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그룹 블랙핑크 제니가 실내에서 전자담배를 피워 논란이 되자 소속사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다. 언뜻 사안이 일단락된 듯 하지만 나는 마무리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스타가 스태프들이 있는 가운데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얼마전에도 한 여배우가 드라마 촬영장에 비연예인 남자 지인 3명과 함께 드라마 세트장 실내에서 담배를 피워 스태프들을 힘들게 했다.
앞서 제니 외에도 엑소 디오, NCT 해찬, 배우 지창욱 등이 실내 흡연이 적발돼 사과한 바 있다. 심지어 차안에서 담배 피우는 연예인도 있다. 이 경우에는 그 안에 타고있는 매니저 등은 고역이다.
연예인중 소수이지만 왜 그들은 실내에서 담배를 피울까. 옆에 사람이 있으면 안피우는 게 법 이전에 상식이다. 그런데 상대방의 힘듦은 아랑곳하지 않고 면전에 연기까지 내뿜는다.
제니 같은 연예인들이 메이크업과 머리손질을 받으면서도 담배를 피우는 것은 스태프들보다 자신이 위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만약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헤어 스타일리스트가 연예인의 머리를 만지면서 살짝살짝 연기를 뿜어댄다면 해당 연예인은 어떻게 반응할까?(이경규의 '몰래카메라'가 이런 걸 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
대중문화 콘텐츠는 많은 영역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협업의 산물이다. 이들은 같은 직업군끼리는 선후배간 어쩔 수 없는 수직적인 관계가 조성될 수는 있어도 다른 분야 사람들끼리는 수평적인 관계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스타나 서로 필요한 존재로서 횡적인 관계다.
제니가 무대에 올라, 멋있는 영상으로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한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도 스타들이 실내에서 흡연하는 장면이 계속 포착되는 것은 수평적이어야 할 관계를 수직적인 관계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제니의 경우는 동영상으로 포착되었기 때문에 사과까지 이어졌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실내에서 담배 피우는 연예인과 마주하고 있는 스태프가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 스타 배우들이 받는 초고액의 회당 출연료가 드라마 제작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는 소식을 거듭 접하고 있다. 나는 이 스타 배우들이 혹시 높은 출연료 외에도 "내가 너희들 위에 있어"라는 그릇된 사고방식에 빠지게 될 것이 두렵다. 이런 생각을 가진 연예인이라면 스태프가 있건 말건 실내에서 담배 피우는 것쯤은 쉽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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