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해도 즐길 줄 아는 게 장점”
근대5종의 기대주로 성장해 온 성승민(21·한국체대·사진)이 2024 파리 올림픽 은매달로 한국 및 아시아 여자 근대5종의 역사를 새로 썼다.
11일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에 마련된 근대5종 경기장에서 열린 파리 대회 근대5종 여자부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성승민은 2003년생으로, 고교생이던 2021년 11월 성인 국가대표로 발탁됐다.
하나를 하기도 어려운 펜싱, 수영, 승마, 사격, 육상 등 5개 종목을 모두 잘해내야 하는 근대5종은 저변을 넓히기 쉽지 않아 늘 선수 부족에 시달린다. 수영을 비롯해 다른 종목에서 선수가 주로 발굴되고, 이른 나이에 성인 국가대표로 활동을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한근대5종연맹은 2022시즌 국가대표를 선발하며 파리 올림픽과 이후에 대비해 수영과 레이저 런(사격+육상) 성적이 뛰어난 고교생 유망주를 대표 명단에 포함했는데, 이때 성승민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수영으로 운동선수 생활을 시작한 성승민은 대구체중에 진학한 뒤 교사의 권유로 근대5종으로 종목을 바꿨고, 중학교 시절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등 가능성을 보였다.
고등학교 때도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을 도맡으며 월등한 기량을 뽐낸 성승민은 일찌감치 잠재력을 인정받아 한국 여자 근대5종의 미래로 떠올랐다.
수영의 기초가 다져진 데다 레이저런 성적만으로는 고교 시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성인 선수들을 제치고 2위에 오를 정도로 강한 면모를 보인 성승민은 성인 대표 발탁 이후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춰 나갔다.
지난해 5월 열린 월드컵 4차 대회에서 처음으로 개인전 은메달을 획득했고,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에도 출전하며 경험을 쌓았다.
아시안게임 개인전에선 말이 장애물을 여러 차례 지나치는 등 고전한 끝에 승마 점수를 따내지 못하는 불운을 겪기도 했으나 여자 근대5종을 이끌어 온 선배 김선우, 김세희와 뜻깊은 단체전 동메달을 합작했다.
펜싱과 승마, 사격을 집중적으로 연마하며 준비한 이번 시즌 들어서는 대표팀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월드컵 2·3차 대회에서 연속 개인전 은메달을 목에 걸어 상승세를 타더니, 6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여자 선수 최초의 개인전 입상을 ‘금빛’으로 장식했다. 여기에 여자 계주에서도 김선우와 호흡을 맞춰 사상 첫 우승을 일궈내 한국 근대5종 여자부의 신기원을 열었다.
세계랭킹 1위로 출전한 생애 첫 올림픽에서도 그 기세가 이어졌다. “많이 떨고 긴장하지만, 그러면서도 즐길 줄 아는 게 장점”이라던 성승민은 결승에서 온 메달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베르사유 궁전을 배경으로 1만5000여명의 관중 앞에서 펼쳐진 결승전에서 그는 두 유럽(헝가리·프랑스) 선수에 이어 당당히 3위로 레이저 런 결승선을 통과, 아시아 여자 선수 최초의 올림픽 근대5종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안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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