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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인증규제 개선, 산업 경쟁력 강화의 핵심과제

지난 2월 27일 국무조정실 규제혁신추진단은, 현재 법령상 요구되는 다수의 법정인증 제도를 대폭 정비하는 내용의 “인증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은 해외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법정인증(257개)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인증제도를 주로 안전, 의료, 보건 등으로 한정해 운영하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편(미국은 93개, EU는 40개, 중국은 18개, 일본은 14개)이다. 현재 기업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으므로, 인증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통폐합 등 전면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인증은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가 법령에 정해진 기준을 준수하는지 여부를 공적기관이 확인해 주는 제도다. 보통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이나 안전성을 확인하는 목적인 경우가 많다. 일반 소비자들이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KC인증(안전인증) 제도가 대표적이다.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등 법령 등에서 정해진 안전기준에 따라 인증기관이 안전검사를 수행하고, 기준을 충족해 검사를 통과한 제품은 안전인증 표시 및 판매가 허용된다. 안전인증 제도는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을 그 종류에 따라 안전인증대상, 안전확인대상 등으로 구분하고 공통안전기준과 제품별 개별안전기준을 세분화해 적용한다.

인증제도는 정부(규제기관)와 소비자(구매자), 그리고 제조자(판매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우선 정부는 상품 및 서비스가 확보해야 하는 적정한 수준의 품질과 안전성 기준을 제시해 구매자인 국민의 안전과 이익을 적절히 보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위험성이 높은 제품의 경우 더욱 엄격한 인증기준을 적용하고 이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의 생산 및 유통을 차단해 국민의 안전에 대한 위협을 사전에 예방한다.

소비자(구매자)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과 안전성을 직접 비용과 시간을 투입해 검증하지 않더라도, 정부가 마련한 기준을 통과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신뢰하고 구매할 수 있다. 인증제도가 제조자(판매자)로 하여금 상품이나 서비스에 인증정보를 표시하고 안내하도록 요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품의 품질 및 안전성에 관한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정보 비대칭 상황에서 인증제도는 구매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필수적인 정보를 제공해 이러한 불균형을 교정한다.

인증제도는 품질과 안전성의 공적인 기준을 제시해 사업적 예측가능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제조자(판매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제조자가 예상할 수 없었던 상품 품질 및 안전성 문제로 구매자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관련된 품질 및 안전성 인증기준을 엄격히 준수했다면 이는 제조자의 책임을 경감할 사유가 될 수 있다. 정부가 마련한 인증제도가 품질 및 안전성이 야기할 수 있는 예상하지 못한 리스크와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장치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인증제도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현재 국내 인증제도는 개선 및 개편이 필요한 부분도 적지 않다.

첫째로 유사, 중복되고 실효성이 낮은 인증제도의 문제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인증제도가 있음에도, 국내에 그와 유사한 기준에 기초한 별도의 인증제도가 존재하고 사업자가 이러한 국내 인증을 취득해야 국내 상품 유통이 가능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는 국내에 진출하고자 하는 글로벌 사업자에게 불필요한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인증제도를 통해 추가적으로 확보되는 품질이나 안전성 효과도 미비하며 오히려 소비자의 글로벌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접근 가능성만 제약한다. 국내시장 및 산업의 특수성을 합리적으로 고려하되, 해외 사업자들의 국내 진출, 국내 사업자들의 해외진출이 과도한 인증부담으로 제한되지 않도록 글로벌 스탠다드 도입 및 인증제도의 통폐합 등의 정비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과도한 인증기준, 절차 및 비용의 문제도 있다. 어떤 유형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기준으로 인증기준이 일률적으로 적용되면서,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의 세부적인 특성이나 차이점을 면밀히 고려하지 못하거나, 매출이나 이용자 규모를 고려하지 않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소기업에 동일한 인증기준이 적용돼 신규 사업자 등장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경우다. 과도한 인증신청, 심사기간 및 유지비용이 인증대상 기업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동일한 상품이나 서비스도 사업규모에 따라 구매자에게 미칠 수 있는 효과에 크므로, 좀더 유연하고 신축적인 인증기준 마련 및 운영이 필요하다.

이번에 규제혁신추진단이 국내 법정인증제도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고 대폭적인 개선계획을 발표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인증규제 정비과정에서 사업자와 소비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인증제도가 그 취지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되고 운영되기를 희망한다.

노태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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