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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견된 희망퇴직? 칼 빼든 신세계, 체질개선 본격화 예고 [언박싱]
정용진號, 취임 3주 만에 체질개선 의지 보여
긴축경영 현실화…추가적인 조직개편 가능성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가 1993년 창립 후 31년 만에 단행하는 희망퇴직을 두고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의 ‘체질 개선’ 사업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이 승진한 후 3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사적 긴축경영이 현실화한 만큼 타 계열사에도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이마트는 근속 15년 이상 직원 대상으로 내달 1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신청자에게는 월 급여 24개월치(기본급 기준 40개월치)의 특별퇴직금과 2500만원의 생활지원금, 직급별 1000만원~3000만원의 전직지원금과 재취업 컨설팅이 제공된다. 신청자는 약 1개월 후인 4월 30일자로 회사를 떠난다.

다만 이마트는 공지에서 희망퇴직 목표 인원 등을 밝히지 않았다. 이마트 관계자는 “희망퇴직 대상자는 40대 후반~50대 초반 팀장급으로 1000명~2000명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이번 희망퇴직 결정은 한채양 대표의 결정으로 정 회장의 승인 아래 이뤄졌다. 한 대표는 CEO 메시지를 통해 “아주 무거운 마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됐다”며 “새 도약을 위한 조치를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 주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실적 개선에 능한 재무전문가인 한 대표가 선임될 때부터 희망퇴직은 예견됐다. 지난해 사상 첫 연간 적자(469억원)를 기록한 이마트 입장에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게 시급한 과제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이마트 사업부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709억원 줄었다. 할인점(마트)의 영업손실은 이보다 큰 858억원에 달했다.

이마트는 인건비 조정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체질 개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 영업보고서에 따르면 인건비는 최근 3년 동안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 기준 직원 연간 급여 총액은 약1조1174억원으로 2년 전 대비 5.31% 증가했다.

이마트 본사 [이마트 제공]

신세계프라퍼티를 통해 수익성이 낮은 점포 정리와 미래형 매장 출점을 위한 자산 유동화 작업도 전망된다. 2019년에도 이마트는 본사를 포함한 점포 및 토지 13곳을 매각해 ‘세일앤리스백(재임차 후 운영)’을 진행해 1조원대 자금을 확보했다.

업계 역시 이마트의 긴축 경영 체제에 주목하고 있다. 정용진호(號)의 첫 의사결정이 희망퇴직으로 나타난 만큼 추가적인 감원 및 구조조정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언급된다. 이마트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다른 계열사의 사업부 또한 수익성에 따라 추가적인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마트 계열사 중 실적이 부진한 곳은 지난해 기준 각각 1030억원, 321억원의 적자를 낸 SSG닷컴과 G마켓 그리고 흑자 전환 1년 만에 다시 적자(230억원)으로 돌아선 이마트24 등이 있다.

이마트는 온라인 쇼핑 전환 속에서 2021년 이베이코리아 인수 등 이커머스 확대를 위한 체질 변화를 꾀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쿠팡에 유통업계 매출 1위 자리를 뺏긴 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계 이커머스의 공세로 수세에 몰렸다.

그룹의 방향성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마트의 결정은 유통시장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면서 “감성적인 메시지보다 이후 사업에 대한 추가적인 방향성과 전략을 주주 및 직원들에게 알리면서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는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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