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격 급등에 김밥 프랜차이즈 가격인상
대형마트, 체리 등 대체과일 확대 지속
서울의 한 상점에서 물량부족으로 인한 김 가격 상승을 안내하고 있다. 오른쪽은 가격 인상으로 앞자리 숫자가 바뀐 서울 광진구 한 중식 음식점의 메뉴판. 김희량 기자 |
“만만했던 게 콩나물국밥이거든요. 지난해 12월엔 6000원이었는데 최근 가보니 1000원이 올라 7000원이 돼 있더라구요.”
서울 영등포구에서 자취하는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올해 들어 국밥 한 그릇의 위안마저 잃었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김 씨는 “자주 먹던 강남 중식점 짬뽕 가격도 지난해 9000원에서 이번달 1만1000원이 됐다”며 “외식은 될 수 있으면 안하고 집에서 먹으려고 하지만 식재료 값도 올라 집밥 해 먹기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4500원 아래 양배추 1통, 6500원 짜리 계란 한 판, 2000원짜리 대파를 구해서 일주일을 버틴다”면서 “폰도 알뜰폰으로 바꾸고 참기름, 소금, 고추장, 굴소스로 집밥 조합을 만들어 식비를 아끼려 고군분투 중이지만 쉽지 않다”고 말했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 물가 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021년 6월부터 35개월째 웃돌며 국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 4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3%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인 2.9%보다 높았다.
외식 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채소와 과일 그리고 코코아·김과 같이 수출·수입에 민감한 품목들이다. 아몬드를 제외한 과일류인 신선과실은 전년 동월대비 38.7% 올랐고 신선 채소는 12.9% 상승했다. 특히 지난달 기준 배(102.9%)와 사과(80.8%)는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11조원 예산을 투입해 물가 안정을 위한 할인을 확대하고 할당관세 도입으로 대체 과일을 늘리고 있지만 체감 물가는 여전히 높다.
여기에 널뛰기 중인 김 가격도 심상치 않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4월 김밥용 김(중품) 평균 도매가격은 한 속(100장)당 1만89원으로 작년 동기(5603원)보다 80.1% 급등했다. 마른김 월평균 도매가격이 1만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이 여파로 김밥 프랜차이즈업계들까지 가격 인상에 나섰다. 프랜차이즈업체인 바르다김선생은 지난달 100원~500원 가격을 인상했고 마녀김밥도 3월 메뉴의 판매가를 300원~400원 올렸다. 광천김, 성경식품, 대천김 등 주요 조미김 업체 및 CJ제일제당이 또한 이달 줄줄이 김 가격 인상을 발표한 상황이다.
김은 수출 호조로 국내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김 수출 금액은 수출 단가 상승으로 작년보다 47% 늘어난 1억117만 달러(약 1500억원)를 기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수출 물량이 많다 보니 국내 공급량이 줄어 가격이 올라가는 현상”이라며 “기업들이 해외 수출에서 마진이 남는 만큼 국내에서는 인상 부담을 줄일 수도 있지만 국내 소비자를 존중한 공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4.3%→2월 3.8%→3월 3.4% 4월 3%로 4개월째 둔화 중이지만 방심하긴 어렵다. 원재료 수급이 힘든 프랜차이즈업계의 가격 인상이 진행 중이고 추가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여름 대표 간식인 빙수 가격도 올랐다. 투썸플레이스는 ‘우리팥빙수’와 ‘애플망고빙수’를 전년 대비 각각 1000원, 500원 인상한 1만2000원, 1만4000원에 판매한다. 엔제리너스는 지난해 눈꽃빙수(6500원)에서 최소 500원 올린 팥 베이스 빙수 2종(7000원~8000원)을 판매한다. ‘스몰 럭셔리’의 대표 주자인 신라호텔 애플망고빙수의 올해 가격은 지난해보다 4.1% 인상된 10만2000원으로 확정됐다.
롯데웰푸드는 코코아 가격 상승으로 인해 가나초콜릿, 빼빼로 등 17종 가격을 이달부터 평균 12% 올릴 예정이었으나 정부의 요청으로 인상 시점을 6월로 1달 연기했다. 여기에 전기료 등 하반기 공공서비스 요금 인상 가능성이 있다.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들은 누적된 부채로 더 이상 전기료 인상을 미루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한편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정부가 관세 인하 품목에 체리와 키위, 망고스틴을 추가하자 관련 미국산 체리 물량을 지난해보다 4배 이상, 홈플러스는 2배 이상 늘리며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미국산 체리는 작황이 전년보다 양호하여 2주 정도 빨리 시즌을 시작하는 단계”라며 “국산과일의 경우 지난달인 4월 좋은 날씨에 따라 작황이 개선되며 5월 중순말부터 출하되는 참외, 수박 등이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량·정석준 기자
hop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