점은 젊은 층이나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는 원주민이 필요로 하는 생필품 위주로 구매패턴도 서서히 변하고 있는 듯하다. 기존의 토종가게들은 어떻게 변화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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