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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 “韓 관객과 감정적으로 연결…내게 큰 선물” [인터뷰]
4월 1~2ㆍ5일 내한 리사이틀
현대와 낭만 넘나든 두 프로그램
다닐 트리포노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이번 공연은 제 자신에 대한 실험이면서 바람이기도 해요.”

전 세계를 여행하는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33)가 이번엔 시간을 가로지르는 여행을 떠난다. 콩쿠르 출신의 스타 피아니스트에서 ‘젊은 거장’이 되기까지. 그가 걸어온 음악적 발걸음 하나하나에 오롯이 담긴 이야기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2위(바흐트랙 선정)에 오른 다닐 트리포노프가 한국을 찾는다. ‘데케이드(Decades)’(1일 롯데콘서트홀)와 ‘함머클라이버(Hammerklavier)’(2일 예술의전당, 5일 부천아트센터)라는 완전히 다른 두 개의 프로그램으로 관객과 만난다.

내한을 앞두고 서면으로 만난 트리포노프는 “이전에도 20세기 음악을 연주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많은 곡을 연주하진 않았다”며 “새로운 음악적 언어를 더 다양하게 탐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첫날 리사이틀에서 트리포노프는 베르크의 ‘피아노 소나타’, 프로코피예프의 ‘풍자’부터 코릴리아노의 ‘오스티나토에 의한 환상곡’ 등 1900년대~1980년대 작품들을 골랐다.

그는 이 작품들에 대해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독창적인 작품들의 집합체이자,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피아노 작품들로 이뤄진 시간 여행”이라며 “한 세기 동안 작곡가들이 피아노라는 악기로 표현할 수 있는 한계치 이상을 들여다보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했다.

‘함머 클라비어’ 공연에선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베토벤, 라모, 멘델스존, 모차르트로 구성한 공연이다. 이 공연의 연주곡은 모두 트리포노프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다. 그 중 ‘모차르트 소나타’는 그에게 각별한 의미로 남아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고 수많은 공연 취소로 기다림의 연속이었을 때, 모차르트 소나타 12번에 대해 깊게 파고들 수 있는 기회를 가졌어요. 물론 전에도 이 작품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그만큼 심도있게 공부하진 않았죠. 지금은 모든 소나타 작품 중 제게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이에요. 매우 특수한 상황에서 배운 만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다닐 트리포노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다닐 트리포노프는 이른바 ‘콩쿠르 스타’다. 2010년 쇼팽 콩쿠르 3위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고, 이듬해 루벤스타인 콩쿠르와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서 주목받는 스타가 됐다. 그가 우승한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선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2위, 조성진이 3위에 올랐다. 당시 트리포노프는 전체 부문 우승자 중 한 사람에게 수여하는 그랑프리를 받기도 했다. 피아니스트가 콩쿠르 그랑프리를 받은 것은 트리포노프가 처음이었다.

유수의 콩쿠르를 휩쓴 만큼 그를 따라다닌 별칭은 ‘콩쿠르 사냥꾼’. 그는 “콩쿠르에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집중력”이라며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을 다시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에 그 순간 극대화된 집중력을 발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새로운 레퍼토리를 배우고 스트레스가 큰 상황에서 연주하는 경험을 쌓는 기회”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하지만 콩쿠르의 ‘귀중한 교훈’과는 별개로 ‘해로운 접근 방식’이 될 때도 있다고 말한다. 단지 수상 타이틀을 얻기 위해 습관적으로 국제 대회에 도전하는 것이 그 예다. 그는 “콩쿠르 참가 자체가 일상이 되고 반복적으로 레퍼토리를 연주한다면 긍정적인 효과는 전혀 없기에, 콩쿠르 참가는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닐 트리포노프 [마스트미디어 제공]

전 세계를 여행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트리포노프가 내놓는 음반은 매번 높은 성취에 도달해있다. 그래미 어워즈 최고의 솔로 악기 앨범(2018), 그라모폰 올해의 아티스트상(2016), BBC 뮤직 매거진 올해의 협주곡 음반상(2019), 뮤지컬 아메리카 올해의 아티스트상(2019)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스튜디오 녹음에서도 실황 공연의 요소를 갖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최근 발매한 세르게이 바바얀과의 듀오 앨범 ‘라흐마니노프 포 투(Rachmaninoff for Two)’도 ‘실황 공연’ 녹음과 무관중 녹음을 병행했다고 귀띔했다. 트리포노프는 “스튜디오 녹음에선 여러 번의 녹음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음악적 문맥 속에서 매우 창의적인 음악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며 “이 음반엔 제가 직접 편곡한 음악적 아이디어가 깃들어 있다. 두 번의 서로 다른 녹음 과정을 통해 자신이 시도하고자 하는 음악적 요소를 충분히 불어넣으면서도, 동시에 실황 연주의 아드레날린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1년 만에 내한하는 그는 한국 관객과의 만남도 고대하고 있다. 한국 공연에선 언제나 관객들로부터 ‘감정적 지원’을 받는다고 말한다.

“음악가로서 관객과 감정적으로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큰 선물과 같아요. 관객과 연주자가 함께 음악을 나누며 서로 하나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수용력이 뛰어난 한국 관객들에겐 감정적 지지를 받아요. 그래서 한국에서의 연주를 항상 즐기곤 합니다. 한국을 찾을 때마다 늘 매력적인 연주 경험으로 남아 있어요.”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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