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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진스 컴백 앞두고 웬 날벼락…하이브 ‘멀티 레이블’ 체제 흔들린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에 감사 돌입
민희진 대표 “뉴진스 베끼기 지적하니 사달”
레이블 간 경쟁이 원인…유연한 대책 필요

방시혁 하이브 의장, 민희진 어도어 대표 [하이브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K-팝 걸그룹의 ‘새로운 표준’ 뉴진스를 제작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국내 1위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하이브가 민 대표에 대해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며 감사에 돌입하자, 민 대표는 이를 전면 부인하며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Copy·베끼기)”가 원인이라고 맞섰다. 모회사와 산하 레이블 간 터져버린 갈등에 멀티 레이블 체제도 휘청이고 있다.

하이브는 22일 민희진 어도어 대표를 비롯한 일부 경영진이 본사 독립 정황을 포착, 관련 증거를 수집하고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A씨에 대해 증거 수집에 돌입했다. 감사팀에선 어도어 경영진 업무 구역을 찾아 회사 전산 자산을 회수했고, 대면 진술 확보에 나선 상황이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는 그러나 하이브의 ‘경영권 탈취’ 주장에 “어이없는 언론 플레이”라고 반박하며 하이브 산하 레이블인 빌리프랩 소속의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문제를 제기하자 해임하려 한다”고 입장을 냈다.

하이브 “경영권 탈취” vs 민희진 “뉴진스 베끼기”

양측의 입장은 팽팽하다. 하이브에 따르면, 어도어 경영진이 회사의 경영권을 가져가려는 의심스러운 정황이 포착돼 감사권을 발동했고, 민희진 대표의 사임까지 요구한 상황이다.

어도어는 민 대표가 2021년 설립한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다. 민희진 대표는 과거 SM엔터테인먼트에서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의 콘셉트와 브랜드를 맡아 독창적인 색감과 표현으로 가요계에서 명성을 얻은 스타 제작자다. 하이브로 이적한 후에도 용산 신사옥 공간 브랜딩과 디자인을 맡았고, 걸그룹 뉴진스를 키워내며 K-팝 업계의 판도를 바꿨다.

어도어의 하이브 지분율은 80%. 나머지 18%는 민 대표, 기타(2%) 주주로 돼있다. 민 대표는 지난해 콜옵션(주식을 정해진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을 행사해 어도어 지분 18%를 매입, 하이브에 이어 어도어의 2대 주주가 됐다.

하이브가 감사권을 발동한 것은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 A씨가 직위를 이용해 투자자를 유치하려 대외비인 계약서 등을 유출하고,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주식을 팔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추정하기 때문이다. A씨는 게다가 하이브 내부 정보를 어도어에 넘겼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어도어, 연합]

민 대표는 이와 관련 “어도어 및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며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일릿은 데뷔곡 ‘마그네틱’(Magnetic)으로 각종 음원 차트와 TV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휩쓸고, K-팝 데뷔곡 사상 최초로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핫 100’에 진입하며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다만 아일릿의 10대 감성과 뮤직비디오 일부 장면,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이 뉴진스와 흡사하다는 지적이 일부 제기된 것도 사실이다.

민 대표는 “하이브 방시혁 의장이 아일릿 데뷔 앨범을 프로듀싱했다. 하이브 산하 레이블이니 어도어 및 뉴진스가 유사함을 허용하거나 양해했으리라는 반응도 있다”며 “그러나 어도어는 하이브와 빌리프랩(아일릿 소속사인 하이브 산하 레이블)을 포함해 그 누구에게도 뉴진스의 성과를 카피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양해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와 빌리프랩에 유사성 논란에 대해 공식적인 문제를 제기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민 대표는 “갑작스레 (나의) 직무를 정지하고 해임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하면서 그 이유로 ‘어도어의 기업가치를 현저히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하고 있다”며 “언론에는 (내가) ‘경영권 탈취를 시도했다’는 등 어이없는 내용의 언론 플레이를 시도했다”며 하이브의 주장을 반박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의 대립으로 전날 하이브 주가는 7.81%나 하락했다. 다음 날인 23일에도 전날보다 2.59% 떨어진 수준에서 장을 시작했다. K-팝 업계 관계자들은 “하이브라는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가 선도적으로 이끌어온 멀티 레이블 체제가 빚을 수 있는 갈등이 K-팝 업계에서 시작된 사례”라고 봤다.

하이브 성공 전략 ‘멀티 레이블’…유연한 해결책 필요

하이블 산하엔 방탄소년단이 소속된 빅히트뮤직, 세븐틴이 소속된 플레디스, 르세라핌의 쏘스뮤직, 엔하이픈의 빌리프랩, 뉴진스의 어도어 등이 있다.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체제의 구축으로 특정한 대형 아티스트 의존 구조를 벗어나고 다채로운 음악 장르와 콘셉트로 다양성을 추구하며 성공적인 몇 해를 보냈다. 이 같은 멀티 레이블 체제는 하이브가 방탄소년단 의존도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행보와 투자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성공 전략이었다.

산하 레이블의 운영 방식도 독립적이었다. 하이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각각의 레이블은 아티스트 데뷔, 음반 작업 등 일련의 제작 과정에서 모회사와의 전략적 논의 없이 독자적인 행보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K-팝 업계의 ‘선진화된 모델’로 꼽혀온 멀티 레이블 전략의 약점이 노출됐다. 가요계 관계자들은 “모회사와 레이블 사이의 갈등이나 레이블 간의 경쟁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일이었고, 다수의 레이블 중 특정 레이블과 소속 아티스트의 역량과 힘이 커질수록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한다.

[하이브 제공]

양측의 대립이 멀티 레이블 체제의 부작용으로 볼 수도 없으며, 존속 여부를 논할 사안은 아니라는 데에 가요계 관계자들은 의견을 함께 하고 있다. 다만 유연한 대처와 해결, 모회사와 레이블 간의 갈등 해결을 위한 해법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번 갈등이 쉽게 잦아들 거라 보진 않고 있다. 민 대표는 “하이브, 빌리프랩, 방시혁 의장은 제대로 된 사과나 대책 마련은 하지 않으면서 단지 개인을 회사에서 쫓아내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뉴진스가 일궈 온 문화적 성과를 지키고, 더 이상의 카피 행위로 인한 침해를 막고자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현 경영진에 대한 감사 질의서 답변 시한을 23일로 정해뒀으며, 앞서 확보한 와 전산 자산 등을 분석, 필요시 법적 조치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뉴진스의 컴백 예정일은 다음달 24일이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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