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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첫 천만신화 ‘파묘’…‘이것’이 관객들과 통해 가능했다
장르적·시기적 한계에도 거뜬히 ‘천만’
기존 오컬트물 뒤집는 영리한 연출법
역사 코드 재미 & 공동체 가치관 강조
[쇼박스 제공]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파묘’가 연일 신기록을 ‘파묘’하고 있다. 당초 우려됐던 각종 한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오컬트물을 뒤집는 영리한 연출법과, 공동체의 가치관을 강조하는 역사적 코드가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얻으면서 흥행몰이가 이어지고 있다.

26일 영화계에 따르면, ‘파묘’는 개봉 32일째였던 지난 24일 천만 영화의 반열에 올랐다. 이는 2023년 최고 흥행작 ‘서울의 봄’보다 하루 빠른 속도이자 ‘범죄도시3’와 동일한 기록이다. 지난 25일에도 30만여 명이 더 보며 누적 관객수가 1030만 명에 이르는 등 사실상 ‘기생충’(1031만 명)도 넘어섰다.

‘파묘’의 흥행이 다른 영화보다 주목받는 이유는 장르적 한계 때문이다. ‘파묘’와 같은 오컬트물은 귀신이나 악령을 주요 다루다보니 보통 1020세대나 마니아층에게만 통하는 장르로 여겨진다. ‘파묘’가 천만 영화에 등극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인 것도 이러한 영향이 크다.

극장가에서 가장 비수기로 꼽히는 설 이후 2~3월에 흥행한 것도 매우 이례적이다. 이때는 보통 새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인 만큼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극장을 찾지 않아 대표적인 비수기로 꼽힌다. 그러나 ‘파묘’는 이러한 시기적인 제약도 가뿐히 넘어섰다.

‘파묘’가 이같은 각종 한계를 이겨내고 1000만 명 이상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통적인 오컬트물의 약점을 영리하게 극복한 연출이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악령이나 퇴마를 주 소재로 다루는 일반적인 오컬트물과 달리 ‘파묘’는 전 세대에 익숙한 무속신앙을 ‘인간화’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진입 장벽을 낮췄다는 설명이다.

김헌식 영화평론가는 “오컬트물에선 절대 악령이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파묘’에선 할머니, 정령 등이 모두 사람처럼 나온다”며 “인간화된 초자연적 현상이 흥행에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첩장이라는 독창적인 설정으로 플롯을 전체적으로 잘 짰다”고 평가했다.

[쇼박스 제공]

이와 함께 역사적인 성찰을 담은 연출이 영화의 재미를 크게 높였다는 분석이다. 영화는 쇠말뚝이라는 역사적인 소재를 통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파묘’함으로서 관객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는 것이다. 앞서 장재현 감독 역시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땅이 가진 상처를 파묘하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심영섭 영화 평론가는 “‘파묘’가 단순히 땅 속에서 시신을 꺼내는 것이 아니라 깊숙히 묻어놨던 우리의 역사를 파헤치는 느낌”이라며 “‘험한 것’이란 이름으로 다루기 난처한 일본 관계를 건드리면서 현재의 친일(親日) 정책을 뒤집어보는 시각이 관객에게 쾌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된 여러 역사적 코드를 영화 곳곳에 숨겨 놓은 연출법도 영화의 재미를 더했다. 영화 인물들의 이름이 모두 독립운동가에서 따왔다거나 영화에 등장하는 차량 번호판이 ‘0815’(광복절), ‘0301’(삼일절)로 설정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덕분에 관객들은 영화를 본 뒤에도 역사적 사실이나 영화적 해석을 찾아보게 했고, 이는 곧 N차 관람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심 평론가는 “영화에 많은 역사적 은유와 상징이 들어가 있어서 관객들이 감독과 숨바꼭질을 하듯이 무언가를 찾아내는 재미와 뿌듯함이 있다”며 “N차 관람을 해도 지루하지 않고 디테일을 찾아내는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쇼박스 제공]

다만 일부에서 지적한, 항일 정서가 영화의 흥행 비결이라는 분석에 대해선 다른 의견이 있다. 쇠말뚝이란 소재를 통해 관객들이 항일 정서에 공감했다기 보단 공동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에 지지를 보내면서 영화가 흥행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김 평론가는 “주인공들이 쇠말뚝을 뽑으려고 하는 과정을 보면 개개인의 행복이나 금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족과 미래를 생각하며 개인주의를 넘어서는 모습을 그린다”며 “개인화된 서구의 오컬트물과 달리 가족과 공동체를 생각할 수 있는 세계관이 관객들에게 통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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