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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타냐후 체포영장 청구에 美가 “ICC 제재”…도대체 왜?[세모금]
발부 시 푸틴처럼 외교 순방 못할 처지
네타냐후 로비력 ‘막강’…유대인 표심 걱정
ICC 미가입 美, 이스라엘에 ‘동병상련’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하자 미국 의회가 ICC 제재를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미국이 더 발끈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전쟁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ICC와 미국이 대립하는 양상이다.

21일(현지시간)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ICC 관계자들을 제재하는 법안의 세부 내용을 아직 조율 중이지만 가능한 한 빨리 제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ICC의 체포영장 청구에 관련된 ICC 직원 개인들에 대한 제재가 포함될 것이냐는 질문에 “그 사항은 제재안의 일부에 포함될 것”이라고 답했다.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전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지구 전쟁 전반에 자행된 전쟁 범죄의 증거를 제시하며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국방장관, 하마스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와 이스마일 하니예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칸 검사장은 네타냐후 총리와 갈란트 장관이 가자지구 주민들을 기아로 몰아넣고 전쟁에 이용했으며 의도적으로 민간인을 공격·학대했다며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 정부 고위층에 대해 체포 영장을 청구한 칸 검사장의 결정은 미국 정계의 즉각적인 반발을 불렀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검찰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전혀 동등하지 않다”며 “터무니 없다”고 비판했다.

존슨 하원의장은 “근거가 없고 불법적인 이번 결정은 전세계의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며 “국제 관료들이 법의 지배를 유지하는 민주주의 국가의 권위를 찬탈하기 위해 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상원 청문회에서 ICC에 대한 조치와 관련 의회와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우선 미국의 격렬한 반응은 네타냐후 총리의 강력한 로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네타냐후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ICC의 체포 영장 발부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이를 막아 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포 영장이 발부되면 네타냐후 총리 등은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ICC에 가입한 124개국에 발을 들였다간 체포될 수 있다. 체포되면 네덜란드 헤이그의 ICC 재판정에서 재판을 받게 되는 만큼 이스라엘의 국제 외교 활동에 지장을 받게 된다.

유사한 사례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2023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전쟁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이 발부된 후 우방국가가 아닌 나라에서 열리는 국제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가자지구의 통치 방법을 두고 이스라엘 전시내각 내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 차기 정권이 네타냐후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장관에 대한 ICC의 체포영장을 집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대선에서 주요 지지층 중 하나인 유대인 표를 의식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네타냐후 총리 등에 대한 체포 영장에 팔짱을 끼고 방관할 수는 없는 입장이다. 미국 내 유대인 공동체는 ‘미국이스라엘공공문제위원회(AIPAC)’와 같은 로비 단체를 통해 미 정부나 의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ICC에 관한 로마 규정’을 비준하지 않았다는 점도 미국이 이스라엘 편에 선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조약은 124개국이 서명하고 60개국 이상이 비준함으로써 2002년 발효돼 ICC 설립의 근거가 됐다.

이스라엘은 조약에는 서명했지만 의회에서 비준하지 않고 있고 미국은 2000년 클린턴 행정부가 조약에 서명했지만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철회했다.

존슨 의장은 앞서 “바이든 행정부가 체포 영장 발부를 막지 않는다면 ICC는 미국 정치인과 외교관, 군인에 대해서도 체포 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 역시 세계 각지에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제 분쟁에 개입하는 상황에서 가입하지 않은 ICC의 관할권이 인정되면 자칫 관련 당국자나 정치인, 군인 등이 체포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다만 해당 국가가 ICC 가입 당사국이 아니더라도 실질적인 전범 행위가 있다면 체포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캐서린 게구트 노팅엄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는 “ICC는 124개 서명 당사국 모두에서 자행된 범죄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있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잔혹행위 혐의를 회부할 경우 다른 국가에서도 조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일단 로마 규정을 비준하지는 않았지만 서명은 한 상태인데다 지난 3월 유엔 안보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결의안이 채택된 만큼 ICC가 이스라엘 당국자에 체포 영장을 발부하는 것은 관할권을 넘어선 행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2015년 팔레스타인이 로마 규정을 비준하고 ICC 당사자 자격을 획득한 것 역시 가자지구 전쟁에 대한 ICC의 관할권의 근거가 된다. 푸틴 대통령 체포 영장 발부 당시에도 우크라이나가 자국 영토에서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한 ICC 관할권을 수락한 것이 근거가 된 만큼 팔레스타인이 ICC의 관할권을 인정하면 이스라엘이 ICC 조약을 비준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ICC가 체포 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는 논리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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