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한국 풍수지리 '30년 연구' 일본학자 눈길
사토세이지 교수, 국립 순천대에서 '한국 풍수 경관' 강연
사토세이지 교수가 1일 순천대 건축학부 학생들을 상대로 한국의 풍수경관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건축학부 제공]
사토세이지 교수(가운데)와 이동희 순천대 교수(오른쪽), 그리고 전공 학생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순천)=박대성 기자] 일본인이면서 30년 동안 한국 풍수지리사상을 연구한 학자가 있어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인공은 사토세이지(佐藤誠治) 국립 오이타대학 명예교수로, 전남 순천대학교(총장 이병운) 건축학부 초청으로 1일 오후 공대 합동강의실에서 '한국의 마을과 건축에서 만난 풍수경관'을 주제로 강연했다.

이날 특강은 이동희 순천대 교수(건축학부장) 초청으로 성사됐으며, 이 교수가 통역까지 담당한 가운데 건축전공 학생과 교수, 건축 관련 업체 임직원, 지역 주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흥미롭게 청취했다.

사토 교수는 "30년 전 한국의 농산어촌 마을들을 관찰하면서 일본에는 없는 특징들을 발견했다. 그것은 지형과 생활공간의 친화성"이라면서 "지형은 사람들에게 안녕(안락함)을 부여하고,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낸 경관이 안녕을 더욱 강화시킨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풍수사상이 있다"고 서두를 꺼냈다.

사토 교수 연구에 의하면, 중국에서 유래된 풍수사상은 대만과 한국에 영향을 미쳤고 일본까지 전해져 내려온 것이 틀림없지만 크게 확장되지는 못했으며, 지금은 오키나와(沖縄) 정도에만 풍수사(지관)가 있다고 했다.

사토 교수는 "일본어판 '고산자(古山子), 대동여지도'란 영화를 흥미롭게 본 기억이 있는데, 김정호(1801~1866) 대동여지도의 특징은 신기하게도 산 능선이 전부 다 그려져 있다는 것"이라며, "산 능선들은 우리가 용맥(龍脈, 산의 정기가 흐르는 산줄기)이라 부르며 그것을 따라 기(氣)가 흐르다가 그 아래 마을에 맺히고, 마을을 둘러싼 강이나 하천 등이 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막아준다. 대동여지도에는 이러한 지형적 특징들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반면 김정호보다 빠른 태생인 일본인 지리학자 이노우타다타카(いのうただたか,1745~1811)가 제작한 지도를 보면, 대동여지도처럼 산 능선을 계속 이어서 그리는 방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것이 두 지도의 차이점"이라고 비교 설명했다.

한국에서 풍수가 시작된 조산(祖山)을 '태백산'으로 정의하고, 남쪽으로 태백산맥이 흐르고 서쪽으로 소백산맥이 흐르는데, 사토 교수는 한국풍수를 연구하면서 특징적인 몇 가지로서 '나무, 정자, 비보(裨補), 조망점'을 꼽았다.

그는 "풍수로 유명한 마을에는 반드시 커다란 나무가 있는데, 산맥을 따라 흘러 내려온 기가 이 나무에 뭉쳐져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며 "정자(亭子)는 88(현, 광주대구)고속도로 주변에서도 많이 발견되는데, 단지 건축물 하나에 그치지 않고 주변에 굉장히 많은 경관적 요소가 함께 펼쳐져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또 비보(裨補, 약한 것을 채우거나 보탬)의 좋은 사례로 '전주이씨 효령대군파' 사대부 고택인 강릉 '선교장(船橋莊)'을 언급하면서, “주택을 둘러싼 뒤편 언덕에 담장을 쌓고 소나무를 심어 굉장히 편안하고 안락한 지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남쪽에 물이 없는 것을 채우기 위해 연못을 만들어 전형적인 풍수지형을 완성했다"고 평가했다.

조망점에 대해서도 그는 "경북 무섬마을(영주), 하회마을(안동), 회룡포(예천) 등이 풍수에 입각해 주산의 능선으로부터 기가 흘러 내려온 것을 이 마을에 맺히게 하기 위한 것이고, 그 맺힌 기를 바깥으로 흘러나가지 않게 강물이 돌아나가는 그러한 쪽으로 지형을 선택한 사례라고 볼 수가 있다"며 "이들 마을 반대편에는 반드시 조망점(전망대)이 있는데 그곳에 올라가서 마을을 내려다보면서 풍수에 대해 확인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명당이란, 태백산에서 용맥(산맥, 능선)이 흘러 들어와 어느 마을 뒷산에 기가 맺혀 있는 것을 주산이라고 하는데, 그 주산을 등 뒤에 두고 오막한 골짜기에 만들어지는 것이 취락(마을)이자 우리가 흔히 명당이라고 하고, 기가 맺힌 장소를 혈(穴)이라고 부른다"며 "흘러 들어온 기를 바깥으로 흐르지 않게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강이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에서 바깥으로 빠지는 길도 나무로 소박하게 만들어 최소한으로만 바깥과 왕래를 함으로써 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한 것도 명당마을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사토 교수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는데, 이 풍수사상에 입각해서 배치시킨 절의 대표적인 곳이 화순 운주사이며, 순천 낙안읍성도 대표적인 명당마을에 해당된다"고 언급했다.

강원도 정선군 동강(조양강) 겨울 풍경.

사토 교수는 "연구 결과 풍수 경관은 한국 사람들 마음 속에 하나의 원풍경(원초적 풍경)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확신하게 되었다"면서, "건축학과 학생 여러분도 앞으로 건축설계를 하실 때, 풍수경관을 망치거나 파괴하는 방식이 아닌, 풍경이나 경관 속에 건축물이 잘 녹아들어가는 그런 설계를 해 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웃 나라 사정에 대해서 사토 교수는 "일본은 한국과 달리 풍수사상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고, 단지 건축설계를 할 때 주택의 배치 방향이라던가 현관 위치 정도에만 풍수를 적용할 뿐이라"며 "중국은 정권 차원에서 풍수사상을 부정하고 생활 속에서의 풍수사상 추구를 금지하고 있으나, 공공건축물을 설계할 때 암묵적으로 풍수사상을 적용하고는 있다"고 보충 설명했다.

사토교수는 한국의 풍수경관을 연구하면서 깨달은 5가지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즉 ▲풍수사상이 한국에 남아 있음 ▲풍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마음이 지금도 존재함 ▲풍수경관은 한국인 마음속 원풍경임 ▲풍수를 지키려는 마음이 잠재돼 있음 ▲풍수경관을 바라보는 장소를 소중하게 생각함이다.

이번 특강을 준비한 이동희 교수는 "국립순천대 건축학부는 국제적으로 인증받은 건축학교육프로그램에 따라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학생들이 국제적 감각을 갖추고 해외로 시야를 넓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번 강연회를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국립 순천대학교 건축공학과는 지난 1985년 신설 인가됐으며, 2002년 건축학부(건축학 전공)로 개편된 이래 학과 설립 40주년을 앞두고 있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