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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공의 비율 높은 서울대병원, 7개 병동 폐쇄…병원장 간호사에 ‘책임 떠밀기’ 폭로
서울대병원 등 8개 병원 29개 병동 통폐합
간호사들 “타병동 배치, 무급 휴가 권유받아”
의료연대본부 “병원장도 의료공백 책임 주체”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21일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가짜 의료개혁 말고 공공병원 확충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안효정 기자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8개의 병원이 병동을 통폐합해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통폐합된 병동 내 간호사들은 연차 소진을 강요받거나 다른 병동으로 재배치돼 업무 부담을 느끼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폭로했다.

의료연대본부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의사인력 증원, 이렇게는 안된다’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김동아 의료연대본부 정책부장, 정유지 강원대병원분회 사무장, 박나래 서울대병원분회 사무장,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 박경득 의료연대본부 본부장 등이 참석해 발언했다.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달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난 후로 서울대병원 등 8개의 병원에서 각 1~9개의 병동이 통폐합됐다. 서울대병원(서울대병원 본원·서울보라매병원)의 통폐합 병동 수가 9개로 가장 많았다.

기관별로 살펴보면 ▷강원대병원 1개 ▷충북대병원 4개 ▷제주대병원 2개 ▷대구가톨릭대병원 3개 ▷동산의료원 1개 ▷서울대병원 9개(서울대병원 본원 7개·서울보라매병원 2개) ▷경북대병원 3개(경북대병원 본원 2개·칠곡경북대병원 1개) ▷동아대병원 6개 병동이 통합되거나 폐쇄됐다.

서울대병원과 제주대병원은 병동을 추가로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연대본부는 통폐합된 병동에 있던 간호사들은 40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병원의 비상경영체제로 연차 소진과 무급 휴가 신청을 강제로 권유받았다고 주장했다. 휴가를 거부하면 충분한 교육과 훈련 없이 기존에 근무하던 병동과 전혀 다른 곳으로 배치시키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박나래 서울대병원분회 사무장은 “병원은 간호부 근무조별 인원 수를 줄이지 않겠다 했지만, 비상진료체계라는 말을 하며 병상수를 줄이고 근무조별 인원 수도 줄였다”며 “9개의 병동이 폐쇄되자 병원은 무급으로 휴가를 가라고 적극 권유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박 사무장은 “(간호사들이) 무급 휴가를 가고 싶지 않다고 하니 다른 병동에 가서 일을 하라고 했다”면서 “어디에 무슨 의료물품이 있는지 아무런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사고는 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일을 해야 한다. 무급 휴가도 싫지만 다른 병동에 가서 사고칠까 두려워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무급 휴가를 들어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지 강원대병원분회 사무장은 “강원대병원의 경우 간호사들의 의사나 정확한 업무 부담을 제대로 측정하지 않고 외래·실무 간호사 및 교육 전담 간호팀을 중환자지원팀으로 구성해 중환자실 환자의 검사와 응급 업무를 하도록 했다”며 “간호사들이 교육 훈련 없이 낯선 타부서에 강제 전보 배치돼 심적 부담감과 불안감을 동반한 고충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간호사뿐 아니라 간병노동자도 병동 통폐합으로 인한 어려움에 놓였다고 주장했다. 의료연대본부가 간병사 조합원 100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간병노동자의 근무 일수는 최근 2주 동안 1주에 2.25일로 전공의 집단이탈 전(평균 1주 3.91일)보다 줄었다.

김동아 의료연대본부 정책부장은 “간병노동자들은 기본급 기준 월평균 소득이 42% 가량 줄어들어 생계 유지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이같은 사태의 책임은 병원장에게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상윤 건강과대안 책임연구위원은 “의정 갈등 속에서 숨겨진 책임의 주체는 병원장이다. 병원장이 경영의 손실을 보기 싫으면 의사들에게 나오라고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병원장의 적극적인 역할을 촉구했다.

한편, 의료연대본부는 이번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에서 그 누구의 편도 아니며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공공의료를 강화하는 것이 진정한 의료개혁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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