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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세계가 놀랐다” 8년 전 충격 패배…‘낯익은 얼굴’ 뭐하나 했더니
인류 최초로 인공지능(AI)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바둑 프로기사 이세돌 9단. [구글 제공]

[헤럴드경제=고재우 기자] “당연히 이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벌써 8년 전이다. 세기의 대결로 눈길을 끌었던 인간과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대국에서 바둑계 최강자 이세돌 9단은 아쉽게 패배했다. 최종 스코어 ‘4대 1’ 말로만 들었던 AI가 우리 일상에 한 걸음 더 다가선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8년 뒤 오늘, 이 프로는 당시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그는 당연히 알파고를 이길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넘을 수 없는, 요즘 세대 말로 “벽을 느꼈다”고 전했다.

19일 구글이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프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그는 “구글 딥마인드에서 제안이 왔을 때 알파고에 대해 정확히 몰랐고, 당연히 이길 거라고 봤다”며 “당시에는 ‘구글에서 이런 AI도 만드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돌아 봤다.

이어 “그래서 대국을 좀 쉽게 생각한 부분도 있었는데, 막상 보니 승부 호흡도 없고,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수를 두더라”며 “정말 벽에다가 테니스 공을 치는 느낌이었다. 너무 잘 두니까 제가 안일하게 준비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이 프로는 알파고와 다섯 번의 대결 중 ‘한 번’은 이겼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AI를 이긴 인간으로 기록된 것이다.

2016년 이세돌 9단의 ‘알파고와의 대전’패배는 당시 큰 충격이었다. 특히 알파고는 2국에서 37번째 수를 통해 저돌적이면서도 직관적인 능력도 있음을 입증했다. [헤럴드DB]

하지만 당시 이 프로의 패배는 인간에게 충격적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이 프로와 알파고 대결 전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 프로의 승리를 점쳤었다. 천 년이 넘는 역사 동안 바둑은 단 한 번도 같은 기보가 작성된 적이 없다. 그만큼 변화무쌍하다는 이야기다.

이 프로의 패배는 AI를 다시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음과 동시에 두려움을 갖게 하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이 프로는 AI에 대한 불안감 보다는 공공선을 강조했다. 단, 이를 위해서는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술 발전이 인간에게 유익하고 지속가능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 프로는 “제대로 준비가 안 됐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속도 조절이 중요한 것”이라며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서는 AI가 필요하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하고, 확실한 원칙을 가지고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기술이 너무 앞서 나가지 않도록 충분히 준비만 한다면 부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 중국 같은 나라들이 경쟁적으로 AI 기술을 발전시키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만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망설인다면 따라가지 못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부연했다.

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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