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결말, 혼란스러운 쾌감 줄 것”
“영화, 우리 사회 이야기로 질문 던져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공] |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원작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 제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뭔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걸 살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27일 개봉한 영화 ‘댓글부대’를 연출한 안국진 감독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작품을 연출할 때 중점을 둔 방향을 이같이 설명했다.
‘댓글부대’는 대기업 관련 기사를 쓴 후 정직 당한 기자 임상진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드라마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 ‘댓글부대’를 원작으로 했다. 그러나 영화의 전개 방향과 결말은 소설과 크게 다르다.
“원작을 처음에 읽고 각색한다는 심정이 아니라 아예 새로 쓴다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썼어요. 원작의 몇몇 부분만 가지고 새로 쓰는 개념이어서 오히려 편했죠. 장 작가님도 맘껏 고치라고 힘을 실어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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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촛불집회의 기원과 관련해 사실과 허구를 섞은 듯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중반부 들어선 온라인 여론 조작에 나서는 댓글부대 ‘팀알렙’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들과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실제 밈들이 등장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사실과 허구의 경계선에 서게 한다.
“영화에 나오는 세세한 요소들이 다 실제에요. 시나리오를 쓰면서 생각했던 것이 최대한 실제 사건을 가지고 오자는 것이었어요. 요즘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뒤 관련 이야기를 검색하고 공유하고 재해석하잖아요. 영화 자체가 인터넷 영화니 이런 걸 배제하면 안된다고 생각했죠.”
영화는 결국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믿었던 정보가 사실인지 의심하도록 만든다. 이 역시 안 감독님이 의도한 연출의 결과다.
“인터넷은 언제나 어두운 면이 있는 칼 같은 존재죠. 위험할 수 있지만 필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영리하게 쓸 수 밖에 없어요. 때문에 영화가 다루는 이야기는 몇 년이 지나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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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부대’의 결말을 두고선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가도 일부 있다. 이야기의 끝맺음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관람객의 평가를 반영한 CGV 골든에그 지수는 81%로 프리에그 지수(98%)보다 낮다. 그러나 안 감독은 영화의 결말이 ‘현실적인 엔딩’이라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엔딩이라고 생각해요. 혼란스러운 쾌감을 줄 거에요. 영화를 다 봐도 영화가 다시 시작하는 것 같은 느낌이죠. 실제 사건들이 너무 많은 영화이고, 새로운 정보가 취합되면 영화가 재해석될수록 의도한 거라 영화의 엔딩도 여러가지로 보일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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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2015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 이은 안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안 감독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N포 세대의 고달픈 현실을 풍자했다면 이번 작품에선 인터넷 현실을 블랙 코미디로 그렸다. 연이어 독특한 연출력으로 현실을 풍자하는 배경엔 그만의 영화관이 크게 작용했다.
“적어도 영화가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하고 우리에게 질문과 생각거리를 던져야 한다는 최소 기준이 있어요. 저는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 등 우리나라의 이야기가 세계에 통한 영화를 보고 자란 세대여서 그런지 영화가 적어도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안 감독은 차기작으로 이러한 가치관을 담은 심리학 관련 작품을 다뤄보고 싶다고 귀뜸했다.
“사회적인 이야기는 다루지 않을 수 있지만 이야기 덩어리가 쫀쫀하게 갈 수 있는 주제를 생각하고 있어요. 요즘 오락적인 심리학에 관심이 생겨서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어요.”
re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