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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들, 돈 몇푼에 범죄 가담 안타까워”
KAIST 박사 출신 한우현 검사
“다수 선량한 청년까지 피해 입혀”
“전세 보증금 대출 악용 사기 엄단”
한우현 서울남부지검 검사가 25일 서울남부지검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청년의 대출사기 연루에 대해 안타까운 일이라며 대출사기에 엄단할 것을 약속했다. 임세준 기자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이 돈을 구하기 위해 대출사기 범죄에 연루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최근 일선 법원에서는 금융기관의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 제도를 악용한 사기 범죄 가담자에 대한 실형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에서도 사기, 사기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대출사기 일당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이번 사건을 맡아 사기범을 엄단한 한우현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25일 남부지검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청년 보증금 대출을 악용한 대출사기 범죄는 허위 임대인과 허위 임차인이 짝을 이뤄 범행을 저지르는데, 전세 대출금을 신청할 때 부동산 1개당 대략 1억원 상당의 전세 대출금을 편취한다”고 했다. 이번에 한 검사가 수사·기소한 사건도 총 5명의 피고인이 5건의 전세대출금을 신청해 총 5억원을 가로챈 사건이다.

한 검사에 따르면 대출사기 범죄단은 크게 기획책·모집책·계약책 세 부류로 구성된다. 기획책은 범죄를 기획하는 인물이고, 모집책은 허위 임대·임차 계약인을 모으는 역할을 맡으며, 계약책은 실제로 자신의 이름으로 허위 계약을 해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예컨대 은행에서 대출이 1억원이 나왔을 경우 계약책에겐 1000만~2000만원이 배분되고, 나머지 8000만원은 기획책과 모집책이 나눠 갖는 구조다.

한 검사가 ‘안타깝다’고 표현한 청년은 주로 계약책으로서 통상 허위 임대인·임차인 역할로 대출사기 범죄에 가담하는 사람이다. 보통 대출사기 총책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비금융권 대출을 미끼로 비교적 나이가 어리고 경제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이들을 쉽게 유인한다고 한다. 또 임대차 계약에 대한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한 청년층이라면 더욱 쉽게 이 같은 허위 임대인·임차인 역할로 범죄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대출사기 일당을 엄중히 처단한 한 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느낀 안타까운 심정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청년이 이런 범죄에 금전을 구하기 위해 연루된다는 게 심정적으로 많이 안타까웠다”며 “대개 이런 사건은 대출신청 내역도 은행 전산에 보관돼 있고,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대출신청 서류가 전부 증거로 남아 있어서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너무 힘들어서 가담하게 됐다’는 얘기를 들을 때는 안타까운 심정이 들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 검사는 이 같은 대출사기를 예방하기 위한 사회적 선제 조치로서 “청년을 상대로 대출 홍보 등을 접할 경우 전세사기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을 널리 알리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금융기관도 대출 심사 시 보다 꼼꼼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검사는 대출사기 범죄로 기소되고 처벌받게 된 청년, 향후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청년을 향해서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그는 “범행 구조를 보면, 허위 임대인·임차인으로 가담해 전세 대출을 받으면 대부분 전세대출금 중 대략 10%를 수당으로 받아가는데, 실제로는 그 대출금 전액에 대해 허위 임차인이 채무자로서 상환 책임을 져야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이처럼 대출사기에 연루되면 범죄자로 전락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전세대출금 채무 전액을 부담해야 되는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청년이 조금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물리학박사 출신 검사로 잘 알려진 한 검사는 대전과학고를 거쳐 카이스트 물리학 학사, 석·박사 통합과정 거쳐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서울대 로스쿨에 진학해 2022년 2월에 졸업했다.

2022년 10월부터 남부지검에서 처음 근무한 한 검사는 “대출 사기 범행은 피해자인 금융기관의 피해를 넘어 청년 전·월세보증금 대출 제도를 이용하려는 다수의 선량한 청년까지 피해를 미치고 궁극적으로는 국가 재정에 손실을 입히게 되는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큰 범죄임을 명심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용경 기자

y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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