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와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의 모습. [AFP, AP, EPA, 게티이미지뱅크]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일본 경제가 ‘이자율 있는 세상’에 전격 합류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한 ‘마이너스 금리’ 국가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영국 영란은행(BOE)과 함께 ‘글로벌 3대 중앙은행’으로 불리는 일본은행(BOJ)은 지난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통해 단기 기준금리를 기존 연(年) -0.1%에서 연 0.0~0.1%로 올려잡았습니다.
여기에 추가된 조치들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국채 무제한 매입을 통해 장기 금리(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 내리는 수익률곡선통제(YCC)를 전격적으로 종료했고요. 더 나아가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s, 리츠)을 매입해 금융당국이 주식시장에 직접 개입해 부양에 나서는 질적 금융완화 정책도 일시에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시나리오를 내놓았던 시장의 전망보다도 더 크고 급격한 수준으로 지난 2013년 이후 지속해 온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의 종언을 고한 것이죠.
일본은행이 자신 있게 ‘새로운 길’을 향해 나아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바로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탈피했다는 판단을 꼽습니다.
일본은행의 이번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두 가지 요인으로는 ▷물가 상승률 ▷춘투(春鬪, 첫 연간 임금협상)가 꼽힙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EPA] |
지난 1월 19일 일본 총무성은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05.2로 전년 대비 3.1% 상승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가격 변동이 큰 신선식품을 빼고 집계한 수치인데요. 제2차 석유파동의 영향으로 물가가 치솟았던 1982년과 같은 수준이었죠. 3%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한 것도 1982년 이후 처음이었습니다. 지난 2022년 CPI 상승률 2.3%에 이어 일본은행이 제시한 목표치 2%를 2년 연속 웃돈 것도 ‘마이너스 금리’ 탈출에 대한 용기를 북돋았다고 볼 수 있죠.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 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지난 15일 춘투를 통한 평균 임금 인상률 요구안이 5.28%로 중간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과 아사히(朝日)신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렌고가 밝힌 해당 수치는 전년 동기 대비 1.48%포인트나 높은 수준입니다. 오는 7월로 예정된 렌고의 최종 집계에서도 임금 인상률이 5%대를 유지하면 5.66%를 기록했던 1991년 이후 33년 만에 5%를 웃돌게 됩니다. 앞서 지난 13일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총재는 일본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춘투 동향이 금융정책 변경의 “커다란 포인트가 될 것”이라 말한 바 있습니다.
앞서 일본은행은 완화적 금리 정책을 변경하기 위해선 반드시 ‘임금 상승에 따른 소득 증가 → 소비 진작 → 물가 상승’이란 선순환 구조가 확인돼야 한다고 강조해온 바 있는데요. 이런 구조에 대한 확인을 통해 수십년간 일본 경제를 짓누르던 ‘디플레이션’으로부터 ‘사실상’ 해방됐다고 판단, 금융 정책 전환을 결정하게 된 셈이죠.
[한국투자증권] |
사실 많은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봤을 때 일본의 경제 상황이 나아졌다고 말하긴 힘들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디플레이션에서 탈출했다는 것은 엄밀히 말해선 ‘다시 디플레이션 상태로 돌아갈 전망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데요. 이를 평가하는 지표로는 ▷물가 상승률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 ▷단위노동비율(기업이 재화·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임금) ▷수요와 공급 간 차이를 나타내는 수급 갭(gap) 등이 있습니다.
이들 수치 중 일본의 ‘물가’와 ‘GDP 디플레이터’는 분명 전년 대비 상승한 모습을 확연히 보이고 있는데요. ‘수급 갭’의 경우엔 지난해 말까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죠. 수급 갭이 마이너스라는 것은 내수 등의 부족으로 인해 만성적인 수요 부족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결과적으로 물가가 하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투자증권] |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10년 이후 거의 증가하지 못한 소매판매가 최근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미국 등과 비교했을 때 모멘텀은 턱없이 미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했죠.
최근 기업들의 임금 인상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는 있다지만, 실질임금 상승률이 22개월 연속 하락했다는 점에서 소비 진작을 통한 물가 상승이란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나오죠.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정부와 일본은행의 강력한 경기 부양에 힘입어 수치를 끌어올린 측면이 있는 만큼, 현재 나타나고 있는 선순환 구조의 지속성에는 의문 부호가 여전히 달린다”고 꼬집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현재 기본적으로 일본 정부의 태도는 ‘신중론’에 무게의 추가 가 있는 상태입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관방장관이 “일본 경제가 ‘다시 디플레이션으로 돌아갈 전망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하지만, 역대급으로 저조한 지지율 탓에 정치적 위기에 빠져 있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로서는 ‘십수년 간 해오지 못한 경기 부양에 성공한 총리’라는 정치적 자산을 얻는 게 시급한 상황입니다. 그렇기에 섣부르단 지적에도 불구하고 ‘디플레이션 탈각(탈피) 선언’을 직접 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나옵니다.
일본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지난 20일 보도를 통해 내각부가 공표하는 월례 경제보고와 별도로 국회 답변 등을 통해 직접 기시다 총리가 해당 내용에 대해 선언하는 형태로 일종의 ‘디플레이션 탈출 기념식’을 치르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죠.
일본 집권 자민당의 한 각료 경험자는 “(디플레이션 탈피 선언은) 큰 카드이며, 중의원 해산 전략과 관련된다”고 평가했습니다. 만일 기시다 총리가 선언을 한다면 “(중의원) 해산 1개월 전이 해당 시점”이라고 짚기도 했죠.
일각에선 ‘디플레이션 탈피 선언 → 6월 중의원 해산 및 총선 → 총선 승리 기반 당 장악력 강화 → 9월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란 시나리오를 기시다 총리가 짜고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사실 이번 ‘마이너스 금리’ 탈출을 통한 ‘디플레이션 탈출’은 기시다 총리의 정치적 동지이자 후견인이기도 했던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을 의미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2021년 그 자리에 올랐지만, 경제 부문만큼은 ‘금융완화·재정지출·성장전략’이란 ‘3개의 화살’로 구성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내세운 ‘아베노믹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분배와 성장이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새로운 일본형 자본주의’, 일명 ‘일본판 소득주도성장’이란 정책 구호를 내걸었던 기시다 총리의 경제정책이 2년이 넘게 지난 오늘날 그 빛을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번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과 금리 인상인 셈이죠.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와 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2020년 손을 맞잡고 있는 모습. [AP] |
투자자들의 관심은 ‘마이너스 금리’가 해제되면서 자연스레 변화할 수밖에 없는 일본 엔화(円貨)의 가치로 쏠리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일본 금리 인상은 현재 5.25~5.50%에 이르는 미국 기준금리와 격차를 좁히는 만큼 외부 자금의 일본 유입을 부르고, 이로 인해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인 원리죠.
지난 19일 일본은행의 발표 전, ‘마이너스 금리’ 탈출에 대한 예상과 함께 ‘엔고(円高)’로 인한 국내 수출 기업의 반사이익과 국내 증시에 미칠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국내 증권 전문가들 사이에선 커졌었는데요.
실제 발표가 나온 이후 전문가들의 예측은 조금 결이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우에다 총재의 생각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마이너스 금리’는 해제하겠지만, 완화적은 통화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겁니다. 채권 정례 매입과 유사시 지정가 매입(Fixed-rate purchases)을 통한 시장 개입 조건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죠. 일본은행은 “당분간 월간 6조엔 규모의 채권 정례 매입 기조를 전반적으로 유지하겠다”고 못 박기도 했고요.
이 때문인지 엔/달러 환율은 151엔을 돌파, 4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죠. ‘엔화 강세’를 예상했던 것과 달리 ‘엔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는 겁니다. 스즈키 슌이치(鈴木俊一) 일본 재무상은 지난 21일 기자들과 만나 ‘마이너스 금리’ 탈출 이후에도 엔화 약세가 계속되는 것에 대해 “높은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고자 한다. 안정적으로 움직이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이 본격적인 엔화 강세를 부를 만한 정책을 과감히 펼 수 없는 이유에 대한 분석도 나옵니다. 내수 동력이 미흡한 현재 일본의 경제 상황에선 엔화가 강세로 갈 경우 일본 경제가 회복 모멘텀을 생각보다 빠르게 잃을 수 있다는 것이 김성환 연구원의 분석입니다. 주력 수출 시장인 미국·유럽연합(EU) 등에서 뚜렷한 수출 물량 개선세가 관찰되지 않는 가운데, 중국에서도 역성장이 나타나는 상황에선 일본 수출의 성장세는 철저히 엔저(円低)에 매달린 단가 중심 상승세에 의존한다는 것이죠.
김성환 연구원은 “2010년 이후 수출단가 상승 지분의 70%는 엔화 약세가 차지했다”면서 “엔화 약세 판도로 수출 기업의 이익이 극대화되고, 주식 시장이 엔화 수혜의 최전선을 누리는 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엔저에 힘입은 수출 기업이 고용 시장을 활성화해 소득 증가를 주도하고, 이것이 내수에 온기를 공급하고 있다는 것도 ‘슈퍼 엔저’를 쉽사리 일본은행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현재 시점에선 엔화 강세를 부를 주요 요인은 일본 내부보단 미국발(發) 변수가 훨씬 크단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 20일(미 동부시간) 결과가 나온 3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미 연준은 점도표를 통해 ‘연내 3차례 금리 인하’란 전망을 유지한 바 있죠.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연내 3회 금리 인하란 시각만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현재 수준의 엔화 약세 현상이 이어져 일본 증시엔 우호적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며 “연내 2회 금리 인하로 전망이 후퇴할 경우엔 엔화 약세가 더 길어져 일본 증시엔 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모습. [AFP] |
엔/달러 환율과 높은 상관관계를 지닌 미·일 내외금리차가 축소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엔화 가치를 높이는 확실한 요인이지만, 너무나도 점진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단기적으로는 엔화 절상 효과를 체감하기 힘들 정도일 수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본 국채보다 미국 국채의 금리 변동성이 큰 만큼 미국 국채의 움직임이 제반 환율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일본은행이 단행한 금리 인상폭은 일명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0bp(1bp=0.01%포인트) 인상에 그치기 때문”이라고 했죠.
엔화 절상 폭이 추가적으로 확대되기 위해선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자금이 일본으로 유입돼야 하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이어졌죠.
모건스탠리MUFG증권은 일본은행이 ‘비둘기파(완화 선호)’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당장은 위험에 처해있지 않다고 시장 참가자들을 확신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죠. 여기에 모건스탠리MUFG는 “일본은행이 긴축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점 때문에 엔화에 대한 약세 압력이 증폭 중”이라고 짚었고요.
[로이터] |
박수연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2000년대 이후 역사적 상단이자 기술적 상단으로 보이는 152엔에서 추가 상승하진 않을 것”이라며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그널이 확실해진 후 145엔 이하로 절상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 밖에도 오는 11월로 예정된 미국 대선 결과가 엔화 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있는데요.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민주당’ 행정부 시기와 일본의 자력갱생을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엔/달러 환율의 방향은 뚜렷하게 구분됐다”고 말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현재의 엔화 가치 약세가 압박을 받지 않겠지만,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정권 탈환에 성공하면 엔화 가치 절상에 대한 미국 행정부 차원의 압박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죠.
[KB증권] |
‘슈퍼 엔저’ 현상이 지속된다는 점은 국내 경제는 물론 국내 증시의 입장에선 달갑지만은 않은 현상이란 분석도 증권가에서 나옵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전처럼 환율이 한일간 수출 경쟁력에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800원 후반대의 원/엔 환율은 국내 수출 기업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수준”이라면서 “주식시장 관점에서도 슈퍼 엔저가 일본 증시의 투자 매력도를 지지해 준다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국내 증시 (수급 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9일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종료 발표 전 국내 증권업계에서 나왔던 전망인데요. 실제 발표 후엔 이 같은 전망은 사그라드는 분위깁니다.
[하이투자증권] |
반대로 ‘일학개미(일본 증시 소액 개인투자자)’들의 일본 투자 행렬은 더 거세질 수 있단 평가도 나오죠. ‘버블(거품) 경제’ 시점을 넘어 연이어 사상 최고치 기록을 일본 증시가 기록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22일에도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4만1000선에 육박하는 4만888.43으로 마감하며 또 한 번 ‘전인미답’의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이날 오전장에는 4만1087.75까지 올라 전날 장중 최고치를 웃돌기도 했죠.
일본 주식시장 자체가 과거와 달리 ‘장기투자’가 가능한 자산으로 대변신했다는 신한투자증권의 분석도 이어졌죠.
미국, 유럽, 중국 등과 비교했을 때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국가는 일본이라는 게 신한투자증권의 평가입니다. 과거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일본 기업이익 구조가 미국에 의존하는 구조로 변모하면서 미국의 호황이 즉각적으로 일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게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된다는 것이죠. ‘트레이딩’의 대상이 아니라 장기투자와 동행이 가능한 자산으로 변모하게 하는 게 이런 이유라는 겁니다.
과거 한국의 ‘재벌’과 유사한 ‘게이레츠(系列)’ 중심의 지배구조가 장기가에 걸쳐 주주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도 일본 증시에 대한 매력을 높이는 요인입니다. 지난 2016년 일본 연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고, 작년엔 도쿄(東京)증권거래소(TSE)가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해소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자사주 매입이 추세적으로 상승한 점도 주식 투자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매력도를 높였다는 게 신한투자증권의 분석이죠. 배당성향 역시 팬데믹 시기의 일시적인 급등을 빼고도 구조적인 상향 트렌드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지난해 4월 TSE의 일본판 ‘밸류업프로그램’ 이후 일본 주식시장은 순매수 80조엔에 이르는 외국인이 주도 중인데요. 작년 말 일본 정부가 개인들을 증시로 유입시키기 위한 세제혜택 개편을 단행한 것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 사항입니다. 현재 가계자산의 현금 비중은 절반을 상회하고 주식-펀드 비중은 17%에 그치고 있는 게 일본의 현실인데요. 향후 개인투자자들이 증시에 구조적으로 유입된다면 주식시장이 상승하고, 부의 효과로 인한 소비 개선이란 선순환을 그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밖에도 일본 주식시장의 대변신은 ▷발행주식수 ▷순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ROE)이란 세 가지 지표에 함축돼 있다고 하는데요. 무분별한 기업공개(IPO)가 제약되는 가운데 상장기업들의 주주환원정책 동참으로 발행주식 수가 감소한 것이 주주 가치 제고로 이어졌고요. 한때 2% 수준에 머물렀던 순이익률이 6%를 상회하는 것도 일본 증시의 견고해진 체질 변화를 시사한다는 것이 신한투자증권의 평가죠. 발행주식 수 감소와 순이익률 개선이 동반되며 ROE가 10% 수준으로 높아진 결과 적정 밸류에이션을 상향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 등도 日 증시 투자 매력도 높이는 것이라고 하네요.
김성환 연구원은 “기업 이익이 전망대로 강세를 이어갈 경우 연말까지 12개월 선행 EPS는 10% 상향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닛케이지수로 환산할 경우 4만4000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밖에도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 해소 기대감과 함께 일본 증시에 존재하던 ‘디스카운트(저평가)’도 해소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오는데요. 삼성증권은 “장기간 지속된 일본의 디플레이션 환경 탓에 미일 증시 수익률 격차가 ‘다우지수 52.3배 vs 닛케이지수 16.9배’로 벌어졌다”면서 “전월 대비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감분을 월별 지수 수익률에서 제외할 경우 미일간 증시 수익률 격차는 ‘다우지수 6.2배 vs 닛케이지수 3.5배’로 크게 감소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 |
일본 증시가 ‘장밋빛’이기만 하냐고요? 이런 질문에 대해 일본 경제에 잠재한 리스크를 잊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죠.
기시다 행정부가 만지작 하고 있는 디플레이션 탈피 선언의 근거는 바로 CPI 상승률인데요. ‘소득 상승 → 소비 진작 → 인플레이션’이란 선순환 고리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금의 물가 상승 분위기는 일본 경제의 체질 개선이 성공한 결과라기보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관련 부양금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요인의 덕을 많이 봤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성장률이 최근 꺾이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입니다.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계절조정치)이 전분기보다 0.1% 증가했다고 지난 11일 2차 속보치(개정치)를 발표했죠. 이런 추세가 1년간 지속하는 것으로 가정했을 때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은 0.4%라는 것입니다.
2023년 전체 일본의 실질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1.9%로 1.4%에 그친 한국을 25년 만에 제쳤다는 것으로 주목받았었는데요. 불과 1년 만에 곤두박질쳤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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