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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건축,'황금알'에서 '돈먹는 하마'로 달라진 이유는?[추적 60분]
공식이 달라졌다-혼돈의 재건축편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1TV '추적 60분'이 12일 밤 10시 현재 재건축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각변동을 추적해 본다. '공식이 달라졌다 - 혼돈의 재건축'이라는 제목 아래 재건축 상황이 많이 변한 이유를 살펴보고,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재건축 현장이 혼돈에 휩싸였다. 부동산 경기침체 속 공사비까지 치솟으며 공사비 인상을 둘러싼 갈등이 커진 상황. 막대한 추가 분담금을 내게 된 조합원과 공사비 인상을 포기할 수 없는 시공사 간 입장 차가 커지며 공사를 시작조차 못한 곳도 있다. 과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재건축은 왜 ‘돈 먹는 하마’로 바뀌었을까.

- 20년 넘게 산 내 집, 새집 되면 “살아볼 수나 있을까”

대구에 사는 한성수(가명) 씨는 매일 아침 거실 창밖을 확인한다. 한 씨는 20년 넘게 살던 A 아파트가 재건축에 들어가고 재건축 공사 현장이 잘 보이는 근처의 아파트로 이주했다.

새집에 이사 갈 꿈에 부풀어 설렜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4억 원 넘는 분담금 낼 걱정에 한숨만 커지고 있다. 시공사가 지난 1월 기존보다 49.6% 인상된 공사비 변경을 조합에 요청했기 때문. A 아파트 조합원들은 시공사가 공사비 인상 외에도 계약 방식, 착공 조건 등 기존의 계약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을 제안했다고 주장한다.

그 제안대로라면, 입주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는 한 씨. 시공사의 안대로라면 한 씨가 내야 하는 추정 분담금은 4억 원이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정년퇴직한 한 씨로서는 막막한 액수다.

“(원래대로라면 분담금이) 1억 9,100만 원인데, 지금 A 시공사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계산해 보니까

(추가 분담금이) 4억 원이 돼 버립니다. 그 돈 있으면 차라리 일찍 새 집을 분양받아서 갔죠”-대구 A 아파트 조합원 한성수(가명) 씨-

서울도 예외는 아니다. 고미선(가명) 씨도 분담금 걱정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고 씨가 2003년 마련했던 서울 송파구의 B 아파트는 내년 말 준공을 앞두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하던 때만 해도 고 씨는 분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고 씨는 7~8천만 원을 환급받을 것으로 기대해 취득세, 이사 비용 등으로 사용하겠단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시공사가 처음보다 3.3㎡당 공사비를 300만 원 이상 인상하면서 약 2억 5천만 원 정도를 내야 입주가 가능하다.

고 씨와 같은 아파트 조합원인 김은영(가명) 씨는 기존 집보다 넓은 집을 분양 받았기에 앞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을 6억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답답한 마음에 조합 집행부와 시공단에게 공사비를 급격히 인상하는 이유에 대해 물었지만, 답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1.10 대책으로 쪼개진 주민들, ‘리모델링 파 VS 재건축 파’

정부는 지난 1월 10일 국민 주거 안정을 내세워 재건축 규제를 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재건축 첫 걸림돌이었던 ‘안전진단’ 과정을 뒤로 미뤄준 것. 정부의 ‘재건축 패스트 트랙’ 도입으로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노후 아파트들은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고도 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전국의 주거용 건축물 중 49.1%가 30년 이상 된 건물이다. 우리나라 주택 절반 가까이가 안전진단 없이 우선 재건축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쉽고 빠르게’ 재건축이 된다는 정부의 발표에 수많은 아파트 단지에는 “재건축 추진”이 적힌 플래카드들이 걸렸다.

문제는 기존에 리모델링을 추진하던 단지들이다. 경기도 안양의 C 아파트는 16년 넘게 리모델링을 준비했던 단지다. 1.10 대책이 나온 후 C 아파트에는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결성됐다. 지난달 공사비 등을 결정짓는 리모델링 조합 총회장 앞에선 주민 간 고성이 오갔다. ‘리모델링 파’ 주민들이 “지금부터 재건축을 하면 언제 되냐!”고 묻자, ‘재건축 파’ 주민들은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고 답했다.

-경매 안내장을 받은 조합원들... “누구를 믿어야 하나”

경기도 남양주의 E 아파트 재건축 조합원들은 사업의 난항을 겪으면서 지난 2월 법원으로부터 경매 안내장을 받았다. 조합원들은 이미 6년 전 이주를 마쳤고, 곧장 그들이 살던 아파트는 철거됐다. 하지만 공사 현장은 그때에 아직 멈춰 있다. 집터를 둘러싼 공사장 가림막에 붙어 있는 플래카드는 빛바랜 지 오래다.

아직도 삽도 못 뜬 이유는 조합원들 간 내홍 탓이다. 일부 조합원들이 조합 집행부에 반대하며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집행부를 쫓아내는 일이 반복됐다. 더군다나 시공사도 여러 번 바뀌어 소송 등에 밀려 정작 재건축 공사는 지연됐다. E 아파트에 고등학생 때부터 27년을 살았다는 서문희(가명) 씨는 이를 두고 “사실은 욕심이에요. 조합원들의 욕심, 무지. 시공사들의 욕심. 이것들이 반복된 거예요”라고 말했다.

현재는 조합 집행부도 없는 상태다. 제작진이 만난 E 아파트 조합원들은 “누구를 믿어야 하냐”며 입을 모았다. 조합 집행부가 결성되더라도 조합도, 시공사도 못 믿겠다는 게 그들의 심정이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는 수백 명의 사람이 모여, 중재자 없이 사업을 추진하는 게 과연 ‘쉽고 빠르게’ 가능할까?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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