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이 만발한 울릉도 대표 관광지 관음도에서 바라본 울릉군의 본섬(울릉군 제공)
[헤럴드 대구경북=김성권 기자]지금 울릉도에는 울릉군의 군화(郡花)인 동백 (冬柏)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고즈넉한 울릉의 겨울 바다와 기암괴석 등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내고 있는 하얀 설원 속에 동백의 붉은 꽃과 청록색 잎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면서 강렬한 인상을 풍긴다.
동백은 기다림과 겸손함, 그리고 아름다움과 고결한 사랑의 꽃말을 지니고 있다. 섬마을 처녀의 순정처럼 꽃잎은 선홍빛으로 꽃이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도 아름답지만 하얀 눈 위에 낙화로 뚝뚝 떨어져도 장엄한 연출을 자아낸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곳, 울릉도에서 가장 강한 해풍를 맞으면서 관광객들부터 사랑을 받으며 묵묵히 그 자리에 있는 관음도는 오늘도 빨간 동백꽃을 이불삼아 덮고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나무에서 한 번, 땅 위에서 또 한 번, 그렇게 두 번 피어난다는 동백꽃.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또다시 피어나 세 번을 꽃피운단다.
울릉군의 군화인 동백꽃과 군목인 후박나무가 관음도에 빽빽히 서있다,(울릉군 제공)
꽃이 한 번 피고 지기도 힘든데 세 번이라니 믿기지 않았다.
대부분 꽃이 꽃잎이 하나하나 떨어져 지는 것과 다르게 동백은 꽃잎이 온전한 그대로 한 송이씩 무심한 듯 후드득 툭, 나무 아래로 낙화한다.
따뜻한 계절이 아닌 추운 겨울에 피는 꽃이라 동백이라 했던가. 특히 관광섬 관음도에 핀 동백은 인고의 계절을 견디며 피어나는 꽃이라 향기도 진하게 날 것 같지만 사실 동백꽃에는 향기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향기를 대신할 꿀이 풍부해 동박새들을 불러 모은단다. 동백꽃은 향기가 아닌 꿀로 새를 유인하는 조매화(鳥媒花)다. 사람들이 동백꽃의 향기라 느끼는 것은 어쩌면 꿀의 향기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관음도의 동백꽃은 落花(낙화)되어도 시들지 않으니 醜(추)하지 않고 또한 동절을 견뎌내니 節慨(절개)를 나타내는 꽃임에 틀림없다.
송창식의 노래‘선운사’에서 노래하듯 눈물처럼 후드득 그 붉은 꽃송이들이 툭툭 떨어져, 지는 봄날까지 동백꽃의 선연한 아름다움이 외딴섬 울릉도의 차디찬 겨울 폭설에도 오래가가는 꽃이다.
특히 관음도 동백나무의 강인함과 자연에 순응하는 지혜로움이 경이롭기만 하다. `그 누보다도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동백꽃의 꽃말처럼 고단한 세상살이에 지쳐 얼어붙은 마음들을 녹여줄 온기를 지닌 나무가 동백나무가 아닐까 싶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위에 떠있는 관음도, 얼마나 모진 바람을 맞았기에 여기에 있는 동백나무들이 한쪽으로 허리가 휘어 있을까 ? 대나무도, 키큰 후박나무도 모든 나무들이 자연에 순종하듯 한쪽으로 구부리고 있다.마치 군인들의 사열처럼 말이다.
울릉도 최대관광지 관음도와 뒤로는 죽도가 보이고 있다(울릉군 제공)
원시림 가득한 관음도는 면적 7만1405㎡, 높이106m, 둘레 약800m 크기의 섬이다.
화산암의 일종인 조면암으로 이뤄졌고,섬의 표면은 부석으로 덮여있다.
본섬과100m,저동항과5㎞,도동항과6.5㎞떨어진 외딴 섬으로 울릉도에 딸린 죽도,독도에 이어 셋째로 큰 섬이다.
특히 깎아 자른 듯한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어 사람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원시림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했다.
군은 자연경관이 뛰어나지만 접근이 불가능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던 이곳을 관광자원화 하기 위해 지난2009년 6월부터115억원을 투자했다.
본섬인 울릉도 섬목~관음도간 길이140m에 높이37m,폭이3m규모의 보행전용 현수교를 만들기 시작해 21012년 7월에 준공했다.
파란 색갈의 현수교는 마치 공중에 떠 있는 듯이 놓여있어 비경을 자랑한다.
눈이 시리도록 푸른 바다위에 떠있는 관음도의 현수교, 그 아래에는 관광객들이 한가롭게 카누를 즐기고 있다(울릉군 제공)
군은 이곳에다 섬 전체를 한 바퀴 산책할 수 있는 1000여m의 순환탐방로를 내고 목책을 설치했다.
전망대와 휴게소도 만들고 관광객들이 섬 비경을 만끽하도록 했다. 산책로 중간쯤에 산림청과 국립수목원이 울릉도에 자생하는 희귀식물 섬시호와 섬꼬리풀1200여 포기를 심어 관광객들에 보여주고 있다.
관음도 내에 깍새(슴새)가 많아'깍새섬'이라고도 불린다. 울릉도의23개(울릉도19,독도4)지질명소 중 하나인 관음도에는 계절별로 다양한 식생이 자라나고 울창한 산림과 아름다운 쪽빛 바다를 동시에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생태 탐방지로도 인기가 있다.
1960년대 한 가구가 잠시 살았던 걸 빼곤 지금까지 50여년 넘게 인적이 끊긴 섬이라고 군 관계자는 섬의 내력을 설명했다.
그러나 이섬을 가꾸고 지키려는 단체도 있었다. 울릉청년단은 80년 중반부터 매년 4~5월 이섬을 찾아 육림사업을 펼쳐왔다. 해송과 보리수 등 해풍에 강한 나무들을 심어면서 푸른 관음도를 가꿔 왔었다.
울릉도 3대 해상 비경 중 하나인 높이 14m가량의'관음쌍굴'안에서 보트놀이를 즐기고 있다(사진=김성권 기자)
관음도 북동쪽 해안절벽에는 울릉도 3대 해상 비경 중 하나인 높이 14m가량의'관음쌍굴'이라는 두 동굴이 있다. 이 동굴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시면 장수한다는 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전에는 해적의 소굴로 이용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믿거나 말거나.
사계절 열려있는 이곳, 하얀포말을 만들어내는 낭만있는 겨울바다가 그립다면 지금 관음도가 딱 좋다.
섬 속에 숨어있는 또 다른 해안 비경을 즐기며 관음도 둘레길을 여유롭게 거닐며 지친 마음을 위로하며 풍요로운 추억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보행연도교가 연결되면서 일반인에게 처음 공개된 관음도는 23018년 6만5854명이 방문했으며 2019년 13만522명, 2020년 코나19로인해 6만7770명으로 급감후 2021년12만6398명, 2022년 18만6405명, 지난해엔 14만7635명이 방문하는등 울릉도 유로 관광지 가운데 가장많은 관광객이 이곳을 찾는다.
관음도 전망대에서는 죽도와 울릉도 본섬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조망할 수 있어 울릉의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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