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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의도 증권가가 말하는 “밸대박(밸류업 대박)”의 조건은? [유혜림의 株마카세]
법인세보다 더 뜨거웠던 ‘배당소득 분리과세’ 호응
“세금 민감한 오너들, 배당 유도하는 아주 솔깃한 유인책”
“고액자산가 등 소액주주도 밸류업 기업 투자 ‘당근’”
부자감세 비판도…“밀려오는 투자금에 세금 더 걷는 선순환도” 반론
野 ‘개미주주보호법(상법)’과 與 ‘밸류업 지원(세법)’…1+1 법안 협상을

[망고보드]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진짜 엄청난 일이 될 것 같은데요. 국가적으로도 배당소득세 수입이 오히려 늘어나는 ‘한수’가 될 것 같아요.”

최근 여의도 증권가의 화두는 단연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입니다. 한 행동주의펀드 대표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밸류업’ 세제지원 정책에 대해 묻자 이 같은 한줄평을 내놓았습니다. 앞서 정부는 ‘밸류업’ 일환으로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배당을 늘리는 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를 깎아주고 주주들에겐 배당소득 분리과세 또는 세액·소득공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예고한 바가 있습니다.

사실 시장에선 법인세 인하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더 반기는 모습입니다. 부자들은 세금에 아주 민감하지요. 세금 부담이 줄어들면 주식시장에 돈이 더 들어오고 밸류업도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큽니다. 현재 배당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15.4%(지방소득세 1.4% 포함)를 내면 되지만 연 2000만원을 넘어서면 초과분에 대해 종합과세를 하게 되거든요. 근로·사업소득을 합산해 구간별 누진세율(6.6~49.5%)이 적용돼 세율이 최대 50% 가까이 치솟습니다.

이 때문에 기업 오너나 대주주들은 자신의 세금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일부러 ‘짠물배당’을 택하는 문제점도 종종 발생합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오너들에게 배당소득세는 세율 50%선(49.5%)에 걸리지 않으려는 기준과도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배당금 분리과세를 적용한다면, 대주주들도 덜어낸 세금 부담 만큼이나 보다 적극적으로 배당금을 늘리지 않겠냐는 설명인 것이죠.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대주주 입장에선 10억원 연봉보다 10억원 배당받는 게 세금 측면에서도 더 유리하니깐요.

국내 저평가 가치주 펀드를 운용하는 김기백 한국투자신탁운용 중소가치팀 팀장은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는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게 만드는 ‘퍼즐’”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는 “주주 환원도 공급자와 수요자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배당 공급자인 기업에게 법인세 완화라는 인센티브를 줬다면 투자 수요자인 주주 측면에선 배당소득세를 분리과세해 줄 필요가 있다. 두 안이 모두 나오면 한국 배당시장은 적어도 5배 이상 커질 수 있다고 본다”고 전망했습니다.

물론 배당소득세 감면은 소수의 대주주와 고액자산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일명 ‘부자감세’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반론도 있습니다. 한 사람에게 걷어들이는 세금은 줄어들더라도 투자금이 늘어나면서 세금 파이 자체가 커질 수 있는 건 아니냐고요. 명재엽 KCGI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유효세율은 낮아져도 전체 파이가 커진다면 세수 감소는 그렇게 크지 않을 수도 있다”며 “주식시장에 유동성이 들어오는 선순환도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밸류업’ 세제 지원은 모두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 사안입니다. 21대 국회의원 임기(5월 29일까지)가 남아있다만 ‘개점휴업’할 가능성이 커 보이지요. 특히 법인세 인하, 분리과세 등은 야당이 ‘부자 감세’를 근거로 강하게 반대하는 이슈라 협상도 녹록지 않을 겁니다. ISA 납입금과 비과세 한도를 늘리는 내용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은 이미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물 건너간 상태고요. 금투세 폐지·소득세법 개정안 등 7개 입법 과제는 모두 국회 소관 상임위에 계류 중입니다.

여야에게 이렇게 제안해봅니다. 소액 주주권익 보호를 담은 야당의 상법 개정안과 법인세 감면 등 밸류업 세제 지원안을 담은 여당의 세법 개정안까지, 이른바 ‘원 플러스 원(1+1)’ 법안 협상입니다. 불과 약 1년 전, 민주당은 개인투자자들을 만나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려 했지만 기업 반발에 부딪혀 제대로 논의조차 못하고 사실상 폐기됐지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만 삼지 말고 두 법안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해봅시다. 22대 국회에서 제대로 한번 머리를 맞대보자고요.

fores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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