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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라밸? 주말 없이 일해도 기뻐요” 무엇이 이들의 심장에 ‘불꽃’을 터트렸을까 [히든 스팟]
한화 글로벌부문 콘텐츠사업팀 인터뷰
서울세계불꽃축제 올해 벌써 20회 맞아
세계 유일 불꽃 사업팀…연간 200회 행사
“죽기 전에 불꽃 축제 봐 감사” 할머니 사연
“유일하게 사람 모으는 화약이 바로 불꽃”
〈히든 스팟〉

수많은 기업들에는 다양한 조직과 직군이 있습니다. 기업마다 고유 사업을 하는 가운데 다른 기업에는 없거나 차별화된 방식으로 일을 하는 사람과 조직이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아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 일하면서 차곡차곡 성과를 올리는 이들이야말로 미래를 만드는 영웅이며 비밀병기입니다. 우리는 이들을 ‘히든 스팟’이라고 부릅니다.

한화 글로벌부문 콘텐츠사업팀 박정호(왼쪽부터) 과장, 문범석 팀장, 윤두연 차장, 성윤수 과장, 고길남 과장이 13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불꽃은 이제 ‘흐름’이 있는 문화콘텐츠로 발전했어요. 예전에는 경축일날 단순히 빵빵 쏘던 것에서 음악 싱크에 맞춰서 불꽃을 연출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레이저, 조명 같은 특수효과 등 멀티미디어를 활용하고 드론까지도 연계하는 ‘스토리텔링의 불꽃’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드뷔시 달빛의 감미로운 선율이 흐른다. 곧이어 여러 가지 색색의 화려한 불꽃이 까만 밤하늘을 수놓기 시작한다. ‘펑~!, 펑~!’ 커다란 불꽃이 터지는 소리에 심장도 함께 터질 듯 두근댄다. 단순 불꽃 뿐만 아니라 ‘러브 유(LOVE U)’ 등 영문과 스마일, 별, 하트 등을 다양한 모양을 불꽃으로 표현하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눈 닿는 곳마다 하늘을 가득 메운 불꽃에 축제는 절정에 이른다.

많은 사람들에게 벅찬 감동을 선사했던 서울세계불꽃축제의 뒤에는 한화 글로벌부문 콘텐츠사업팀이 있다. 기획과 디자인·연출에서부터 운영, 안전관리를 모두 책임지는, 말 그대로 불꽃축제의 모든 것을 담당하는 팀이다. 최근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빌딩에서 콘텐츠사업팀 문범석 팀장과 윤두연 차장, 성윤수·고길남·박정호 과장을 만났다.

한화 글로벌부문 콘텐츠사업팀 성윤수(오른쪽부터) 과장, 윤두연 차장, 문범석 팀장, 박정호 과장, 고길남 과장이 13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임세준 기자
서울세계불꽃축제, 올해가 터닝포인트…이미 준비는 시작됐다

축제가 열리는 시기는 가을 바람이 불어오는 10월이지만, 사업팀은 벌써 부터 눈 코 뜰 새가 없다. 특히, 올해로 20회째를 맞는 서울세계불꽃축제 준비는 이미 시작된 지 오래다. 서울세계불꽃축제 준비에는 사업팀 모두가 투입되며, 약 1년에 걸친 기간이 소요된다. 사업팀은 ‘라이프 이즈 컬러풀(Life is Colorful)’을 콘셉트로 ‘역대급’ 행사를 준비 중이다.

문범석 팀장은 “항상 팀원들과 매년 불꽃축제를 새롭게 하자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올해도 20회를 맞아서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되도록 많은 것을 ‘체인지’할 생각이다. 기대하셔도 좋다”고 자신했다.

한화 글로벌부문 콘텐츠사업팀 문범석 팀장이 13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임세준 기자

특히,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는 매년 한국팀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타상불꽃’을 선보이는데, 올해는 터진 후 2~3가지로 색깔이 변화하는 불꽃이나 ‘고스트쉘(유령 같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효과)’ 등 다양한 불꽃을 선보이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야심차게 준비한 불꽃에 대한 제작의뢰 역시 이미 들어간 상태다.

불꽃 모양과 연출 등을 디자인하는 ‘불꽃 디자이너’ 윤두연 차장은 “멀리서 보시는 분들도 한국팀의 시작을 알 수 있도록 원효대교를 기점으로 좌우 대칭 형태로 가장 높이 올라가는 타상불꽃을 쏘아올린다”며 “저희가 매년 특이한 불꽃을 보여드리고 있는데, 올해는 20회째를 맞아 오프닝과 클로징에서 보다 특이하고 예쁜 불꽃을 선보이기 위해 일본 등에서 새로운 업체를 발굴해 이번에 보여드리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글로벌부문 콘텐츠사업팀 윤두연 차장이 13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임세준 기자

사업팀은 현재 세부적인 스토리텔링 라인을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오는 6월부터는 완성된 스토리텔링에 맞는 음악 선정 작업에 들어간다. 지난해의 경우 클래식에서부터 데이비드 게타의 헤이마마 등 팝송, 아이브의 아이엠 등 K-팝,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박효신의 야생화 등 주옥 같은 명곡들이 관람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윤 차장은 “서울불꽃축제는 남녀노소, 가족, 연인, 외국인 등 다양한 연령과 계층이 즐기는 만큼 클래식만으로, 혹은 한국곡만으로 갈 수가 없다 보니 (음악 선정에) 고민이 많다”며 “편집을 할 때에도 중간에 들어가는 내레이션, 앞뒤 곡의 분위기 등을 고려하고 불꽃연출 등을 신경 써서 짜야 한다”고 했다.

레이저·드론 활용한 압도적 연출력…‘오렌지 세이프티’로 안전에도 만전

불꽃 연출은 단순히 불꽃을 터뜨리는데 그치지 않는다. 약 40분간 이어지는 한국팀의 불꽃쇼는 ‘기승전결’이 뚜렷하다. 연출상 초반부를 화려하게 간다든지, 서서히 고조되는 분위기에 주력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연출 전략에 따라 음악도, 동원되는 멀티미디어 등의 특수효과도 달라진다. 지난해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에는 10만여발의 불꽃이 터졌으며 불꽃드론 400대, 바지선 40여척이 동원됐다.

특히, 우리나라의 불꽃 연출력은 ‘압도적’이라는 설명이다. 해외팀 초청·기획, 해외 불꽃업체 발굴 등을 담당하는 박정호 과장은 “일본의 경우 한발씩 여유 있게 불꽃을 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판타스틱’한 장면을 좋아한다”고 했다. 문 팀장도 “중동의 경우는 스케일 측면에서 ‘오일머니 파워’가 느껴질 뿐, 연출 부분으로 승부를 본다면 우리가 가장 압도적”이라고 강조했다.

한화 글로벌부문 콘텐츠사업팀 고길남(왼쪽부터) 과장, 박정호 과장, 문범석 팀장, 윤두연 차장, 성윤수 과장이 13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임세준 기자

불꽃 분야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레이저, 드론 등을 활용해 보다 다채로운 쇼를 선보이는 것도 가능해졌다. 사업팀은 지난 2022년 ‘불꽃드론’ 511대를 비행 시키면서 동시에 불꽃을 발사하는 기네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박 과장은 “저희가 불꽃드론에 대한 공동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작년 같은 경우 드론 비행이 제한된 한강에서처음으로 불꽃드론으로 공연을 하는 등 끊임없이 발전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고길남 과장 역시 “불꽃 뿐만 아니라 빛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빛 관련 축제까지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오렌지 플레이’, ‘오렌지 세이프티’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들어 스마트한 축제를 즐기도록 돕는다. ‘오렌지’는 기억하기 쉽고 활력이 되는 비타민 같은 존재가 되겠다는 의미다.

‘오렌지 플레이’를 이용하면 먼 곳에서도 휴대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30분의 1초까지 정밀하게 제어되는 불꽃을 감상할 수 있다. 또, ‘오렌지 세이프티’를 이용해 행사장의 밀집도를 측정해 표시해주고, 안전요원 배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비상상황 발생시 경찰서나 소방서에 바로 출동을 요청할 수 있는 장치도 만들었다.

한화 글로벌부문 콘텐츠사업팀 성윤수 과장이 13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임세준 기자

100만명 이상이 모이는 행사다 보니 사업팀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부분은 ‘안전’이다. 실제 축제 현장에 투입되는 안전·운영인력, 경호인력 등은 경찰을 포함하면 무려 1만여명에 달한다. 한화그룹의 임직원 봉사단 1200명도 현장 안전관리에 배치된다. ‘오렌지 세이프티’를 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행사 운영 등을 담당하는 성윤수 과장은 “아무래도 이태원 사태 이후로 관리인원, 장비 등 안전과 관련된 부분에 한층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며 “예년에 비해 2~3배까지도 강화된 안전 기준을 충족시키는 등 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 중이다”고 했다.

고 과장도 “육상의 인력관리 뿐만 아니라 해상통제 역시도 완벽하게 됐는지 등도 체크한다”며 “강 위에 패들보트나 요트를 띄워 불꽃에 접근하는 분들도 있기 때문에 안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오렌지 세이프티’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 글로벌부문 콘텐츠사업팀 고길남 과장이 13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임세준 기자
전 세계 유일한 불꽃 전담 사업팀…1년간 약 200회 행사 소화

대기업에서 불꽃축제를 위한 전담팀을 꾸려 사업을 하는 곳은 한화가 유일하다. 현재 한화에는 보은사업장에 있는 기술원 인력까지 포함하면 15명의 정예 멤버가 모여 있다. 국내에 단 2명 있는 ‘불꽃 디자이너’도 모두 한화 소속이다.

세계적으로도 ‘불꽃’은 보통 가업으로 물려받거나 소규모 기업에서 운영하는 등의 ‘패밀리 비즈니스’ 특징을 갖는 것이 보통이다. 대를 이어 내려오는 일본의 ‘불꽃 장인’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화약주식회사’가 모태인 한화가 오히려 특이한 케이스인 셈이다.

그렇다고 사업팀이 1년 내내 서울세계불꽃축제만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팀이 소화하는 전국의 크고 작은 불꽃 관련 행사는 무려 200여회에 이른다. 국내 3대 불꽃축제인 서울세계불꽃축제, 부산불꽃축제, 포항국제불빛축제 등 사업팀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행사가 없다. 10월 서울세계불꽃축제가 끝나고 나면 숨 돌릴 틈도 없이 11월 부산불꽃축제가 다가오는 식이다.

당장 오는 6월1일 포항국제불빛축제에서 열리는 불꽃경연대회를 준비 중인 성 과장은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불꽃경연대회가 진행되지 않는데 올해는 국제축제라는 명칭에 걸맞게 해외팀과 한국팀의 경쟁 요소를 접목했다”며 “관람객들이 ‘오렌지 플레이’ 앱을 통해 1등을 내 손으로 뽑는 재미와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는 스마트한 축제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글로벌부문 콘텐츠사업팀 박정호 과장이 13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임세준 기자

불꽃축제를 준비하는 팀 답게 그룹 내에서도 경쟁률이 높다. 다만, 불꽃 관련 이벤트, 행사는 주로 주말에 열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사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과는 거리가 멀다는 현실도 명확히 했다. 그럼에도 지원자가 꾸준해 선발을 거친다고 한다. 당초 방산 쪽에서 근무하던 문 팀장 본인부터가 “불꽃을 너무 하고 싶어서 지원해 왔다”고 했다.

윤 차장 역시 ‘불꽃 디자이너’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주말에 일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 끈기와 책임감, 성실성, 희생정신 같은 것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조언을 내놨다.

그러면서 “저는 디자인을 전공했고 다른 디자이너는 화학공학과 출신이지만 회사에 들어와서 배운 부분도 많다”며 “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글을 잘 쓴다던지, 컴퓨터 스킬이 좋다든지 등 강점을 가지고 입사한 다음에 현장에서 많이 배우고 채워갈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한화 글로벌부문 콘텐츠사업팀 문범석(오른쪽부터) 팀장, 윤두연 차장, 박정호 과장, 성윤수 과장, 고길남 과장이 13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임세준 기자

동시에 비록 몸은 힘들지만 만족스러움이 크다는 것도 사업팀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 과장은 “죽기 전에 이런 것이 있는 줄 알게 해줘 너무 고맙다”는 여든 할머님의 감사 인사를, 문 팀장은 과거 익명의 관람객이 문 팀장의 인터뷰 기사를 직접 스크랩 해 편지를 보낸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성 과장은 ‘강원랜드 하이원 멀티미디어 드론쇼’에 처음으로 불꽃과 드론을 접목 시켰을 때를, 윤 차장은 코로나19 종식 직후 치러졌던 2022년 서울세계불꽃축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던 것을 뿌듯한 기억으로 꼽았다. 박 과장은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 이런 행사를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장 크다”고 했다.

문 팀장은 “불꽃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세계적 이벤트에서부터 작은 지역축제에 이르기까지, 빠지지 않는다”며 “화약은 사람을 다 대피하게 만드는데, 유일하게 사람을 모으는 화약이 바로 불꽃”이라고 말했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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