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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녀 아동학대 피해’ 합의금 요구하다 ‘징역형’ 받은 경찰관… 2심서 ‘무죄’ 선고된 까닭은[취재메타]
대구지법 항소심, 1심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 파기하고 ‘무죄’ 선고
“아동학대 정황 존재해… 경찰관 지위 이용해 합의금 갈취했다 보기는 어려워”
대구지법[헤럴드경제DB]
편집자주

취재부터 뉴스까지, 그 사이(메타·μετa) 행간을 다시 씁니다.

[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3살짜리 어린 자녀의 아동학대 피해를 주장하며 신고된 사건의 무마를 명목으로 어린이집 원장에게 수천만원의 합의금을 요구한 경찰관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초 1심은 이 경찰관의 공갈미수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형을 선고했지만, 2심은 실제로 아동학대 정황이 있었고 어린이집 측에서 지속적으로 합의를 요구한 점 등에 비춰 해당 경찰관이 지위를 이용해 합의금을 갈취하려 했다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구지법 형사4부(김형한 부장판사)는 지난 1일 공갈미수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씨(37)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경북 지역의 한 파출소에서 근무하던 경찰관 A씨는 2020년 9월 자신의 3살짜리 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해당 어린이집 원장에게 아동학대로 신고한 사건을 무마해주는 조건으로 합의금 4500만원을 요구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어린이집을 방문해 학대 의심 CCTV를 열람한 뒤 ▷담당교사가 자신의 아들에게 직접 빵을 주지 않고 탁상 위에 빵을 놓아두고 먹게 한 행위 ▷낮잠 시간에 다른 아동들은 깨우고 자신의 아들만 깨우지 않은 행위 ▷자신의 아들이 놀다가 넘어졌는데 도와주지 않은 행위 등이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A씨가 경찰관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어린이집 원장은 A씨가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신고하려 하자 “한 번만 살려달라”며 치료비와 합의금 등으로 500~1000만원을 제안했다. 이후 A씨는 해당 어린이집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아동학대로 신고한 뒤 원장에게 합의금으로 1억원을 요구했다가 “그럴 만한 여력이 없다”는 답변을 받자 다시금 4500만원을 합의금으로 제안했다. 하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신고는 A씨가 무마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린이집 원장은 이 합의를 거절했다.

앞서 1심은 “A씨는 경찰관 신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인 어린이집 원장에게 위협이 될 만한 말과 행동을 하면서 금원을 요구했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이 상당하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특히 “A씨는 현직 경찰관임을 표현하면서 CCTV 영상을 보여주지 않으면 압수수색 영장을 가져올 수 있다는 듯한 행동과 말을 해 위협을 가했다”며 “CCTV 영상을 보더라도 A씨의 아들이 어린이집 교사로부터 학대 등을 받은 모습이 보이지 않고, 실제로 학대 혐의가 인정되지도 않으면서도 담당선생과 피해자를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또 “어린이집 원장은 A씨의 신고에 따라 자신은 물론 어린이집에 대한 형사적 처벌과 행정적 제재, 사실상 학대로 소문나게 돼 어린이집이 폐원될 수 있는 여러 가능성에 대해 심각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는데, A씨는 원장에게 1억 내지 2억이라는 큰 금원을 언급하고 아들에 대한 평생 치료비를 요구했다”며 “결국 4500만원으로 합의는 했지만, A씨가 요구하는 금액은 명확한 학대 정황도 없고, 신체적 학대도 없는 상황에서 모든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일반인의 기준에서 현저히 형평성을 잃은 요구”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씨 스스로도 경찰관으로서 학대신고와 신고접수 취하에 사실상 상당한 힘을 쓸 수 있는 것으로 말하고 행동했다”며 “원장에게 마치 자신도 경찰관으로서 부당한 처리를 한다는 인식마저 준 점 등에 비춰 A씨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2심은 이 같은 판단을 뒤집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어린이집 원장은 먼저 A씨에게 치료비와 합의금 등 명목으로 500만원 내지 1000만원을 제안했고, 이에 대해 A씨는 완강한 태도로 어떤 금액이라도 합의할 의사가 없음을 이미 밝혔다”며 “A씨의 아들은 같은 해 11월 한 병원에서 급성 스트레스 반응으로 인한 불안반응, 감정기복 등 진단을 받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2020년 7월부터 9월까지 어린이집 CCTV 자료를 분석한 결과 17건을 학대행위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북경찰청은 21건을 학대행위로 최종 판단했고, 어린이집 원장과 담당교사는 9월 당시에 A씨와 함께 CCTV를 열람하고 A씨의 아들에 대한 보육이 미흡했다는 점에 대해 사과했다”며 “특히 원장은 이를 이유로 담당교사를 질책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춰 보면, 당시 A씨의 아들에 대한 아동학대 정황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장이 먼저 합의를 제안하고 지속적으로 합의를 요구한 점, 주변 어린이집은 2500만원에서 3000만원 정도에 합의를 했다고 하며 유사 사례를 제시하고 최종적으로 합의금 4000만원까지 줄 수 있다고 얘기한 점, 적어도 사건 당시 A씨의 아들에 대한 아동학대 정황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A씨의 대처가 미숙할지언정 정당한 권한을 넘어서는 정도로 보기는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4500만원으로 합의한 것이 일반인의 기준에서 보더라도 현저히 형평성을 잃은 정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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