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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화물·산화물·폴리머계…‘전고체 新기술’ 어디까지 왔나 [세모금]
황화물계 시장 주류될 가능성 높아…삼성SDI·토요타 주력
2030년 전고체 시장 400억달러로 성장…황화물 비중 40%
중국 반고체전지 우선 상용화…탑재 차량 출시 속속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업계는 다양한 고체 전해질 가운데 황화물계에 주목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의 4대 요소 중 하나인 전해질을 고체로 만들어 액체 상태의 전해액을 쓰지 않는 대신 성능와 수명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고체 전해질은 크게 황화물계, 산화물계, 고분자계(폴리머계)로 나뉜다. 이 중 황화물계의 특성이 가장 우수해 상용화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 샘플. [삼성SDI 제공]

24일 업계에 따르면 황화물계는 고체 전해질 중 이온전도도(이온의 이동 속도, 배터리 성능의 핵심지표)가 가장 우수하고, 이온 전도 경로인 접촉계면 형성에 용이하다. 가압 시 고체 전해질층을 만들 수 있어 가공성이 좋은 것도 장점이다. 다만 황이 수분과 반응해 독성물질인 황화수소를 발생시키기 때문에 제조 난이도가 높다.

산화물계는 이온전도도가 양호하고, 공기 중 안전성이 우수하다. 다만 제조 공정상 1000도 이상의 고온 열처리가 필요하다. 고분자계의 경우 기존 액체 전해질 제조 공정과 유사해 제조 원가 절감이 가능하지만, 이온전도도가 낮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전고체 연구 초기에는 다양한 방면의 연구가 이뤄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궁극적으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이 주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SDI·토요타 등 전고체 배터리 시장 선두 주자로 꼽히는 글로벌 기업들 역시 황화물계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삼성SDI는 개발 중인 전고체전지 샘플이 170도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보였다는 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가 130도 전후로 전압이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했으나, 이보다 우수하다는 분석이다.

토요타 전고체 배터리 프로토타입. [토요타 제공]

토요타는 삼성SDI와는 전해질과 음극의 조성 및 소재에서 다소 차이점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황화물계 내에서도 아지로다이트 구조를 중심으로, 토요타는 리시콘(LiSICON), LGPS(리튬·게르마늄·인·황) 등 구조를 중심으로 각각 전고체 전지를 개발 중이다. 음극활물질(음극재) 역시 삼성SDI는 무음극 기술을 개발한 반면, 토요타는 흑연 또는 리튬 금속을 적용 중이다.

SK온은 미국의 솔리드파워와 손잡고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월 양사는 기술 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솔리드파워는 우수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SK온에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비교적 기술 단계가 낮은 폴러머계를 오는 2026년이나 2027년까지 우선 개발한 뒤, 2030년 황화물계를 상용화하겠다는 단계별 로드맵을 구축했다.

GAC의 전고체 배터리 샘플. [GAC 제공]

반면 중국 기업들은 현재 폴리머계 고체 전해질에 일부 젤 타입 전해질이나 리튬염을 사용한 반고체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황화물계 전고체전지 양산에 나설 것으로 전망돼 우리 배터리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는 2026년까지 ‘자국 내 순수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선언한 중국 GAC의 경우 황화물계 또는 산화물계를 적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GAC의 주장대로) 고에너지밀도의 특성에 더해 배터리 작동 온도가 폭 넓다는 주장을 감안하면, 고온 환경에서만 작동이 되는 유기계의 폴리머 배터리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그렇다면 황화물계 또는 산화물계를 적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2027~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한국 및 일본 업체에 위협적인 이슈”라고 진단했다. 다만 소재 안정성 검증을 비롯해 제조를 위한 설비 구축, 계면저항 이슈 등 각종 난제가 해결됐는지는 미지수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전 세계 전고체전지 시장규모가 2022년 2750만 달러(약 380억원)에서 오는 2030년 400억 달러(약 55조원)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035년에는 황화물계가 전고체전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업계 일각에서는 기술 난이도가 높고, 새로운 배터리가 전기차에 적용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용화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질 것이란 지적도 있다.

이에 따라 일부 기업들은 ‘반고체’ 개발에 더욱 집중하는 노선을 택하기도 한다. 대만의 프롤로지움은 우선 산화물계 전고체전지를 기반으로 젤 형태의 일부 액체 전해질을 사용한 반고체전지 양산에 나서고 있다.

중국 CATL이 최근 공개한 ‘응축형 배터리’ 역시 업계에서는 폴리머계 고체전해질에 일부 젤타입 전해질을 사용한 반고체전지로 보고 있다. 중국 SAIC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IM모터스는 반고체 배터리를 채용한 ‘L6’ 차량에 대해 선주문을 발표했고, 중국 니오도 반고체 배터리를 전기차 ‘ET7’에 탑재하겠다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의 4배 이상으로 추정되는 전고체 전지의 가격을 양산 시점까지 낮추는 것이 관건”이라며 “메이저 전지 업체는 주로 황화물계에 주력하는 반면, 산화물-고분자계를 활용한 반고체전지가 중국을 중심으로 먼저 상용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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