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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도 SK도 “우리가 1등!”…반도체 시장 살아나자 더 독해진 ‘기싸움’ [비즈360]
HBM 12단 제품 둘러싼 팽팽한 기싸움
고단 적층 최적화 기술 두고 이견(異見)
“치열한 기술 경쟁, HBM 시장 확대로 선순환”
SK하이닉스는 2일 이천캠퍼스에서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김주선(왼쪽부터) 사장(AI Infra 담당),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 안현 부사장(N-S Committee 담당), 김우현 부사장(CFO)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고대역폭메모리) 기술을 둘러싼 기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HBM3E(5세대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 주도권을 되찾겠다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도 같은 제품 양산 시기를 계획보다 앞당기며 맞불을 놨다. 차세대 HBM 제품의 핵심인 고단 적층에 최적화된 기술을 두고도 팽팽한 이견(異見)을 보이고 있다. 양사의 기술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HBM 시장 확대 및 성숙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2일 이천캠퍼스에서 ‘AI 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이라는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최우진 P&T 담당 부사장은 “자사의 MR-MUF 기술이 최근 하이스택(고단적층)에서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며 “우리는 이미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통해 HBM3 12단을 양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사장은 “고단으로 갈수록 칩이 얇아지면서 칩이 휘는 현상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 때는 로우 포스(낮은 압력)을 사용해야 칩에 손상이 없다”며 “자사 특화 어드밴스드 MU-MUF 기술은 기존의 MR-MUF 성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순간적인 열을 통해서 더 많은 칩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고 덧붙였다.

HBM은 여러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성능을 크게 끌어올린 고성능 메모리다. 차세대 제품으로 갈수록 더 높은 층을 쌓는 적층 기술이 중요한데, 이런 고단 적층에 자사 MR-MUF 기술이 가장 적합하다는 의미다.

SK하이닉스 HBM3E. [SK하이닉스 제공]

최 부사장은 “MR-MUF 기술은 기존 공정 대비 칩 적층 압력을 6% 수준까지 낮추고, 공정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4배로 높이며, 열 방출도 45% 향상시킨다”며 “SK하이닉스는 HBM4에도 어드밴스드 MR-MUF를 적용해 16단 제품을 구현할 예정이며, 하이브리드 본딩(Hybrid bonding) 기술 역시 선제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SK하이닉스는 기존에는 내년에 예정돼있던 12단 HBM3E 제품 양산 계획을 올 3분기로 앞당기겠다고도 밝혔다.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은 “HBM 시장 리더십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세계 최고 성능 HBM3E 12단 제품의 샘플을 5월에 제공하고, 3분기 양산 가능하도록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발표는 올 들어 삼성전자가 12단 제품을 앞세워 HBM 시장 주도권을 빼앗으려는 움직임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사장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 인스타그램]

삼성전자는 올 초 업계 최초로 12단 HBM3E 제품 개발에 성공했다며 2분기 양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사의 TC-NCF 기술이 고단 적층에 가장 유리하다고도 강조한 바 있다.

지난달 30일 있었던 올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삼성은 “36GB 고용량을 지원하는 12단은 고단 스택 강점이 있는 TN-NCF(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 기술을 기반으로 선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한다”며 “하반기 HBM3E로 급격한 전환을 통해 고용량 HBM 수요 선점에 주력할 것이며 HBM3E 비중은 연말 기준 판매수량의 3분의 2 이상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를 반드시 앞지를 것이란 의지도 내비쳤다. 경계현 DS부문장 사장도 최근 있었던 사내경영설명회에서 “인공지능(AI) 초기 시장에서는 우리가 승리하지 못했다”며 “2라운드는 우리가 승리해야 한다. 우리가 가진 역량을 잘 집결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저가 세계 최초 개발한 HBM3E 12H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HBM 누적 매출을 두고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팽팽한 기싸움을 벌였다.

삼성은 SK하이닉스의 간담회가 있었던 2일 오전 자사 뉴스룸에 기고문을 올리고 “2016년 업계 최초로 고성능 컴퓨팅(HPC)용 HBM 사업화를 시작하며 AI용 메모리 시장을 본격 개척했다”며 “2016년부터 2024년까지 예상되는 총 HBM 매출은 100억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같은 기간 누적 매출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SK하이닉스의 HBM 누적 매출은 100억원대 중반, 백수십억원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HBM을 둘러싼 양사의 이런 경쟁은 결과적으로 AI 메모리 시장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2일 이천 본사에서 ‘AI시대, SK하이닉스 비전과 전략’을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곽 사장은 “현재 HBM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는데 고객들 입장에서도 1개 공급사만 바라보기에는 굉장한 불안함이 있을 거 같다”며 “그런 의미에서 (HBM) 공급사들이 선의의 경쟁을 통해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고객들도 HBM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HBM의 안정적인 선순환을 만들어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BM을 포함한 AI 메모리 시장은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6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김주선 AI인프라담당 사장은 “AI 메모리의 매출은 2023년 전체 메모리 시장의 약 5%(금액 기준)를 차지했는데, 2028년에는 61%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SK하이닉스는 HBM3E, 세계 최고 속도의 LPDDR55T, 업계 유일의 60TB 이상 QLC 기반 SSD 등 다양한 AI 응용처에서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세계 최고의 AI 메모리 공급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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