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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솟은 유가·환율, 2%대 성장 위협
사상 4번째 1400원대 찍은 환율
외환당국 “상황 예의주시” 구두개입
수입물가 상승 압박 내수 침체 우려

환율과 유가가 동시에 치솟으면서 한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한 가운데 예상보다 강한 미국 소비지표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데 따른 것이다.

수입물가 상방 압력은 더 커지고 있다. 당초 한국은행은 국제유가를 83달러로 전제하고 2월 수정 경제전망을 작성했는데, 최근 유가가 90달러선을 뚫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오를 개연성이 충분하다. 인플레이션 억제에 실패하면 금리 인하 시점은 뒤로 더 밀린다. 내수 침체는 물론 취약계층 가계부채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연이어 터질 수 있다는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17일 기획재정부·한은 등에 따르면 한은은 지난 2월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6%로 유지했다. 해당 수치는 브렌트유 가격이 연간 평균 83달러를 기록할 것이란 전제 아래 계산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면서 유가가 요동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로써 한은이 전제한 유가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도 커졌다.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16일 기준 배럴당 90.02달러를 기록하는 등 이달 들어 90달러선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두바이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등 주요 국제 원유가격도 90달러선 안팎에서 움직이며 모두 연중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향후 이스라엘의 고강도 보복 공격에 따라 이란 원유 시설이 파괴되면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환율도 급등하고 있다. 연일 연고점을 높이던 원·달러 환율은 전날 장중 한때 1400원선을 뚫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선 건 미국이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던 시기인 2022년 11월 7일(1413.5원) 이후 약 17개월 만이다. 1400원대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 등을 포함해 단 4번뿐이다.

환율 상승 속도 역시 빠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28일 장중 1350원을 돌파한 후 이달 11~15일 1360원, 1370원, 1380원선을 차례로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 상단을 1450원대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전망도 증권가에서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에 외환당국은 외환 변동성 완화를 위한 구두 개입에 나섰다. 기재부·한은은 전날 공동으로 기자들에게 배포한 문자 메시지에서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과 외환 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은 지난 2022년 9월 15일 이후 19개월 만이다. 특히 두 기관의 국장이 공동으로 구두개입한 것은 2022년 6월 13일 이후 22개월 만에 처음이다. 공동 구두개입이라고 해서 추가 조치가 따라오는 것은 아니지만, 양측의 시각이 일치하며 그만큼 상황의 엄중함을 나타내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와 환율이 동시에 뛰면 수입물가가 직접 상방 압력을 받는다. 이미 상승 중인 수입물가가 더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3월 수입물가(원화기준)는 0.4% 오르면서 3개월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3월 수입물가엔 중동 긴장 고조에 따른 유가·환율 상승분이 반영되지 않아 4월엔 수입물가 오름폭이 더 커질 수 있다.

정부는 당초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3.1%로 정점을 찍고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농수산물에 더해 석유류 물가까지 뛰는 등 물가 불안요인만 계속 추가되는 상황이다.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민간 소비 회복은 요원해질 수 있다.

하반기 내수 회복에 따른 올해 2.1% 성장(한은 전망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아직까지는 2년 연속 1%대 성장률 경로로 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만, 미국과 중국 등의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전망치가 꺾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양영경·홍태화 기자

y2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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