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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커힐에 팝팬 600명 몰린 이유…“빌리 새 음악 들으러 왔어요”
정규 3집 청음회 위해 이례적 방한
블랙핑크 제니 인터뷰어 지원사격
아일리시 “내 모습 담은 일기같은 곡”
빌리 아일리시의 청음회에서 인터뷰어로 활약한 제니 [온라인커뮤니티]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아이 러브 유 빌리!”

‘슈퍼스타’의 강림에 무려 600명이 몰렸다. 팝스타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가 등장하자, 한국팬들의 열띤 함성이 쏟아졌다.

빌리 아일리시가 2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이번 일정은 좀 독특하다. 한국 공연이 계획된 것도 아닌데 새 앨범 발매차 먼 길을 날아왔다. 세 번째 정규 앨범 ‘히트 미 하드 앤드 소프트(HIT ME HARD AND SOFT)’ 발매 기념 청음회를 한국에서 열기 위해서다. 스포티파이가 주관한 이번 청음회는 아시아에서 열린 첫 번째 청음회이자 지난 5월 영국 런던 라이트룸(Lightroom) 아트센터 이후 두 번째다.

아일리시는 18일 저녁 서울 광진구 빛의시어터에서 열린 청음회를 통해 “(앨범을 만드는 과정은) 정말 큰 여정이었고, (전 세계 팬들의) 호응에 정말 꿈 같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달 발매한 아일리시의 신보 전곡을 먼저 들은 뒤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빛의 시어터에선 빌리 아일리시의 음악을 시각적 요소로 구현한 미디어 연출을 만날 수 있었다. 새 앨범엔 타이틀 트랙 ‘스키니’(SKINNY)를 포함해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영감을 얻은 ‘치히로’(CHIHIRO) 등 10곡을 담았다. ‘스키니’를 들을 땐 물이 가득 차오르는 화면으로 기이한 체험을 하게 했고, ‘버즈 오브 더 피더’에서는 새들이 날아다니는 영상을 연출했다.

빌리 아일리시 청음회 [스포티파이 제공]

아일리시의 청음회를 위해 한 걸음에 달려온 사람은 블랙핑크 제니. 이날 제니는 청음회의 일일 인터뷰어로 깜짝 등장해 아일리시에게 한국 팬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제니는 “평소에도 빌리의 음악을 너무 좋아하는 팬으로서 음악을 직접 소개하러 나왔다”며 아일리시와 포옹을 나눴다. 아일리시 역시 “제니는 나의 친구다. 오늘 함께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고마운 마음을 몇 번이고 전하기도 했다.

빌리 아일리시는 데뷔와 동시에 전 세계를 사로잡은 Z세대 팝스타다. 2019년 발매한 첫 번째 정규 앨범으로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역대 최연소인 18세에 4대 본상을 모조리 휩쓸었다. 누구보다 빨리 ‘모두의 꿈’에 다가선 아일리시에게 ‘성인’이란 관문이 오히려 더 두려운 길이었다.

아일리시는 새 앨범에 대해 “성인이 된 뒤 만든 첫 앨범”이라며 “음악을 만들며 내가 누구인지, 내가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오빠 피니어스와 저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럽고 불편하게 작업했어요. 성인이 돼 더 자유로움을 느꼈는지 잘 모르겠어요. 영감을 얻기 어려웠고, 작업도 무서웠지만 불편한 감정들을 한켠에 치워놓으려 노력하는 시간들이었어요.”

무엇보다 새 앨범은 아일리시 자신의 모습을 빼곡히 채워 넣었다. 타이틀곡 ‘스키니’는 “아주 솔직한 일기 같은 곡”이라고 했다. 아일리시가 가장 처음으로 작업한 곡으로, ‘스키니’를 시작으로 9개의 곡들로 이야기가 뻗어 나갔다. 가장 의미 있는 곡은 ‘더 그레이티스트’(THE GREATEST)다. 그는 “이 노래를 작업하며 다른 곡을 만들 수 있는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빌리 아일리시 [유니버설뮤직 제공]

“당시 오빠와 전 충분히 창의적이지 못하고 영감을 얻지 못해 억지로 무언가를 뽑아내는 느낌이었어요. 그때 이 곡이 생각난 덕분에 다른 곡을 만드는 데 도움을 받았어요. 이 곡이 없었다면 다른 곡을 만들지 못했을 거예요.”

아일리시가 음악적 영감을 얻는 과정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작업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영감을 찾아가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랄까.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제니 역시 아일리시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했다. 아일리시는 “오빠와 저는 우리가 만드는 것들에서 영감을 얻는다”며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앨범을 만들며 도구를 조작하고 버튼을 누르는 과정이 아이디어를 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성인이 된 후 만든 첫 앨범을 마주하는 기분은 남다르다. 그는 지난 앨범과 가장 달라진 점을 ‘나이의 변화’라면서 “처음으로 노래를 만들었을 때는 성인이 아니었다. 항상 노래를 만들 때 미성년자였던 탓에 느낌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매 앨범 파격과 도전을 보여줬지만 그는 이번 앨범은 특히나 ‘실험적’이다. 성인이 된 후 보컬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했고, 목소리에도 변화를 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매 순간 배우며 갈수록 좋아지고 있다”는 그의 말에 앞으로의 아일리시를 더 기대케 했다.

자신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았지만, 앨범을 통해 특별히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 건 아니다.

“전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음악에 담아두진 않아요. 아마 사람들이 이 앨범을 통해 뭔가를 얻는다면 그게 바로 앨범의 메시지가 아닐까 싶어요. 모든 해석, 영감은 듣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싶어요. 여러분들이 느끼는 것들을 제가 빼앗고 싶지 않아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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