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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웨이브 상상이상” 韓기업 탐내는 아마존・알리바바가 씁쓸한 이유 [언박싱]
글로벌 B2B 플랫폼들 ‘한국 기업 모시기’
韓상품 팔아 수수료 등 수익 내려는 전략

“기업 입장에서는 거부 어려운 없는 채널”
“향후 한국이 만든 글로벌 플랫폼도 필요”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K-푸드, K-뷰티 등 한국 상품의 약진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이 ‘한국 기업 모시기’에 전념하고 있다. 한국 상품으로 수익을 내는 동시에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일각에서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해당 플랫폼에 예속될 우려가 크다고 우려한다. 글로벌 판로 개척을 유도할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글로벌 B2B 사업을 담당하는 알리바바닷컴은 지난 22일 ‘한국 기업 글로벌 지원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상품을 세계 바이어들에게 판매하는 사이트인 ‘한국 파빌리온(South Korea Pavilion)’을 내달 8일 연다고 밝혔다. 연간 199달러(약 28만원) 비용을 내세워 신규 중소기업 5000곳을 입점시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해당 사이트는 독일(유럽)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알리바바닷컴이 구축한 국가 전용 B2B(기업간 거래) 사이트다.

알리바바닷컴이 한국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한국 상품을 소싱(sourcing, 해외로부터 구매)하려는 바이어의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앤드류 정 알리바바닷컴 부대표는 “지난해 한국 수출액이 6322억달러를 달성했지만, 전자상거래를 통한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의 0.2%에 불과했다”면서 “특히 뷰티(4.9%), 식음료(4.4%), 자동차 부품(0.02%) 등 주요 부문의 전자상거래 침투율이 낮아 큰 ‘성장 잠재력’을 지녔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글로벌 B2B 시장은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 대비 규모나 성장세가 더 크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알리바바닷컴에 따르면 2027년 글로벌 B2B 시장 규모는 21조6000억달러로, B2C(5조7000억달러) 시장 대비 4배 이상으로 분석됐다.

앤드류 정 알리바바닷컴 부대표가 지난 2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글로벌 판매 가속화 지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이들은 기업이 내는 광고료와 멤버십을 통해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하고 있다. B2B 사업을 진행하는 아마존 비즈니스는 계정비, 판매 수수료, FBA(아마존 주문 처리) 수수료, 광고료를 받는다. 현재 미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화장품 경우, 판매 가격이 10달러를 넘으면 15%의 고정 수수료를 받는다.

전체 수출액의 36%를 차지하는 중소·중견기업들이 언어장벽과 전문 인력 부재로 온라인 경쟁력이 취약하다는 점도 이들에겐 기회로 작용했다. 대기업처럼 현지 법인이나 총판을 활용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을 회원으로 두는 과정에서 마땅한 경쟁 상대도 없다. ‘중소기업 성장 지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정부 기관과 협업도 확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적인 작업도 꾸준했다. 알리바바닷컴은 2000년 한국에 진출한 후 2021년 한국기업 전담 운영팀을 구축하며 누적 2550개 중소기업을 지원, 몸집을 키웠다. 아마존은 2018년 한국 기업의 B2B 진출을 지원하는 전담팀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27일 서울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아마존 K-뷰티 콘퍼런스 셀러데이에서 '일본 열도를 뒤흔든 K-뷰티의 성공 비결'을 주제로 한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

해외 판매를 원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국제 도매에 특화된 이들 플랫폼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을 인지해야 한다”며 “일정 규모 이상 해외 물량을 수주하면 이후에는 총판이나 현지 법인 등 판매 루트가 다양해지도록 기업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장기적으로 한국에서 만든 글로벌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규제 사각지대에서 글로벌 플랫폼의 부작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그룹이 성장한 것처럼 우리만의 글로벌 플랫폼이 필요하다”면서 “인구 감소로 국내 소비시장이 작아지는 것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 판로 확대 과정에서 해외 플랫폼에 의존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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