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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광주한복판 30cm 옆 고층아파트 공사 ‘또 붕괴 트라우마’
철거·터파기 공사과정에서 대형오피스텔 금가고 물새고
잇딴 붕괴참사에 입주민 46명 중 60% 짐싸서 떠난다
해당업체 “시행·시공사간 내부조율중…협상 나설 것”
광주의 한 주상복합아파트 건설현장은 60여명이 거주하는 대형오피스텔과 30cm~2m 사이를 놓고 철거와 터파기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때문에 입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며 하나둘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서인주 기자

[헤럴드경제(광주)=서인주 기자] “계약기간이 많이 남았는데 시끄럽고 불안해서 이사를 가야될 것 같습니다”. “이번달안에 옮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2일 만난 광주의 한 오피스텔 사장님은 휴대폰 메시지를 보여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세입자 46가구 가운데 11곳이 떠났고 임대계약기간이 남은 17가구도 해지를 통보했다. “불안해서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하나둘 이사를 간 것이다. 건물을 인수해 임대업에 종사한지 13년째지만 이같은 일은 처음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광주시 남구 월산동 진아리채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소음과 진동, 분진이 원인이다.

문제는 신축공사 현장과 오피스텔이 바로 코앞에 붙어있다는 점이다. 불과 30cm 사이를 두고 철거공사가 진행됐고 터파기 기본공사가 진행중이다.

2024년 8월 완공목표인 이 아파트는 25층·27층(165가구) 고층아파트로 인허가를 맡았다.

구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이곳은 공사부지가 협소해 가림막 등 가시설 공사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거공간과 상가 등이 밀집돼 있는 만큼 중대재해에 대한 우려가 높다.

신축주상복합 공사현장과 인접한 대형 오피스텔 세입자들은 소음과 진동, 분진 등 불안을 호소하며 하나둘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오피스텔 대표가 피해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서인주 기자

실제 광주남구청에서는 지난달 말 두차례 현장지도점검에서 주간공사 소음기준를 초과해 과태료 부과를 결정했다. 현장은 대형굴삭기, 크레인, 그라이팅 등 대형 건축장비와 20여명의 인부들이 기초작업을 진행중이다. 이 오피스텔 바로 옆 건물은 지하실이 출입통제된 상태다. 침수로 지하실에 물이 차면서 사실상 방치된 상황이다.

광주는 아직까지도 대형참사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학동 철거사고와 지난 1월 발생한 현대산업개발 화정아이파크가 연이어 무너졌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시민과 현장에서 일하던 인부 20여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내린 것이다.

광주시민들이 체감하는 불안과 공포는 그 어느때보다 높아졌고 안전에 대한 기대와 바램도 정비례가 됐다.

“공사시작전 시행·시공사로부터 어떠한 설명과 양해도 듣지 못했습니다. 올초부터 건물에 금이가고 지하실에 물이차는 피해가 발생했지만 묵묵부답입니다”

이 오피스텔 박금열 대표는 분통을 내쉬었다. 인허가를 담당하는 남구청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민사소송으로 풀어야 숙제”라며 사실상 발을 뺐다는 주장이다.

박 대표는 “안전과 주민피해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남구청이 건축허가를 내줬는데 문제가 발생하니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며 “화정아이파크 사고때도 금호하이빌 상인들이 1000여건 넘게 민원을 제기했는데 대부분 묵살됐고 결국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인호 남구청 건축과장은 “민원 접수 후 지반 및 건축물구조 전문가와 함께 현장을 방문, 안전점검과 지도에 나섰다” 며 “터파기 공사 등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민원인이 요구하는 피해보상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 혹시모를 안전사고 방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 월산동 진아리채 주상복합아파트 현장사무소 관계자는 “경사계, 균열계를 설치해 정밀진단과 피해보상 기준을 이미 마련한 상태다. 철거와 터파기의 경우 계약상 시행사와 시공사간 내부조율이 필요하다” 며 “보상규모와 시기, 절차 등은 정밀진단 후 협의과정을 통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시 남구 월산동 진아리채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 과정에서 소음과 진동, 분진 등을 호소하는 민원이 발생했다. 문제는 신축공사 현장과 60여명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이 바로 코앞에 붙어있다는 점이다. 서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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