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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기완' 도전을 멈추지 않는 배우 송중기[서병기 연예톡톡]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저는 이 땅이 어떤 지옥이라도 죽지 않고 살아내겠다는 다짐 하나로 예까지 왔습니다.(중략) 제가 그토록 바랐던 것은 이 땅에 살 권리가 아니라 이 땅을 떠날 권리였다는 것을 오늘에야 깨달았습니다."

이 말은 넷플릭스 영화 '로기완'에서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로기완'을 연기한 배우 송중기가 마지막 장면에서 했던 대사다.

여기에는 낯선 벨기에에서 난민 지위를 얻기 위해 정육공장 등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 로기완의 고통이 잘 스며있다. 이 영화를 보면 단순한 난민이 아닌 난민 디테일을 느끼게 해주면서 뭔가를 생각하게 한다.

로기완은 벨기에에서 탈북 노동자임을 증명해야 한다. 중국 노동자들이 그렇게 해서 난민 지위를 얻으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일조차 쉽지 않다. 자신을 증명하지 못하면 중국으로 강제소환될 수도 있다. 게다가 벨기에 노동자의 텃세와 학대도 견뎌내야 한다.

로기완은 엄마(김성령)의 죽음에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좋은 데 가서 이름 얻고 살아남아라"는 엄마의 유언을 가슴에 새겨왔다.

송중기는 비겁하게 자신만 살아났다고 생각하는 로기완을 작위적인 느낌이 나지 않도록 잘 연기했다. 로기완은 화장실에서 자는 게 마음이 편할 수 있다고 했다.

송중기는 사회적 약자를 연기한 소감으로 "저는 현실적으로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혜택 받은 배우다. 그런데 내가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고 있나 하고 곱씹은 적은 많은 것 같다. 인간 송중기로서 촬영해서 그런지 몰라도 내가 주변을 어떻게 보지 하는 생각을 해봤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로기완이 사격도박장에서 붙잡혀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마리(최성은)와의 멜로 비중을 줄였다면 로기완이라는 난민이 겪는 고난과 기구함을 더욱더 오롯이 느끼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럼에도 송중기는 최선을 다해 자연스런 연기를 펼쳤고, 자강도 사투리까지 배워 캐릭터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송중기는 이 영화의 완성도는 별 말 없이 '샤이'한 모습을 보여주다 현장에서 씹어먹는 최성은의 연기와 벨기에가 아닌 헝가리에서 촬영하면서 고생한 미술팀 덕분이라고 말하는 겸손을 보여주었다.

송중기는 지난해 느와르풍 독립영화 '화란'에서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을 연기했다. 치건과 기완, 두 역할 모두 송중기에게서 보지 못했던 강렬한 캐릭터다. 그는 이 특이한 캐릭터들을 매력화하며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로기완'은 공개 2주차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1위에 올랐고, 대한민국을 비롯해 포르투갈, 페루, 베네수엘라, 말레이시아, 터키 등 총 31개 국가에서 TOP 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한 영역에서도 통했다는 신호다.

송중기는 '보고타'를 포함해서 해외 로케이션을 자주 두드린다. 어둡고 스산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등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본인은 지겨운 건 못참는다고 했다. 그는 얼굴보다 연기력을 보여주는 작품에 자주 출연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송중기는 멋있는 모습 못지 않게 연민이 가는 캐릭터가 잘 먹히고 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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