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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은행 정책 전환에도 시장은 왜 움직이지 않았는가? [시라이 사유리의 세계 경제정책 인사이트]

이 기사는 해외 석학 기고글 플랫폼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azuo Ueda has a drink of water as journalists raise their hands to ask questions during a press conference after a two-day monetary policy meeting at the BOJ headquarters in Tokyo on March 19, 2024. Japan’s central bank pulled the plug on March 19 on its ultra-aggressive monetary stimulus programme, hiking rates for the first time since the global financial crisis. [AFP]

일본은행(BOJ)은 올해 3월 18~19일 대규모 정책 변경을 단행했다. 이번 정책 변경을 쉽게 설명하자면 구로다 하루히코( 田東彦) 전 총재 시절에 실시한 대담한 금융완화 구조를 철폐하고 직전의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총재 시절로 돌아가서 작금의 복잡한 구조를 간소화시킨 것이다.

그러나 정책 변경 내용이 사전에 신문에 보도된 점, 그리고 미국과의 금리차를 크게 줄일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엔-달러 환율이 상승해 엔화 약세가 진행됐고, 장기금리에도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았다.

단기금리의 정상화

주요 변경사항은 ‘장단기 금리조작(YCC, Yield Curve Control)’ 정책을 폐지한 것이다. 장단기 금리 조작이란 단기금리는 소폭의 마이너스 금리로, 10년물 장기금리는 0% 정도로 유지하며 장기금리(10년 만기 국채 금리)의 변동폭 상한선을 최대 1%까지로 억제하는 내용이다.

첫째, 단기금리에 관해서는 시라카와 총재 시절의 방식을 부활시켰다. 이제까지 일본은행 당좌예금의 극히 일부에 대해 적용하던 -0.1% 금리를 폐지하고 +0.1%로 일원화했다. 동시에 정책금리는 일본은행 당좌예금에 적용하는 금리에서 은행간 시장(interbank market) 금리인 ‘무담보 콜금리(익일물)’로 변경하고, 목표 금리를 0~0.1%로 유도하기로 했다. 무담보 콜금리(익일물)는 미국의 연방기금(FF) 금리와 마찬가지로 은행간 시장의 자금 수급으로 결정되는 시장금리다. 즉, 단기금리는 정상화된 셈이다.

금번 정책 변경으로 인해 최근 -0.005% 전후로 움직이던 무담보 콜금리(익일물)는 0.77% 수준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은행의 대출금리는 0.3%수준이며 아직까지 전혀 변화가 없다. 예금금리는 0.001%에서0.02%로 소폭 상승했지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다.

둘째, 10년물 금리에 대해서는 0% 유도 목표를 철폐하고 1%로 지정한 변동폭 상한선도 폐지했다. 나아가 ‘근원물가지수(신선식품을 제외한 인플레이션율)가 2%를 안정적으로 넘을 때까지 본원통화(현금과 일본은행 당좌예금의 합계)를 계속 공급할 것’이라는 내용의 ‘오버슈트형 커미트먼트’도 철폐했다. 이 오버슈트형 커미트먼트로 인해 일본은행의 밸런스시트(보유자산)가 장기간 확대되어 왔고, 최근에는 주로 국채 매입에 의해서 그 규모가 불어났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로 인해 일본은행이 당장 국채 매입을 줄이거나, 또는 그럴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으로 인해 장기금리의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당분간 변함없이 매월 6조엔 정도(상환 기한이 도래한 만큼의 재투자를 포함)의 국채를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장기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는 경우 대량의 국채 매입이나 ‘지정가격 오퍼레이션(특정 이율로 국채를 무제한으로 사들이는 공개시장조작)’을 유연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장기 국채는10년물 국채 이율이0.7%대의 낮은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추이하고 있다.

셋째, ETF(상장지수펀드)나J-REIT(부동산투자신탁)의 신규 매입을 중단했다. 지금까지 이들 자산에 대하여 매입 상한선을 설정해왔지만 오랜 기간 동안 실제로 매입한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조치로 보이지만 향후 시장이 불안정해진다 하더라도 매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People walk past Japan national flags in a shopping district in Tokyo, Japan [Reuters]

정책 변경을 서두른 일본은행

일본은행은 서둘러 금번 정책 변경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는 결코 강하다고 볼 수 없다. 작년 10-12월 분기의 실질성장률은 전기 대비 연율 환산으로 0.4% 증가에 그쳤다.

일본은행은 정책 변경의 이유로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이 확인된다는 점’과 ‘2% 인플레이션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의 두 가지를 꼽았다. 이 두 가지 이유를 한 번 점검해 보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 이유인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이 정말로 이뤄지고 있을까? 지난해 대기업과 노동조합의 춘투(봄철 임금인상 투쟁) 결과는 3.6%로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을 포함한 작년 4월부터 12월까지의 실제 임금상승률은1.3%에 불과하다. 2024년에 들어서 임금은 상승했지만 실질임금은 개선되지 않았다. 전년 상승률(1.9%)보다 낮은 수준이다. 실질임금 상승률은 지난해 4~12월은-2.3%였지만 그 직전 해에는 -1.6%였다. 즉 춘투의 결과와 중소기업을 포함한 경제 전체의 임금상승률 간에는 상관관계가 없다. 중소기업은 임금 인상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는 사실 또한 짐작해볼 수 있다.

한편 물가가 급등하면서 실질 개인소비는 최근3분기 연속으로 하락하고 있다. 명목임금 상승률의 정체와 실질임금 하락으로 인해 실질소비가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연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미국의 경우 임금상승률은4.4%, 실질임금상승률도 1% 수준이며 실질소비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이 정도면 물가상승-임금상승의 선순환이 확인된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두 번째 이유인 ‘2% 인플레이션 목표를 안정적으로 달성할 것’이라는 점도 한 번 살펴보자. 금년 2월의 인플레이션율은 2.8%였다. 특히 식료품 인플레이션율은 5% 수준으로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한편 작년 2월부터 에너지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지급해온 정부의 전기·가스 요금에 대한 보조금 정책이 종료될 예정인데 이것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지켜볼 필요가 있다. 가령 식료품과 에너지의 가격 변동이 0%였다면 일본의 인플레이션율은 2.8%가 아닌 1.6%였을 것이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는 안정적인 2%대 인플레이션 달성을 전망하는 이유로 서비스 인플레이션이 2.2% 전후로 추이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서비스 인플레이션을 살펴보면 70%가 휴대전화 통신 요금, 외국 패키지 여행비, 숙박비의 3가지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통신 요금은 국민의 필수품이라 매년 가격 인상은 있을 수 없다. 실제로 저렴해진 통신요금을 강조하는 광고도 종종 본다. 외국 패키지 여행비와 숙박비는 엔화 약세에 따른 영향이다. 세 항목 모두 내수가 탄탄해서 발생한 결과라 보기는 어렵다.

가령 위에서 언급한 식료품, 에너지, 3개의 서비스 항목의 물가상승률이 0%라면 일본의 인플레이션율은 0.9%밖에 되지 않는다. 도저히 일본은행이 설명한 2%의 안정적인 인플레이션을 전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

왜 정책 변경을 서둘렀나

우에다 총재는 올해 춘투의 잠정적 결과가 5.3%로 작년 수준을 크게 뛰어넘은 점이 금번 정책 변경 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전체적으로 물가상승률이 하락하는 추세인 만큼 2%대를 유지하고 있는 동안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해제를 서두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6월경부터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공화당 대선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행이 향후 환율·주가·금리의 불안정 요인이 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직 시장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을 때 서둘러 변경하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행은 2016년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이래로 은행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다양한 조치 등을 고민해왔다. 즉, 겉으로는 금융완화 정책을 실행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수단이라고 강조하는 한편으로 마이너스 금리의 부작용을 강하게 의식해 온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10년이라는 장기금리를 이렇게 오랫동안 관리 감독하려는 정책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다. 일반적인 정책이 아닌 만큼 변경할 수 있을 때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행이 안고 있는 도전과제

일본은행은 “2025년도에 2%(의 물가안정 목표)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실현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공표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본의 물가상승은 원자재가격의 상승과 엔화 약세에 의한 것이며 내수 강세에 따른 것이 아니다. 한동안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전세계적으로 유가를 비롯한 다른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여 물가 상승이 이어진다고 해서 과연 다음에도 ‘2% 목표가 안정적으로 실현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못할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우에다 총재는 단기금리 인상에 대해 “앞으로의 경제 및 물가 전망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급격한 상승은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의 여지를 남겼다. 국채 매입에 대해서는 장래적으로 “어느 시점에서는 매입액을 (현재의 매월 약 6조 엔에서) 줄이는 것을 검토하고자 한다”, “밸런스시트의 축소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연내에 추가적인 단기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더 나아가 우에다 총재의 임기 중에 국채 매입 규모의 감액이나 양적 긴축(QT)이 실행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일본 경제의 약세와 장기 국채의 발행 잔고가 계속 확대되는 가운데 일본 은행이 향후 어떻게 정상화의 길로 나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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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 (Herald Insight Collection)
'헤럴드 인사이트 컬렉션(HIC·Herald Insight Collection)'은 헤럴드가 여러분에게 제공하는 ‘지혜의 보고(寶庫)’입니다.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 배리 아이켄그린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교수 등 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뿐 아니라, 양자역학·인공지능(AI), 지정학, 인구 절벽 문제, 환경, 동아시아 등의 주요 이슈에 대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칼럼 영어 원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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