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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챗GPT가 없앨 자소서...AI윤리 시급하다는 방증

기업 채용때 맞춤형 인재 발탁의 첫 관문 역할을 했던 자기소개서(자소서)가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지난해부터 열풍이 불었던 챗GPT다. 자소서는 취업 응시생이 자신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경험을 가졌으며 회사에 들어가서는 어떻게 일을 하겠다는 포부를 스스로 적은 글이다. 기업은 취업 응시생의 글로 표현되는 자소서를 통해 사고와 논리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해당 업무에 적합한 사람인지 1차적으로 거른다. 취업생의 독창성과 창의력, 도전의식을 자기소개서를 통해 엿볼 수 있어 기업은 그동안 자소서를 인력 선발의 첫 관문으로 활용해왔다.

그런데 인공지능(AI) 기반의 챗GPT 등장으로 기업 채용팀의 큰 고민이 생겼다. 적잖은 응시생들이 챗GPT를 사용해 자소서를 작성, 지원하는 사례가 생겼기 때문이다. 모 기업의 채용 담당자는 한 지원자의 자소서에서 ‘회사 이름’이라고 쓰여진 이상한 부분을 발견했다고 한다. 자신의 경험과 직무 연관성을 묻는 질문이었는데 맨끝에 ‘저는 회사 이름에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게 어색한 문장은 두어개 더 나왔다. 지원자에게 확인했더니 챗GPT 도움을 받았고, 미처 수정하지 못했다는 어처구니없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이는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채용 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2023년 하반기 기업 채용동향조사’ 결과에서 소개된 사례다. 채용 담당자 64.1%는 지원자의 챗GPT 사용에 대해 ‘독창성이 없어 부정적’이라고 했고, 이에 41%는 ‘자소서가 사라지고 다른 전형이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사람 됨됨이와 발전 가능성을 1차 필터링하는 자소서에 챗GPT가 스며들면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채용시스템이 붕괴될 처지에 놓였다고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챗GPT가 현재보다 더 완벽하게 진화하면 그 사용 여부를 걸러내기 힘들다는 점도 자소서가 사라지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챗GPT에 의존한 자소서 작성 문제는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이젠 ‘AI윤리’가 시급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인간의 고유 영역, AI만의 영역, 그리고 둘간의 융합 영역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하는 것은 서둘러 풀어가야할 이슈가 됐다는 뜻이다. 발등의 불로 떨어진 ‘딥페이크와의 전쟁’ 등에 비해 결코 우선 순위가 밀리지 않는 일일 것이다. 최근 유엔회원국은 AI의 안전한 사용에 대한 국제적 결의를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앞서 유럽연합 27개 회원국은 세계 최초로 AI 규제법에 최종 합의했다. 이런 글로벌 흐름에 편승하면서 우리도 우리만의 AI윤리 제정과 실행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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