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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사 25% ‘사교육行’ 고려...학원 경쟁에 강남 교실도 떠난다 [무너지는 학교]
사교육 팽창에 학원 눈돌리는 교사들
“수업 집중하려면 학원이 훨씬 나아”
퇴직 교사도 매년 늘어...5년간 3만명

“박사 학위만 받으면, 무조건 떠날 겁니다.”

경기도 안양에서 근무하는 10년차 초등학교 교사 정모 씨는 이직을 계획하며 박사 학위 과정을 준비하고 있다. 석사 과정에선 교육 행정 분야를 공부했지만, 박사 학위는 인사관리(HR) 분야로 취득할 예정이다. 정씨 주변에도 최근 학원 강사뿐 아니라 학습지 혹은 에듀테크 기업의 사원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늘었다. 정씨는 “능력 있는 사람들은 떠나는 게 낫다는 분위기가 이미 팽배하다”고 말했다.

사교육 의존이 심화하는 가운데 학교 현장의 교사 4명 중 1명은 사교육 시장으로의 이직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교권 추락 여파까지 겹쳐 실제 교단을 떠나는 이들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현장에선 학교보다 오히려 학원에서 더욱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체념 섞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헤럴드경제는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실 및 교육 시민단체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함께 전국 유·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 교원 935명을 대상으로 지난 9월 11~25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서 교원 24.5%(229명)은 ‘기회가 된다면 사교육 시장에 진출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8.2%·77명)‘ 또는 ’그렇다(16.3%·152명)‘고 답했다. 학교급별로 보면 사교육 시장으로의 이직을 원한다는 교사들의 응답은 중학교가 16.6%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고등학교 16.3%, 초등학교 10.0% 순이었다.

실제로 정년을 채우지 않고 교단을 떠나는 교사들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교사노동조합연맹에 따르면 2019~2023년 중도 퇴직한 교원은 총 3만3705명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6151명 ▷2020년 6512명 ▷2021년 6642명 ▷2022년 6774명 ▷2023년 7626명으로 5년 사이 23.9%(1475명) 늘었다.

사교육 업계에서의 강사 유치 경쟁 역시 학교 교사들의 교단 이탈에 불을 붙이고 있다. 사교육 시장이 매년 커지면서 관련 업체들 역시 교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인재 영입을 해오고 있다.

사교육 업계의 강사 유치 규모를 가장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는 수험생들 사이 최고 인기 학원으로 꼽히는 ‘시대인재’가 공시한 인건비 지출 비중이다. 시대인재 운영법인인 하이컨시는 지난해 매출 3605억원 중 강사료만 1365억원에 달한다고 공시했다. 시대인재 관계자는 “주기적으로 학생들에게 설문을 돌려서, 강남 학교에서 스카웃할 만한 인기 교사가 있는지 묻는다”고 말했다.

사교육 시장이 커지면서 교사 영입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학원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엔 스타강사 몇몇을 서로 빼앗는 경쟁이 컸다면, 시대인재가 학원 업계에서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 후로는 인재를 영입해서 스타강사로 키우면 된다는 전략이 더욱 우세해졌다”며 “자연스럽게 사교육 시장에서도 유명한 교사들을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채용하려는 움직임이 커졌다”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학교보단 사교육 업계가 차라리 전문성을 키우기에 더욱 좋은 환경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하남에서 근무하는 초등학교 교사 신모(33)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적어지고, 생활 지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사교육 시장에 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들 역시 설문에서 “교사 월급이 학원 강사들에 비하면 너무 적어서 기회가 되면 차라리 학원에 가서 수업을 하고 싶다”, “(사교육 시장에 가면)전문성을 인정받고, 소득도 더 높을 것” 등으로 답했다.

이밖에 “학원 강사에게는 절절 매면서, 교사는 무시하듯 대하는 경향이 팽배하다”, “교권이 무너져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등 교권 추락으로 교사 역할에 회의감을 느낀다는 의견도 있었다.

각 학교에선 기간제 교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늘고 있다. 학교를 떠나는 교사는 늘고,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교원 선발은 줄면서 각 학교들이 기간제 교사 채용을 늘리면서다. 학교는 물론, 학생 입장에서도 전문성 높은 교사를 갈수록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최근 사립학교에서는 지난해부터 채용마저 더욱 어려워졌다는 불만도 나온다. 사립재단 채용비리 근절을 목적으로 교육청이 모든 사립학교 교원을 위탁채용하게 되면서다. 위탁채용 시 사립학교는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필기시험을 거쳐 최대 5배수까지만 면접 대상자를 받을 수 있다.

강남의 한 고등학교는 최근 수학 교사 채용을 진행했지만 결국 아무도 뽑지 못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위탁채용을 거쳐 보낸 면접 대상자가 단 1명이었는데, 학교 측에서 채용을 원하지 않았다. 결국 해당 수학 교사 자리는 기간제 교사가 대신하고 있다. 이 학교 교장은 “기간제 교사 입장에서는 학교 수업에 열중하기보다는 임용고시를 준비해 다른 학교에서 정교사가 되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며 “학교에 헌신하는 교사를 채용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호소했다. 박혜원 기자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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