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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1명의 MZ세대 작가들이 수놓은 작품들
72년째 이어온 조선대 서양화과 졸업작품전시회 ‘종착’
회화와 설치작품 90점 눈길…지역기업 콜라보도 주목
졸업작품전 개막식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초록’, ‘무릉도원’, ‘스트롱맨’, ‘제약된 선택’

21명의 이십대 젊은 작가들이 수놓은 작품들은 몽환적이면서 푸릇푸릇 밝은 에너지를 바람처럼 쏟아냈다. 재기발랄한 MZ세대 화가들은 저마다 다른 개성과 감성, 창의력으로 톡톡튀는 회화와 설치작품 90점을 선보였다. 카타르월드컵 주제곡을 부른 BTS 정국처럼 작품에서는 기성작가에게 느낄 수 없는 풋풋함과 때론 강력함이 교차됐다.

내년 조선대 회화학부 서양화과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투영한 졸업 작품전시회가 오는 25일까지 미술대학 2층에서 열린다. 4년을 누빈 아름다운 캠퍼스에서 얻은 영감과 느낌을 오롯이 작품에 담았다. 찬란하게 빛나는 대학시절의 마침표이자 사회초년병으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을 캔버스에 녹여냈다.

내년 조선대 회화학부 서양화과를 졸업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투영한 졸업 작품전시회가 오는 25일까지 미술대학 2층에서 열린다. 서인주 기자

전시회는 무려 72회째를 이어오고 있다. 조선대 미술대학은 1946년 민립대학으로 개교 한 이래 지역 미술사에 한 획을 그려오고 있다. 배출한 작가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역사와 전통의 바통을 고스란히 후배화가들이 물려받은 것이다.

회화 즉 순수미술은 미술의 바탕이자 본질이다.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면서 경제적 어려움도 있지만 자긍심으로 학생들은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꾸준히 그려가고 있다.

‘주니어에서 시니어로’

학생들이 조선대 미대에서 함께 한 세월은 4년이 훌쩍 지났다. 코로나19 비대면으로 대학생활에도 크고작은 변화를 겪었다. 온택트,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화와 만남은 줄었지만 내면세계는 더 확장되는 계기가 됐다.

조선대 미대 졸업작품전 종착. 70년 넘게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전시회다.

‘종착’

이번 전시회 주제다. 멈춤이라는 뜻과 새로운 출발이라는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졸업을 앞둔 예비작가들의 현실과 함께 인류와 함께 탄생한 회화의 현재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회화는 과거 사진이나 마르셀 뒤샹, 개념미술, 과학발전, 미디어 아트 등으로 여러 위기를 맞았다. 그렇게 끝날 것 같은 회화는 다시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새로운 성장모멘텀을 확보했다. 인류의 DNA에 각인된 예술적 감동은 그렇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21명의 신진작가들이 첫선을 보였다.

어렵고 힘들다는 순수미술 회화에 한 우물을 판 젊은이들이다.

주인공은 강지연, 곽예상, 기예은, 김유빈, 김진형, 박규현, 신강민, 신우정, 위수빈, 이미소, 이소현, 이아름, 이에스더, 정서윤, 정정은, 조성민, 최윤정, 최은성, 최현영, 하종수, 한보람.

졸업작품은 영원히 기록된다. 작품 기획부터 구성, 제작, 완성까지 심혈을 기울인 이유다. 수개월동안 작품활동에 주력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열정을 불태웠다.

대학에서 쌓아온 지식과 교양, 전공수업을 통해 갈고닦은 실기테크닉으로 한땀한땀 작품을 그려나갔다. 21개의 보석같은 작품이 나온 배경이다.

지역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도 주목받고 있다. 소보제화 협찬으로 아트콜라보 작품을 완성했는데 기존 캔버스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도전과 창조라는 호평을 얻고 있다. 전시장 곳곳에는 지금 신어도 될 구두와 신발들이 장식돼 있다. 미술과 예술이 우리 일상에 쉽게 녹아드는 과정을 표현했다.

시리즈 작품들은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정서윤 학생의 ‘초록’ 시리즈는 집안 정원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서인주 기자

정서윤 학생의 ‘초록’ 시리즈는 집안 정원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신비로운 생명과 자연, 계절의 흐름, 날씨변화를 보고 느낀 감성들을 추상적으로 표현했다. 봄과 여름을 지나 초록의 기운이 성숙해지는 가을에 집중했다. 그림을 들여다 보면 차가운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따뜻한 느낌도 난다. 강력한 표현기법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퍼져나오는 울림이 느껴진다.

정정은 학생은 ‘밤이 찾아오는 중’을 선보였다.

졸업을 앞둔 자기 모습을 화면속에 담았다. 사회인으로서 끈을 찾아 나서는 한편 수많은 선택지 앞에 놓이게 되는 상황을 끈이 묶이고 풀리는 자유로운 형상으로 표현했다. 신강민 학생은 ‘제약된 선택’이라는 주제를 펼쳐냈다. 고난과 역경, 시련앞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형상화한 셈이다.

이소현 학생은 운명이라는 화두로 꺼냈다.

태어날때부터 정해지는 운명론을 거론했다. 그는 명암의 차이와 라인 드로잉을 통해 의식과 무의식을 중첩하는 의식적 행위를 담았다. 인물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실선들은 끝없는 상호성을 가지는 우주, 자연, 인간과의 원초적 본능을 이야기 한다.

조윤성 조선대 미술대학 교수는 “올해 졸업작품전은 순수미술의 가치는 살리면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우리 학생들이 어떻게 도전해 나갈 것인지 미래의 척도를 제시하고 있다” 며 “이번 전시는 4년간 흘린 땀과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는 자리다. 아주 작고 사적인 이야기를 통해 이들에게 힘과 용기를 붇돋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조윤성 조선대 미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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