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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도어 ‘하이브 탈출’ 시도...민희진은 왜 등을 돌렸나
하이브 “민희진 경영권 탈취 정황”
국내 넘어 해외투자 유치도 고려
뉴진스 성과 보상 입장차로 균열
유사이미지 아일릿 성공에 전면전
하이브와 소속사 어도어의 민희진(오른쪽) 대표 간 갈등으로 컴백을 앞둔 걸그룹 뉴진스(가운데)의 활동에 적신호가 켜졌다. 왼쪽은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 [하이브·어도어 제공]

“자회사 간 이해상충을 야기하는 하이브식 경영을 비판한다.”

국내 걸그룹의 ‘새로운 표준’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 뉴진스 제작자인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하이브의 박지원 최고경영자(CEO)와 방시혁 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메일 내용이다. 민 대표가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운영 방식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K-팝 왕국’ 하이브가 흔들리고 있다.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를 향한 자회사 어도어의 저격이 이어지면서다.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갈등은 ‘진실공방’으로 치달으며 K-팝업계를 시끄럽게 달구고 있다. 그렇다면 민 대표는 왜 하이브에 등을 돌릴 수밖에 없었을까.

▶하이브, ‘어도어 독립’ 문건 확보...무슨 내용?=24일 가요계에 따르면 방 의장과 민 대표의 갈등으로 대변되는 하이브와 어도어 간 대립은 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의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데뷔 7일째 되는 날이었다. 뉴진스의 소속사인 어도어 경영진은 같은 날 “자회사 동의 없이 안무를 표절하고 콘셉트를 모사한 것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니 답변을 바란다”고 모회사 하이브에 메일을 보냈다.

하이브는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가 22일 뜬금없이 민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일부 경영진이 본사로부터 독립하려는 정황을 포착했다며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팀에서는 어도어 경영진 업무 구역을 찾아 회사 전산 자산을 회수, 모든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하이브가 어도어 전산 자산을 통해 ‘경영권 탈취’의 물증이 될 만한 문건은 최소 3건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건이 어도어가 하이브 측에 ‘항의 서한’을 보내기 전인 지난달 23일과 29일 각각 작성한 업무 일지였다. 민 대표의 최측근인 어도어 경영진 A씨가 작성한 것이다.

문건에는 어도어가 본사부터 독립을 시도하려는 정황이 의심될 만한 내용이 담겼다. 특히 ‘어젠다(Agenda)’라는 제목 아래 ‘계약서 변경 합의’라는 세부 시나리오가 적힌 문건엔 ‘외부 투자자 유치 1안·2안 정리’라는 항목 아래 글로벌 사모펀드의 이니셜이 언급됐다. ‘G·P는 어떻게 하면 살 것인가’는 대목과 내부 담당자 이름까지 언급돼 있다. G는 싱가포르투자청(GIC), P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이니셜이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 일부를 싱가포르투자청이나 사우디 국부펀드에 매각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문건이다.

뿐만 아니라 ‘하이브는 어떻게 하면 (어도어 주식을)팔 것인가’라는 내용도 담겨 있다. 하이브가 어도어의 지분을 하는 방법을 모의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현재 하이브는 어도어 지분 80%, 민 대표 측은 20%를 보유하고 있다.

민 대표는 지난해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어도어 지분 18%를 매입, 하이브에 이어 어도어의 2대 주주가 됐다. 나머지 지분 2%는 어도어의 다른 임원이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민 대표가 전날 제기한 빌리프랩 소속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의혹 역시 하이브가 어도어의 주식을 매각하도록 유도하는 구실 중 하나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3월 29일자 문건엔 ‘목표’라고 적은 뒤, ‘궁극적으로 빠져나간다’, ‘우리를 아무도 못 건드리게 한다’ 등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파악됐다.

하이브는 이러한 정황 증거를 확보해 어도어에 정보 유출, 경영권 탈취 모의 등 사실관계를 묻는 질의서를 보내 24일 오후 6시까지 답변하도록 요구한 상태다.

▶뉴진스 대박 났는데 성과 보상은 “글쎄...”=현재까지 양측은 진실공방을 방불케 할 만큼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브는 민 대표와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를 주장하고 있고, 민 대표는 ‘뉴진스 베끼기’를 문제 삼자, 자신을 해임하려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민 대표와 하이브 간 균열은 뉴진스의 탄생 과정부터 시작됐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특히 걸그룹 소속사 간 치열한 경쟁과 하이브와 어도어의 미묘한 관계가 업계에서 회자될 정도였다.

민 대표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 2~3세대 K-팝 그룹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디자인하며 독창적인 감각으로 업계의 핵심 크리에이터로 떠오른 제작자다. 하이브로 이적한 이후에는 방 의장과 함께 산하 레이블 쏘스뮤직에서 신규 걸그룹을 론칭할 계획이었다.

서로를 존중하며 의기투합했던 두 사람은 걸그룹 제작 과정에서 의견차가 발생했다. 결국 2021년 공동 제작이 아닌, 하이브가 자본금 161억원을 출자해 만든 자회사 어도어에 민 대표를 보내 각자 걸그룹을 만들기로 했다. 이에 방 의장은 2022년 5월 쏘스뮤직에서 르세라핌을, 민 대표는 같은 해 7월 어도어에서 뉴진스를 데뷔시켰다.

두 그룹 모두 결과적으로는 4세대 K-팝 그룹의 중추가 됐으나, 엄밀히 따지면 뉴진스가 업계를 평정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뉴진스는 이전의 K-팝 그룹이 시도한 적 없던 데뷔전을 치르며 걸그룹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했다. 민 대표가 뉴진스의 성공에 대해 하이브와는 별개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뉴진스의 성취에 따른 보상 수준에 대해 입장 차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민 대표는 지난해 연말 기존 대비 2배가 넘는 거액의 보상을 요구했고, 하이브가 이를 거부했다.

이에 민 대표는 어도어의 ‘경영권 탈취’ 계획을 모의했고, 하이브는 이를 올 초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던 중 뉴진스와 비슷한 아일릿이 데뷔하고, 큰 성공을 거두자 민 대표와 어도어 측이 표절 문제를 제기하며 갈등에 불을 지핀 것이다.

실제로 아일릿은 데뷔곡 ‘마그네틱(Magnetic)’으로 각종 음원 차트와 TV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휩쓸고, K-팝 데뷔곡 사상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핫 100’에 진입했다. 하지만 이미 K-팝 팬 사이에서도 아일릿의 10대 감성과 뮤직비디오 일부 장면,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이 뉴진스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업계에선 뉴진스가 업계 트렌드로 자리잡은 이후 이미 다수의 걸그룹이 뉴진스 스타일을 지향해온 데다, 이러한 문제 제기가 같은 모회사를 둔 산하 레이블 사이에 나오는 것이 맞냐는 지적도 있다. 비슷한 콘셉트로 트렌드를 이어가며 업계에서 세를 확보하려는 것도 전략적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민 대표는 “방 의장이 아일릿의 데뷔 앨범을 프로듀싱했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니 어도어와 뉴진스가 유사함을 허용하거나 양해했으리라는 반응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어도어는 하이브와 빌리프랩(아일릿 소속사인 하이브 산하 레이블)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뉴진스의 성과를 카피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양해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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