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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종협, '횹사마' 현상은 어떻게 나왔나[서병기 연예톡톡]
'아이 러브 유'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일본 민영방송국 TBS 드라마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에 출연한 한국 배우 채종협(윤태오 분)이 큰 화제다. 통상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서 히트하면 일본 한류스타가 탄생한다. 배용준, 이병헌, 장근석 등 '사마'와 '짱'들이 그렇게 일본에서 인기를 끌었다. 채종협은 이들과는 다른 루트다.

채종협은 일본 민영방송국의 오리지널 기획 드라마에 한국인 유학생 윤태오 역으로 출연해 단숨에 일본여성들을 사라잡았다. 횹사마 현상까지 생겼다. 일본 넷플릭스 1위도 기록했다. 특히 채종엽이 여주인공 니키아도 후미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다시 엄지로 손도장을 찍고 난 후 복사까지 하는 장면은 일본에서 새롭게 받아들여지는 듯하다.

로그라인은 평범하다. 폐기되는 카카오로 초콜릿과 커피를 만드는 친환경 기업 '돌체 앤 초콜렛'의 사장 모토미야 유리(니키아도 후미)가 멸종 위기 동물과 환경을 전공한 한국인 유학생으로 그 회사에 인턴사원으로 들어온 윤태오(채종엽)와 사랑에 빠지는 판타지 로맨스다. 여주인공 유리는 사고후 눈을 본 사람의 마음속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오해와 이해, 해프닝이 생기기도 한다. 물론 다른 사람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서비스 업체에서 고객을 상대하기에 유리할 때가 많다.

여기서 채종협은 186cm, 긴 다리를 지닌 모델 출신으로, 잘 생기고 귀여운 연하남, 거기에 멍뭉미까지 장착해 일본여성들이 좋아하기에 최적화되어있다. 배용준이 일본 중년 여성의 기억을 소환했다면, 채종협은 일본 10~30대 젊은 여성들이 특히 좋아한다.

이 드라마에는 여주인공 유리의 학창시절부터 오랜 동료이자 과거 애인(?)이기도 한 하나오카(나카가와 타이시)가 태오의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하지만, 아주 착한 캐릭터로 나오는데다 얼굴까지 원빈과 닮은 미남형이라, 사랑을 얻지는 못해도 인기는 얻었다.

로맨스물에서 하나오카 캐릭터는 약간 반칙을 쓸 수 있고 빌런 속성이 있는 질투남이 될 수 있지만, 여기서는 페어 플레이를 하는 멋진 남자다. 그래서 커뮤니티 반응이 "태오만으로도 심장이 위험할 지경인데 하나오카가 완전 진국이란 말이죠"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메인남주와 서브남주 두 캐릭터를 다 살렸다.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는 한국 OTT의 자극성 강한 시리즈물을 많이 본 시청자라면 이렇게 시시하고 유치하며, 간질간질한 드라마가 재미없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 마라맛보다 오르가닉에 가까운 콘텐츠다. 태오가 유리의 손만 잡아도 '두근두근'(도끼도끼)하고 '반짝반짝'(끼라끼라)하는 게 금세 적응된다.

사랑의 진도도 '전국민 시청가'를 부여해도 될만하다. 5회, 33분이 지나서야 공원에서 첫 뽀뽀를 하는데, 이때 유리는 가만히 있다. 그러다 6회 해달을 볼 수 있는 홋가이도 기리탓푸곶 엔딩신에서 쌍방 키스가 이뤄진다.

'횹사마' 채종협에는 일본여성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들이 듬뿍 들어가 있다고 한다. 게다가 극중 채종협은 직진남이면서 무해한 매너남이다. 이 드라마는 언어차이와 문화 차이에 기인한 오해로 점철해 에피소드를 이어간다.

유리는 태호 옆 자리에 있는 여직원 니시마가 태오에게 발렌타인 초콜릿을 주면서 '단 거 좋아해?"라고 말했고, '좋아해'라는 뒷부분 말만 들은 유리는 고민에 빠진다. 게다가 태오는 유리와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니시마가 식당을 잡아줬다"고 말한다. 물론 그 초콜릿은 의리 초콜릿임이 밝혀지지만. 유리는 좋아함(스끼)와 사랑함(아이시데루)의 쓰임새 차이에 대한 이해 문제로 고민하기도 한다. 누나라고 부르는 것, "밥 먹었나?"라고 물어보는 것의 문화 차이도 나온다.

태오도 유리에게 수시로 "가와이(귀엽다)라고 말하고, "쿄우, 데이트 데기마스까?(오늘 데이트 할 수 있어요?)"라고 라인을 날리는 등 직진하지만, 사장인 유리와 창업동지 하나오카가 독특한 관계임을 알고 실망하기도 한다. 특별하지 않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며 잠깐 직진을 중단한다.

'아이 러브 유(Eye love you)'는 일본드라마지만, 한국 남자배우가 한국인으로 나오게 하는 데에는 치밀한 기획력이 가미됐다. CJ 출신의 PD가 일본 대학원에 유학 가 이런 아이디어를 제공하면서 제작진의 일원으로 참가하고 있다.

채종협이 순간적으로 한국어로 대사를 칠때 자막을 넣지 않고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 것도 꼼꼼한 기획이다. 배달 알바를 하던 태오가 유리에게 제공하는 순두부와 잡채, 비빔밥, 라볶이 등의 한국음식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것도 좋다. 유리는 "순두부 먹고싶다"고 말해 음식을 통한 힐링효과를 넌지시 보여준다. 특히 태오가 자신의 집에서 만들어준 잡채를 맛있게 먹고난 유리가 '에너지 충전'하는 모습은 이 드라마의 좋은 정서로 깔려있다.

멸종위기동물을 연구한 태오가 친환경기업 '돌체 앤 쵸콜렛'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현재 이 지구에서 1년에 몇종류의 동물이 멸종위기에 처하는지 아시는가?"라고 묻자 한 대학생이 "10종 정도 됩니다"라고 답하자 "무려 4만여종이 된다"고 말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채종협은 이러한 태오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모로만 승부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남아공 유학 경험이 있는 채종협은 영어는 가능하지만 일본어를 잘 못한다. 대사가 나오면 일본 배우가 감정을 넣어 읽은 동영상을 받아 대사를 외우다시피하며 채종협의 감정으로 녹여낸다. 일본 드라마가 사전제작제가 아니고 거의 생방 제작 체제여서 채종협은 녹화장과 숙소만을 오가며 역할 소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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