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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구호는 왜 이제야 음악에 도전했을까?
정구호(유은호) [임형규 제공]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디자이너 겸 공연 연출가이자 예술감독으로 활동 중인 정구호가 최근 '유은호'라는 예명으로 디지털 싱글 '눈부시다'를 발표했다.

1962년생 정구호는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를 오가며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쳐왔다. 패션, 공연, 공간, 브랜드, 디자인, 영화 아트디렉트 겸 미술감독 등이 그의 활동무대다.

텍사스 휴스턴 대학에서 광고 예술을, 뉴욕 파슨스 스쿨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Le Ordon Blue Sydney'에서 프랑스 요리와 패스트리를 익히기도 한 그의 이력만 봐도 정구호의 관심분야가 얼마나 넓게 걸쳐 있는지를 알 수 있다. 패션 브랜드 ‘KUHO’ 런칭, ㈜F&F KUHO 이사, (주)쌈지 대표이사, 제일모직 전무, 휠라코리아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다양한 활동을 펼친 바 있다.

그런 정구호가 왜 이제야 음악에 도전했을까? 그는 최근 강남 모 갤러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제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게 음악이었다. 피아노를 치고, 가창을 하고 싶었다. 저의 어머니가 반대가 심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그래서 미술을 선택했다. 음악에 대한 로망은 항상 머리 뒤에 두고 있었다. 나에게 창작은 음악이 중요하다. 그게 스토리로 풀어진다"고 말했다.

유은호가 발표한 '눈부시다'는 도토리 엠(Dotory M·양유정) 작곡, 강우경 작사의 발라드다. 함춘호의 기타 연주와 콘트라베이스의 묵직한 선율이 돋보인다. 곡 전체를 아우르는 오케스트라 연주와 유은호의 호소력 짙은 아련한 중저음 목소리가 어우러졌다. 드라마와 영화의 OST로도 썩 잘 어울릴만하다.

'눈부시다' 커버 [유은호 제공]

"제 나이에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할 것도 아니고, 서서히 제 이야기를 하는 노래, 제 나이 또래가 공감하고 그럴 수 있는 노래, 작곡가와 얘기하던 중 저에게 딱 맞는 노래를 제안해 주었다. 제 나이가 되면 많은 걸 이루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지만 쓸쓸하기도 하다. 그 모든 것을 '눈부시다' 하나로 잘 표현한 것 같다. 최선을 다해 살아온 인생을 '눈부시다'로 표현했다. 제 얘기 같은 마음이 들고 와닿았다. 저의 과정과 경험들이 들어간 음악이라 작곡가와 프로듀서에게 감사하다."

작곡가인 도토리 엠은 "정구호 님은 저에게 음악적 영감을 많이 준다. 많은 일들을 하면서 이 멜로디가 나왔다. 제 맘에 들었는데 흔쾌히 불러줘 고맙다"고 전했다.

정구호(유은호) [임형규 제공]

유은호라는 예명은 도토리 엠의 본명인 양유정의 '유'와 이들의 후원자이자 친구이며 프로듀서 역할을 한 김정은의 '은', 정구호의 '호'를 따서 지었다. 정구호는 "노래를 너무 좋아해 노래방 가는 게 취미다. 하지만 아직 제 노래를 귀로 듣는 게 익숙하지는 않다. 도토리 엠은 저의 노래방 동료다. 전공은 교육학이지만 피아노도 치며 작곡하시는 분이다. 장난 삼아 한 것 아니고 진실로 했다. 보컬 레슨도 받았고, 수정도 많이 했다. 일종의 버킷 리스트 같은 거다"면서 "도토리 님이 만든 첫곡이 '내버려두라'다. 어느날 완성된 곡을 저에게 선물했는데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했다"고 밝혔다.

정구호는 발표 여부와 상관없이 유은호라는 이름으로 음악 활동을 지속할 계획이다. 다음 곡으로는 1932년 공개된 재즈곡으로 빌 에반스가 피아노로 연주하며 다시 편곡해 발표한 '뷰티풀 러브'의 리메이크를 수필 같은 곡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좋아한다. '눈부시다'도 편하게 이야기하듯 노래를 부른다. 듣는 분도 편하게 들어주시면 감사하겠다."

정구호는 "음악은 개인 수필, 개인 일기라고 생각한다. 어떤 삶의 경험을 나누고 싶은지가 중요하다"면서 "어느 특강에서 '사랑때문에 직업을 바꿀 수 있나?'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나는 '바꿀 수 있다'고 했다. 로맨스가 1위다, 일은 그 다음이다"고 세번째 발표할 '뷰티블 러브'와 관련한 자신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카더가든, 선우정아, 검정치마, 최백호 같은 가수들을 좋아한다. 세월 흐름과 상관없이 꾸준히 자기 노래를 하는 가수가 좋다. 노래는 안없어진다. 그래서 완성도 높게 잘 만들어야 한다."

도토리 엠. [임형규 제공]

정구호는 이번 노래에 협업한 함춘호 기타리스트에 대해 "함춘호 님의 기타와 잘 어울릴 것 같아 부탁드렸다. 함춘호 님은 저와 묘한 교집합이 있다. 함의 기타는 바쁘지 않다. 빈 숨이 있다. 저도 노래를 편안하게 부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돈이 되건 안되건 계속 도전하면서 겁없이 살아왔다. 30년의 모든 과정들이 기쁘고 슬프다. 이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싶다. 저는 성실히 최선을 다하는 건 자신이 있고, 도전할 때마다 많은 공부도 했다. 자신감을 가지고 일을 했는데, 운 좋게도 잘되기도 했다. 이번에 녹음실에 들어가는 순간, 확 놀랐다. 지금까지 자신있게 살아온 게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이건 또 다른 재주를 요하는 거구나."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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