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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형석 칼럼] 2030의 ‘환승연애’엔 죄가 없다...다시 문제는 공정!
4.10 총선 투표일인 10일 밤 국회 뒤로 한 방송국이 진행한 드론쇼가 보인다. [연합]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 그리고 올해의 총선에서 20대 유권자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56.4%→47.8%→59.3%로 변화했다. 30대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29.7%→48.1%→41.9%였다.

KBS·MBC·SBS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제21대 총선과 20대 대선, 22대 총선 등 지난 4년간 치러진 3번의 선거에서 20대와 30대가 모든 연령대 중 가장 극적인 정당 지지율 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2030은 21대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민주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2년 후 대선에선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 마음을 열며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했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선 민주당에 다시 승리를 안겼다. 이같은 2030의 투표성향은 정당 지지율의 우열이 그대로인 것은 물론이고 증감 폭마저 크지 않은 4050세대(민주당 우위)와 60대 이상(국민의힘 우위)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2030세대가 고정된 정치성향보다는 이슈와 판세에 따라 지지정당을 결정하는 ‘스윙 보터’이자,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청년인구 비중 감소에도 불구하고 입법·행정의 선출권력을 구성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힘을 가진 세대임이 입증된 것이다.

과연, 4년간 무슨 일이 있었길래 2030의 표심이 두번이나 확 뒤집어진 것일까. 똑같은 문제에 비슷한 답안을 제출한 윗세대와 달리 2년마다 다른 선택지에 기표한 그들, 2030은 도대체 누구일까. 그들의 선택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기성세대와 한국정치는 우리 사회의 미래인 그들의 물음에 어떤 대답을 내놓아야 할까.

▶2030, 4년간 두번 변심하다=지난 10일 치러진 22대 총선의 출구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 2.9~7.4%포인트)에서 지역구 기준 연령대별 지지정당을 살펴보면, 20대는 59.3%가 민주당을, 35.4%가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30대는 52.8% 대 41.9%였다. 이는 지난 2022년 20대 대선 출구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0.8%p)와 큰 격차를 보인다. 당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은 20대에선 47.8% 대 45.5%였고, 30대에선 46.3% 대 48.1%였다. 20대에선 2년만에 민주당 지지가 11.5%p 늘어난 반면, 국민의힘 지지는 10.1%p가 줄었다. 30대에선 민주당이 6.5%p 오르고 국민의힘이 6.2%p 내렸다.

이번 총선에서 2030세대의 정당 지지율 양상은 21대 때와 비슷하다. 당시 출구조사에서 지역구 기준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대가 56.4% 대 32.0%, 30대가 61.1%대 29.7%였다. 여론조사업체 뉴피니언이 중앙일보 의뢰로 만 18세 이상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17~19일 모바일 웹조사 방식(MMS)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선 대선 때 윤 후보를 찍었다고 답한 사람 중 10.1%가 이번 총선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다. 이 후보 투표층 중에선 5.8%가 이번 총선 지역구에서 국민의힘 후보에 표를 던졌다(신뢰도 95%, 표본오차 ±3.1%p). 대선 때 0.73%p의 국민의힘 승리가 총선에서 5.4%p(지역구 득표수 총합 기준)의 민주당 우위로 역전된 것은 ‘변심한 윤 지지자’가 ‘변심한 이 지지자’보다 많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결국 지난 3번의 선거에서 ‘변심한 문재인정부 지지자’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변심한 윤 대통령 투표층’은 이번 총선에서 범야권의 대승을 가져다 준 것이다. 그리고 두 번 변심한 유권자의 상당수는 2030이었다는 사실이 여러 통계로 확인된다.

▶연애효능감이 떨어지면 사랑을 접는다=2030의 급격한 표심 변화를 무엇으로 설명가능할까. 우선 21대·22대 총선에서 가장 주목해야 될 이슈는 ‘코로나19’(방역)와 ‘대파’(물가)다. 문재인 정부 시절 코로나19 팬데믹 중 치른 21대 총선은 전년도인 2019년 9월부터 일었던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논란에도 불구하고 당시 여당인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선거였다. 21대 총선 직전 이틀간인 2020년 4월 13~14일 실시된 한국갤럽 정기여론조사(신뢰도 95%, 표본오차 ±3.1%p)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평가(‘잘하고 있다’)는 59%였고, 부정평가( ‘잘못하고 있다’)는 33%였다. 긍정평가 이유 1위는 ‘코로나19 대처’로 54%였다. 대통령 긍정·부정평가가 20대에선 54% 대 33%, 30대에선 75%대 22%였다. 조국 전 장관을 둘러싼 청년층의 비판여론과 국민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 특히 2030은 여당 지지를 선택했던 것이다. 당시만해도 방역 성공이라는 정치적 효능감이 공정 이슈를 압도해버린 결과라고 분석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선 반대로 ‘정치적 효능감’의 결핍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정평가와 여당 패배의 주요한 이유였다. 한국갤럽이 총선 직후인 16~1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긍정·부정평가는 각각 23% 대 68%였고, 20대에선 14%대 70%, 30대에선 13% 대 80%였다. 부정평가 이유 1위는 경제·민생·물가(18%)였고, 소통미흡(17%), 독단적·일방적(10%), 의대정원확대(5%) 순이었다(이상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이 느끼는 정치적 효능감은 정치세력이 국가 문제를 해결해 실제 생활에서 효과가 나타날 때 뿐 아니라 아니라 여론에 따라 정책 및 통치자의 태도·정견이 바뀔 때에도 커질 수 있다. 따라서 소통미흡과 독단적·일방적이라는 평가 역시 정치적 효능감과 관련돼 있다 할 것이다.

두번의 총선과 다르게, 대선에선 정치적 효능감과 함께 ‘공정’ 이슈가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2022년 대선은 직전 총선에서 여당(민주당) 압승 2년 후, 역대 정권 말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높았던 대통령 지지율 속에서 치러졌지만, 정권교체가 이뤄졌다.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뿐 아니라 이른바 ‘조국 사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가 불러온 ‘공정 논란’이 결정적으로는 ‘스윙보터’인 2030을 변심시켰기 때문이다. 대선 당시 여러 쟁점에 따라 판세는 그때 그때 달라졌지만, 막상 투표소에 들어선 4050과 60대 이상은 대체적으로 기존 정치성향에 따라 선택하는 행태가 지배적이었다. 효능감과 공정논란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민주당에서 국민의힘 지지로 대거 이동한 연령층은 2030이었다.

▶2030 다시 ‘공정’을 묻다=대선 승리 2년 후, 2030의 상당수가 지지정당을 바꿨고, 이는 여당의 총선 참패로 결과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조국 심판’을 내세웠지만, 다수 유권자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스스로 내세웠던 ‘공정과 상식’이 실제로는 마땅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각종 의혹과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범죄자’로, 야권을 ‘범죄세력’으로 규정하고 이들을 막을 세력은 여당뿐이라고 주장했으나 유권자들을 설득하는데 실패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이변으로 꼽혔던 ‘조국 현상’에 대해서 2030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방송사 출구조사의 연령별 비례대표 정당지지율을 보면 조국혁신당은 20대에서 18.2%, 30대에서 23.4%를 기록했다. 이는 국민의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 지지율(20대 23.7%, 30대 24.7%)에 맞먹고 ‘젊은 개혁 보수’로 꼽히는 개혁신당(20대 10.0%, 30대 6.5%)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2030은 민주당 비례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비례 1위(20대 39.4%, 30대 33.6%)를 안기고도 조국혁신당에 이만큼의 지지를 나눠 보낸 것이다.

2030이 조국 전 장관에 ‘면죄부’를 준 것일까? 아무도 동의할 수 없을 것이다. 달라진 것은 ‘조국’이라는 기표의 정치·사회적 기의다. ‘조국 사태’ 때 ‘조국’은 문 정부의 ‘내로남불’을 표상했다. 입으로는 정의와 평등을 외치면서 자녀의 학력과 재산 증식을 위해 위·편법을 마다하지 않는 ‘진보의 위선’을 의미했다. 특히 권력을 도구삼아 기회와 능력의 공정 원칙을 배반한 행위라며 큰 분노를 표한 것이 2030이었다. 하지만, 2년 후 ‘조국 현상’은 검·경찰의 수사, 법 적용의 잣대가 과연 공정한가라는 질문이 됐다. 조국 대표와 그 가족의 유무죄 여부와는 별개로, 과연 현 집권층 내에서 부정·비리 의혹을 사고 있는 유력자들에도 같은 공권력의 잣대가 적용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불러왔다.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의혹·혐의가 그대로임에도 ‘이재명 심판’이 여당의 정치적 구호로서 명분과 설득력을 잃은 이유이기도 하다. 2년 전 민주당 정부의 재집권을 막았던 ‘내로남불’의 비판이, 이번엔 윤석열 정부를 향했던 것이다.

▶공정의 재구성...법·기회·능력·젠더·미래의 다섯 가지 범주=2030에게 공정이란 무엇인가. 오랜 정치적·철학적 논쟁의 대상이 돼 왔고, 그만큼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우리는 일련의 선거와 사건 속에서 상식적인 수준의 공정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검사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가장 부각된 것은 ‘법 공정’이다. 검·경찰의 수사와 기소·판결이 과연 누구에게나 동일한 잣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곧 사법권 행사의 정당성에 대한 국민의 감정이 한층 중요해졌다.

둘째, 우리 사회가 유한한 유·무형의 자원에 누구나 균등한 접근 기회을 보장하는가, 곧 ‘기회 공정’의 문제다. 누구나 노력을 하면 원하는 학력과 지위, 자산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특정인에게만 개방되거나, 특정인에게만 정보가 독점돼서는 안된다. 진학과 취업 등에 ‘부모찬스’가 있거나, 주식·부동산 등의 자산을 얻는데 특정인에 독점된 정보가 이용되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셋째, 능력에 따라 자원이 분배되고 보상이 결정되야 한다는 ‘능력 공정’의 문제다. 이는 현재 우리 사회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가장 논쟁적인 이슈다. ‘능력’을 어떻게 측정하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해야 하는가, 불평등 해소와 사회적 약자 배려라는 공공의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정책으로 청년층의 반발을 샀던 문 정부 때의 ‘인국공 사태’가 ‘능력 공정’을 두고 벌어졌던 대표적인 갈등이다.

넷째는 ‘젠더 공정’으로 윗세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2030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는 갈등 요인이다. 젠더 공정은 법·기회·능력 공정에 포함되는 것이지만, 그 중에서 특별히 성(性)과 관련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법 적용과 기회 부여, 능력 평가가 여성에게 여전히 구조적으로 불리하다고 주장하는 것이 여성의 입장이다. 반면, 남성들은 여성인권·양성평등의 제도화로 오히려 남성들이 역차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현재와 미래,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 간 ‘자원 배분’의 문제가 있다. 미래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공정의 문제, ‘미래(세대) 공정’이라고 할 것이다. 기후와 연금 문제,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 문제롤 꼽을 수 있다.

▶2030의 ‘환승연애’엔 죄가 없다=이것이 지난 4년간 벌어졌던 2030의 정치적 ‘환승연애’기(記)다. 환승연애가 요령부득인 윗세대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라고 물을 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지켜온 사랑인데. 어떻게 지켜온 진보인데. 어떻게 지켜온 보수인데. 그러나 2030은 말한다. 사랑이 뭔데요. 사랑은 원래 움직이는 거에요. 정치가 뭔데요. 이념이 뭔데요. 시대가 달라졌어요.

2030은 연애효능감이 다하면 사랑을 의심한다. 지지부진한 연애를 극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믿는 윗세대들이라면 이해할 도리가 없다. 연애효능감도 사랑도 확신할 수 없다면 2030은 주저없이 ‘나는 솔로’를 선언하고 ‘최종 선택’을 거부할 것이다.

2030의 환승연애엔 죄가 없다. 죄가 있다면 그들의 연애를 알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해왔던 윗세대, 그리고 정치권이다. 사랑이 무엇인지 터놓고 얘기할 대화의 기술도 변변하지 못한. 그들이 원하는 공정이 무엇인지 물어볼 용기조차 없었던.

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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