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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건보공단 특사경법 “21대 국회가 반드시 통과시켜야”

〈서울소비자시민모임 엄명숙 대표〉

작년 11월 경남 양산에서 의사면허를 빌려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며 수 십 차례 불법 성형시술을 하고 부당이득을 챙긴 사무장병원 대표와 간호조무사가 경찰에 적발됐다. 조무사는 성형전문의 행세를 하며 62명에게 85차례에 걸쳐 성형수술을 하고, 환자들에게 허위진료기록을 제공해 조직적 보험사기까지 벌였다고 한다. 수술받은 일부 환자는 영구장애와 부작용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의료인 아닌 이가 의료인 명의를 빌려 불법 운영하는 사무장병원을 일반인이 구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의료소비자가 의료기관 선택 시 병원 실소유주, 의사면허 진위여부 등의 정보에 접근하기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사무장병원을 피해가기 매우 어렵고, 전문적 성격이 강한 의료시장의 특성상 사무장병원으로 인해 피해를 입어도 소비자 권리구제가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사무장병원은 수익증대를 위해 의료인을 최소로 고용한다. 의료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과잉진료, 부당청구, 보험사기 등으로 의료생태계를 교란시킨다. 국민건강보험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는 불법기관임에도 보험 청구 누적 피해액이 2023년 기준 3조4000억원에 달한다. 건보재정 누수의 주범일 뿐 아니라, 더딘 수사로 인해 환수율은 6.92%(2335억원)에 불과하다.

이런 폐해는 대다수 선량한 국민의 건강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된다. 한마디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면서 주머니를 털고 있는 것이다. 사무장병원을 신속하게 적발·수사해 퇴출시킬 수 있는 관리체계 도입이 시급하다 아니 할 수 없다.

건강보험공단은 사무장병원으로 인한 부당한 재정지출 방지를 위해 불법개설기관 행정조사를 실시해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강력범죄 수사가 우선이다 보니 공단이 의뢰한 사무장병원 수사에는 평균 11개월이 걸린다. 그 사이 불법개설 가담자들은 재산을 은닉하고 폐업으로 증거를 없애고 있다. 수사가 길어질수록 부당이득금 환수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이런 배경에서 불법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 약국 조사 분야에서 전문지식과 빅데이터가 축적된 건보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자는 논의가 일었다. 법제화를 위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특사경법)이 제21대 국회 여야 4개 의원실에서 각각 발의돼 있다.

특사경제도는 사회가 전문·복잡화되고 각종 행정범죄가 증가하는 경향을 반영해 전문성을 갖춘 행정공무원 등에게 사법경찰권을 부여한다. 이를 통해 범죄수사의 신속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려는 취지다. 그 성과가 인정돼 정부와 지방정부 및 기타 기관들에서 특사경이 확대되는 추세다.

최근 사무장병원들의 수법이 점점 고도화되고 있어 빠르게 적발·수사하는 데 일반 경찰만으론 어렵다면 건보공단에 특사경권을 부여해야 한다. 전문인력을 활용해 보다 신속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고 건보재정 건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21대 국회 임기가 약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5월 임시국회가 21대 국회에서 주요 법안을 처리할 마지막 기회다.

법제사법위원회 1소위에 계류돼 있는 건보공단 특사경법을 반드시 처리해주길 의료소비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대한다. 국민 건강권을 지키고 연간 2000억원의 건보재정 누수도 막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직무유기다.

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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