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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이브 vs 민희진, 9일간 기사수만 1275건…대국민 관심사된 이유
4월 22일 시작해 5월 말 임시주총
9일간 나온 기사만 해도 1275건
’경영권 탈취’ 넘어 젠더ㆍ세대 갈등
민희진 어도어 대표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지난달 22일. 이날 부터 30일까지 작성된 관련 기사는 무려 1275개(빅카인즈 집계). K-팝 업계에서 발생한 사상 초유의 내홍은 전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이번 사태는 ‘경영권 탈취’로 시작한 자본 싸움, 세대와 젠더 논쟁까지 뒤섞이며 갈등의 핵심을 넘어 대중의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 뒤섞여 일파만파 확산 중이다.

글로벌 장르가 된 K-팝 업계의 현 사태를 관전하며 영국 파인낸셜타임스(FT)는 “K-팝 가부장제와 맞서는 스타 프로듀서가 한국여성들의 상상력을 매료하다”라는 기사를 통해 하이브와 민 대표의 갈등을 젠더 문제로 해석했다.

■ 하이브 VS 민희진, 사건의 타임라인

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지난달 22일이다.

지난 보름 사이 다양한 일들이 쏟아졌다. 4월 22일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의 ‘경영권 탈취’ 정황이 드러났다며, 내부 감사에 돌입했다. 민 대표의 반박이 나온 것은 다음 날이다. 민 대표는 같은 달 23일 하이브의 또 다른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의 소속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카피했다고 문제 제기, 이에 대한 보복으로 감사에 착수했다고 주장했다. 그 사이에 뉴진스의 팬덤 버니즈는 “하이브 소속 뉴진스를 지지한다”, “민희진은 뉴진스와 가족을 이용하지 마라”고 트럭 시위를 했다.

다음 날인 25일 하이브는 어도어의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 ‘경영권 탈취’로 해석할 만한 다양한 정황 증거들을 포착했다. 특히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는 경영진과의 대화에서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대화록에는 ‘5월 여론전 준비’, ’어도어를 빈 껍데기로 만들어서 데리고 나간다‘와 같은 실행 계획도 담겼다. 하이브는 이날 오후 민 대표와 A 부대표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같은 날 민 대표는 욕설과 비속어, 반말을 섞은 장장 135분 간의 기자회견을 통해 하이브 입사 과정부터 뉴진스 데뷔 과정에 있었던 일들을 카카오톡 대화를 통해 공개했다. 민 대표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민희진, 방시혁, 쏘스뮤직의 3자 협업을 통해 ‘하이브 최초 걸그룹’, ‘민희진 걸그룹’을 데뷔시키기로 하고, 민지를 비롯한 멤버들을 뽑았는데 약속과 달리” 르세라핌이 하이브 최초 걸그룹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영권 탈취‘ 정황은 ’직장생활 중 나눈 사담‘이라고 강조했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여론이 흔들리며 양측은 본격적인 진실공방으로 돌입했다. 하이브는 기자회견 다음날 민 대표 기자회견에 대해 12가지 항목으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민 대표가 억울함을 토로했던 “쏘스뮤직과 민 대표의 논쟁으로 뉴진스 데뷔 일정이 밀리면서 르세라핌이 먼저 데뷔하게 됐다”며 “두 팀의 데뷔 시점이 연달아 이어져 홍보 기간을 (따로) 설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당초 하이브는 어도어에 4월 30일로 이사회를 요청했으나, 민 대표 측이 응하지 않으며 이들은 30일 법정 심문을 통해 만났다. 어도어 측은 결국 5월 10일까지 이사회, 5월 말까지 임시주총을 열겠다고 밝혔다.

이후 주주간 재계약 협상 과정을 통해 민 대표가 “풋백옵션을 30배로 요구한 것”, “뉴진스의 대표 단독 전속계약 해지권을 요구한 것”이 알려지며 ’배임 증거‘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예정대로 임시주총이 열리게 되면 하이브가 어도어의 지분 80%를 가지고 있는 만큼 민 대표의 해임은 확실시되고 있다. 이 경우 관건은 해임 이후로 보고 있다. 민 대표의 해임의 정당성 여부에 따라 이사회 잔여 임기 동안 보상받을 수 있는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해임’의 정당한 사유를 배임, 주주간 계약의 비밀유지의무 위반 여부에서 가릴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 [어도어 제공]

■ 민희진 기자회견 이후 대반전…뉴진스 관심 급증

일련의 갈등이 빚어지는 과정에서 대중의 반응이 달라진 것은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였다. 이른바 T.P.O는 내다버린 복장, 정제되지 않은 말투로 “난 이런 사람이다”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보여준 민 대표의 기자회견은 기존의 형식을 완전히 깨버린 파격의 대명사였다.

이날 민 대표는 갈등의 핵심 내용인 ‘경영권 탈취’ 의혹의 해명에 앞서 자신이 하이브에서 겪었다고 판단하는 갖은 불이익과 여성 직장인으로 경험한 사회문제를 쏟아냈다. 사건의 쟁점과 무관하게 욕설, 비속어를 섞어 토로하는 민 대표의 이야기에 움직인 것은 대중이었다. 심지어 “내가 니들처럼 기사를 두고 차를 끄냐, 술을 X마시냐, 골프를 치냐”, “여자가 사회생활하는게 이렇게 더럽구나”라는 대목에선 수많은 여성 직장인이 대동단결했다.

이런 이유로 FT는 민 대표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하이브의 임원진들을 상대로 폭언을 퍼부은 사실을 언급하며, 100대 기업 중 여성 임원이 6%를 차지하는 한국에서 남성 상사에 대한 비판이 호응을 얻고 있다고 봤다.

민 대표의 기자회견 이후 하이브와 그 사이의 갈등은 사회, 경제, 문화 전 영역으로 확장해 전방위 논쟁을 불러왔다. 가요계에서 20년 넘게 종사한 한 관계자는 “민희진이라는 크리에이터가 대중의 심리를 무척이나 잘 간파하고 있는 사람이다. 등장부터 전형적인 모습이 아니었고, 자신을 대한민국의 평범한 여성, 직장인으로 보여주며 울분을 토하는 것만으로 모든 이야기에 설득력을 얻었다”고 봤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 당시 ‘마타도어’를 강조하며 “뒤에서 뭐라뭐라 하지 말고, 들어올거면 그냥 나한테 ‘맞다이(일대일)’로 들어와”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에 온라인에선 ‘진정한 힙합’이라고 추앙하며 민희진의 새로운 수사는 국힙원탑이 됐다. 그가 기자회견에서 착용한 캡모자와 티셔츠는 이미 전 사이즈가 매진됐다.

뉴진스는 이미 4세대 최고의 걸그룹이나, 이번 갈등으로 뉴진스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더 뜨거워졌다. 특히 멤버 절반 이상이 아직 10대인 만큼 어른들 싸움에 낀 뉴진스 멤버들을 향한 걱정과 염려도 상당하다. 지난 27일 공개, 벌써 2500만 조회수를 기록한 뉴진스의 선공개곡 ‘버블검’ 뮤직비디오엔 ”우리가 지켜주겠다“, ”상처받지 않고 음악 활동했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이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최신 차트(4월 26일~5월 2일)한국 주간 인기 뮤직비디오와 인기곡 부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유튜브 글로벌 주간 인기 뮤직비디오와 인기곡 차트에서도 각각 2위, 5위에 올라 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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