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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시험대 오른 SM…라이즈·NCT 위시, 새 시대 미래 먹거리를 찾아라 (3) [K-컬처 위닝스토리]
제왕적 1인 프로듀서 시대 마무리
멀티 제작센터 도입…공격적 행보
음악 출판사 KMR 통해 IP 관리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제왕적 ‘1인 프로듀서’의 시대는 저물고, ‘집단지성의 시대’가 도래했다. 지금 SM은 본격적인 체질 개선에 한창이다. SM엔터테인먼트의 구조 개편은 ‘K-팝 한 시대의 종언(終焉)’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지난해 문화계를 뒤흔든 경영권 분쟁과 인수전 이후 SM은 발 빠르게 재정비에 돌입했다. 강렬한 영향력을 가진 1인자를 통해 기업의 규모와 가치를 키웠던 시기를 지나 SM을 함께 일군 구성원들이 전면에 나섰다. 1인 프로듀서 체제는 멀티 프로덕션으로, SM과 K-팝 유산이 될 퍼블리싱 자회사의 설립 등 달라진 K-팝 환경에 대응하고 있다.

SM 3.0 버전 ‘멀티 제작센터’

‘현실 세계’로 돌아온 에스파(aespa), ‘이모셔널 팝’의 라이즈(RIIZE), NCT의 마지막 세대 NC 위시(NCT WISH)….

지금의 K-팝계를 이끌어가는 신진 세대부터 2세대 동방신기·샤이니, 3세대 엑소·레드벨벳, 3.5 세대 NCT·NCT127·NCT 드림 등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까지 SM에선 K-팝의 전 세대를 아우르는 11개 팀이 컴백, 데뷔했다.

전문가들은 “경영권 분쟁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을 겪고 있었음에도 SM의 정상화 노력에 박차를 가하며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고 입을 모은다.

이른바 ‘이수만 체제’를 유지했던 SM은 3.0 시대를 선언하며 핵심 과업으로 멀티 제작센터, 멀티 레이블 시스템을 도입했다. 세계 3대 음반사인 유니버설뮤직 그룹·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워너뮤직 그룹이 일찌감치 도입한 시스템이다.

SM은 1995년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창업한 이후부터 지금까지를 총 세 시기로 구분한다. ‘K-팝 퍼스트 무버’ 1인인 이 전 프로듀서가 이끌며 H.O.T., 보아(BoA),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 대형 아티스트들이 태어난 2010년까지를 ‘SM 1.0’, 이 전 프로듀서가 SM과의 계약을 통해 총괄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엑소, 레드벨벳, NCT, 에스파(aespa) 등을 탄생시킨 2022년까지는 ‘SM 2.0’으로 본다.

멀티 제작센터, 멀티 레이블 체제로 대변되는 3.0 체제는 1996년 H.O.T의 데뷔 이후 줄곧 제왕적 시스템을 유지한 K-팝 선구자의 입장에선 엄청난 변화였다. 지난해 2월 ‘SM 3.0’ 선언 이후 SM의 주가는 같은 해 3월 8일 최고가(15만8500원)를 찍기도 했다.

멀티 제작센터엔 총 5개의 프로덕션이 있다. 원(ONE) 프로덕션엔 보아·소녀시대·에스파가, 프리즘(PRISM) 프로덕션엔 샤이니·웨이션브이(WayV)·루카스 등이 속해있다. 레드(RED) 프로덕션엔 동방신기와 레드벨벳, 네오(NEO) 프로덕션엔 NCT·NCT 127·NCT DREAM·NCT WISH, 위저드(WIZARD) 프로덕션엔 강타·슈퍼주니어·엑소·라이즈가 합류했다.

이수만 전 프로듀서와의 결별 이후 내놓은 에스파의 첫 음반부터 NCT위시에 이르기까지 SM의 행보는 공격적이었다. 그룹의 공백기를 획기적으로 줄였고, 기존의 그룹색과 세계관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확장을 보여뒀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5월 나온 에스파의 미니3집 ‘마이 월드(MY WORLD)‘다.

당시 에스파의 음반에 대해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에스파는 SM이 상당히 공들인 그룹인 데다 SM과 K-팝의 세계관을 만드는 데에 선두에 있던 팀으로, 다른 그룹은 하지 않는 하드보일드한 콘셉트와 음악, 오래도록 갇혀있던 광야 세계관을 어떻게 빠져나올 지가 관건이었다”며 “이번 앨범은 적당히 에스파의 개성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확장성을 담았다. 광야에서 빠져나온 에스파는 다른 세계관으로 가든 어떤 음악을 내놓든 뭐든 할 수 있는 제약이 없는 팀으로의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멀티 제작센터의 핵심은 조직 형태의 변화를 통한 역량 집중이다. 이성수 SM CAO(Chief A&R Office·A&R 이사)이자 SM의 음악 퍼블리싱 자회사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Kreation Music Rights, 이하 KMR) 대표는 “새로운 프로덕션과 사람들의 유입이 아닌, 기존에도 각 그룹을 이끌어 오던 ‘동일한 사람’들이 달라진 환경에서 집중력 있게 아티스트와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시험대 오른 SM…신성장 동력 찾았다

경영권 분쟁과 뜨거웠던 인수전을 마무리한 지 딱 일 년이 지난 현재, SM은 여전히 시험대 위에 있다.

김도헌 평론가는 “경영권 분쟁 이후 SM이 경영 정상화에 올라왔다고 보이진 않는다”며 “여전히 SM을 둘러싼 여러 정황들이 이슈가 되고, 리더십이 도전을 받는 상황에서 현재의 위기를 얼마나 잘 극복할 수 있느냐가 3.0 체제의 관건”이라고 했다.

지난 일 년간 체제 정비를 통해 SM은 스스로 신성장 동력을 찾아냈다. 지난해 데뷔한 라이즈, 올초 데뷔한 NCT위시는 SM의 미래를 이끌어갈 양대 축이다. 두 그룹의 데뷔는 SM은 물론 K-팝 업계 전체로 봐도 상징적이다.

라이즈는 ‘이모셔널 팝’이라는 독자 장르를 앞세워 등장했다. 라이즈를 담당하는 김형국 SM 위저드 프로덕션 총괄 디렉터는 “멤버들이 성장하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음악에 담아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일상의 감정을 이야기하자 라이즈의 음악은 기존 보이그룹이 추구해온 거칠고 난해한 세계와는 달리 친근해졌다. 올초 발표한 ‘LOVE 119’은 밴드 이지(izi)의 히트곡 ‘응급실’을 샘플링, 국내 최대 음악 플랫폼 멜론 ‘톱100’ 5위까지 오르는 성과를 보였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이수만 전 프로듀서가 부재한 상황에서 장대한 세계관과 퍼포먼스 대신 친근하고 편안한 음악을 전략적으로 들고 나온 것이 라이즈의 방향성”이라고 봤다.

정민재 평론가는 “그동안 걸그룹에 비해 부진한 보이그룹에 대해 고민이 많았는데 라이즈의 데뷔는 특히나 인상적”이라며 “라이즈와 NCT위시를 통해 SM이 다시 한 번 K-팝 업계의 선두로서 새로운 방향을 가져왔고, 여전히 동시대 감각을 가지고 잘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멀티 제작센터를 원활히 움직이게 할 음악 창작의 근간엔 음악 퍼블리싱 자회사 크리에이션뮤직라이츠(Kreation Music Rights, 이하 KMR)가 있다. KMR은 SM의 음악 사업 뿌리 역할을 할 ‘성장 동력’이다.

일종의 ‘악곡 출판사’인 KMR은 현재 총 4개의 사내 독립기업(CIC)과 유럽 법인인 디자인뮤직, 선샤인 등으로 이뤄진 전 세계 작곡가들의 에이전시다. KMR에 속한 작가의 숫자만 해도 100여명에 달한다. 업계 최대 규모다. 1998년 S.E.S의 ‘드림스 컴 트루’를 통해 외국곡을 리메이크하고, 보아가 미국 진출을 한 2008년부턴 본격적으로 해외 창작진과 작업하며 구축한 2000~3000명의 작곡가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회사다.

KMR이 하는 일이 다양하다. 이성수 KMR 대표는 “음악을 잘 만들기 위한 송캠프, 작곡가가 만든 음악을 레이블에 소개하는 송 피칭을 비롯해 이들의 음악을 영화나 TV, 게임, 광고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싱크 비즈니스’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전세계에서 사용되는 이들의 음악에 대한 저작권료를 징수하고 배분하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창작자들과 레이블의 관계에서 필요한 A&R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KMR에 속한 창작자들의 커리어엔 K-팝의 어제와 오늘이 녹아있다. 이들은 SM은 물론 타기획사 소속 아티스트, 국내를 넘어 해외 아티스트와도 작업한다.

‘멜로디 메이커’인 송라이터들이 대거 속한 ‘더 허브(THE HUB)’는 JYP의 있지, 엔믹스, YG의 트레저, 빌리프랩의 엔하이픈, 하이브 엔팀의 음악을 작업해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한 팀이라는 것이 이 대표의 귀띔이다. K-팝 팬덤이 ‘황토벤’으로 불리는 황현을 비롯해 유지상·이주형 등 세 작곡가가 이끌고 있는 ‘모노트리(MONOTREE)’는 감성이 풍부한 K-팝을 만드는 곳이다. 태연, 레드벨벳, 엑소, 세븐틴 등 다양한 K-팝 아티스트의 곡을 작업했고, 온앤오프를 프로듀싱했다.

뿐만 아니라 강타가 이끄는 ‘스매시 히트(SMASH HIT)’, 맥스송 대표를 필두로 태민, 메이브, 엑소 등 팝 성향의 K-팝을 만드는 ‘배드엑스(BADX)’까지 굵직한 히트 메이커들이 KMR과 함께 하고 있다.

소녀시대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유럽 법인으로 SM과 2009년 소녀시대 ’소원을 말해봐‘부터 인연을 맺은 디자인뮤직(Design Music), 방탄소년단·르세라핌·에스파·NCT·TXT 등 K-팝 주요 그룹들을 모두 섭렵한 선샤인(SUNSHINE)도 있다.

이 대표는 “KMR의 작가진 숫자나 커리어를 보면 벌써 굉장히 강한 회사가 됐다“며 ”이 곳에서 다양한 작곡가들이 국내외에서 작업을 하고, 제작 역량을 갖춘 작곡가들은 싱어송라이터로 음악을 내놓거나 프로듀서로 활약하는 등 KMR에서 제작을 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갖췄다”고 말했다. 스트레이 키즈 출신 김우진이 소속된 프로듀서 레이블 커스터메이드가 그 사례다.

KMR이라는 음악 출판사의 핵심은 지속가능한 K-팝과 SM을 위한 미래 먹거리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SM이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던 네트워크와 노하우가 결합, 경쟁사들보다 잘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본다”며 “곡을 통해 수익화가 가능하니 긍정적인 IP(지적재산권)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려깊은 행보”라고 했다.

NCT127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KMR이라는 퍼블리싱 컴퍼니는 차세대 작사, 작곡가를 발굴하고 양성한다는 점에서 미래 가치가 크다. 이 대표는 “지속적으로 좋은 음악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소속 작가들이 한국을 넘어 세계 여러 나라로 진출하는 활로를 만들어 K-팝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지난 1년간 SM은 이같은 공격적 행보를 보였다. 퍼블리싱 자회사를 세워 음악의 근간을 다졌고, 멀티 제작센터를 구축해 주요 아티스트들이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지난해 신규 음반 판매량은 전년인 2022년 대비 67%나 상승한 2100만 장을 팔아치우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매출액 역시 전년 대비 13%나 늘어난 9600억원을 달성했다.

정 평론가는 “라이즈와 NCT위시 등 신인 그룹들의 활발한 활동과 더불어 음악 전반의 사업을 통해 SM은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함께 다시 도약할 동력을 얻었다”며 “독보적 1위 시절은 벗어났지만 SM은 이제 다른 회사들과 상생과 경쟁을 도모하는 회사로 나아가리라 본다”고 평했다.

김 평론가는 “경영권 분쟁 이후 안팎의 상황이 SM을 시험대에 올려놨다”며 “음악 회사이니 좋은 음악으로 역량을 증명하는 것 외에 확실한 위기 극복 노하우가 필요해 보인다. 소속 아티스트의 이적설과 일탈 등 여러 이슈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탄탄한 리더십으로 안팎의 혼란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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