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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잡혀가나요?” 장미란-여행자 티키타카 포복절도[함영훈의 멋·맛·쉼]
‘3월엔 여기로:여행가는달-기차여행’ 참가
그녀 몰라봤다 나중에야 인사, 웃음꽃 만발

[헤럴드경제, 태안=함영훈 기자] “어, 장미란 차관이다. 몰랐어요. 날씬하세요~”

“저, 이 재킷 벗으면 더 날씬합니다.(웃음)”

태안 신두리 사구앞 갯벌에서 맨발 걷기 체험을 하던 여행자들은 우연히 옆을 보더니, “어?”라며 놀란다.

“아까 부터 어디서 봤다, 봤다 했는데, 장미란 차관님이시네요.”라고 하더니, 역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점을 상기하며, 그 때 그 시절 모습과 다르다는 얘기부터 꺼낸다. 이에, 장 치관은 특유의 이웃사촌 같은 느낌의 너스레로 티키타카 정담에 임했다.

신두리 사구와 갯벌 생태에 대한 해설사의 설명이 이어진다. “백사장 위의 강낭콩 만한 것은 전부 황해비단고둥입니다. 썰물때 미처 빠져나가지 못했어요”라는 설명이 나오자 “사람이 밟으면 죽지 않을까요?”라는 질문이 이어진다.

그러자, 장미란 차관은 “저, 잡혀가나요?”라고 말해, 패키지의 흔한 동행자인줄로 알던 그 옆의 국민여행단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해설사는 “고둥의 껍질은 단단하고, 우리가 밟는다고 해서 절대 부서지거나 죽지 않으니 걱정마세요”라고 안심시킨다.

태안 신두리 사구앞 백사장 걷기, 갯벌 어씽. 장미란 차관과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던 여행객들이 걷는데 집중하고 있다.
황해비단고둥이 갯벌에 그려놓은 그림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시절엔 꿈을 향해 매진하느라, 대학 강단에 섰을 때엔 교육자료 준비하고 연구하느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되어서는 숱한 정책 일정을 소화하느라 속 시원한 여행을 자주 하지 못했던 장미란 차관이 15일 여행을 떠났다.

코레일관광개발과 한국관광공사, 문체부 등이 함께 만든 대국민 기차여행 ‘3월엔 여기로: 여행가는 달, 기차로 떠나는 로컬여행’에 참가한 것이다. 관광 담당 차관이 되어서야, 여행 체험의 필요성을 느끼고 몇 곳을 가봤다고 한다.

목적지는 운여해변의 일몰이 아름답고, 해안사구 신두리 사막의 정취가 신선하며, 바다는 물론 꽃과 나무가 아름다운 태안이다.

태안 운여해변 [사진=함영훈 기자]

새마을호가 정차한 천안역에서 버스로 갈아탄 여행자 장미란은 목적지인 태안에 도착하기도 전에 버스안에서 부터 싱글벙글이다.

장 차관은 여행자들과 악수를 나눈 뒤, 흑대구탕 얘기 등 여행과 식도락에 대한 여담을 꺼내기도 했다. 흑대구가 바로 메로라는 점을, 요즘 여행자들 사이에 유행하는 ‘아는 척 해보기’ 처럼 알려주기도 했다.

장 차관은 향토 음식을 맛보고 신두리 해안사구 맨발 걷기, 허브농원 족욕 등 지역 콘텐츠를 체험했다. 또한 지역관광 활성화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기차여행 참가자들과 관광 관계자들의 생생한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

신두리사구 [한국관광공사 제공]
태안 게국지 [태안군청 제공]

국민 여행단과 장미란은 태안에 도착해 만리포 해수욕장의 아름다운 백사장을 보면서 태안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 ‘게국지’를 맛보았다.

이후 신두리 해안사구에서 관광객들과 함께 맨발 걷기(어씽)를 체험했다. 맨발 걷기(어씽)는 지구(earth)의 땅을 직접 밟는다는 의미로 스트레스 감소와 운동성 증가 등의 효과가 있어 황톳길, 등산로, 해안가 등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활동이다.

신두리 해안사구는 사막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경관과 해당화 군락, 식생 등이 잘 보전된 곳으로 맨발 걷기를 체험하면서 건강 증진과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명소이다. 이곳은 지난 2001년, 천연기념물 431호로 지정된 바 있다. 국민여행단과 장 차관은 허브농원에서 족욕도 체험했다.

지난 8일, 전라 로컬여행(임실, 남원, 곡성)으로 시작한 ‘3월엔 여기로’는 오는 29일, 부산역 출발 남도 봄의 향기, 하동, 구례, 보성으로, 30일에는 서울역 출발 강원 충북 로컬여행, 괴산, 삼척, 태백으로 떠난다. 이들 여행의 마지막 참가자는 오는 17일까지 신청받는다.

태안으로 달려간 123만명 국민 영웅들 [태안=함영훈 기자]

3면이 바다여서 서해안 도시라도 동쪽바다도 거느린 태안은 바다, 숲, 먹거리 등 다채로운 매력을 지녔고, 2007년 기름사고때엔 123만명의 자원봉사자들의 맨손으로 기름을 닦아내 기적적으로 환경을 완전히 복원시킨 감동의 땅이기도 하다.

“똑딱선 기적소리, 젊은 꿈을 싣고서...” 노랫말 처럼 벽오지 노인 환자 후송치료목적의 연락선이던 똑딱선이 청운을 꿈을 품은 채 상경하려던 지역 출신 서울 유학생을 태워주기도 했던 곳이다.

똑딱선 기적소리 울리던 만리포 전망대 [사진=함영훈 기자]

기름유출 사고 당시 자원봉사자들이 방제 작업을 위해 오가던 길, 소원면 의항리에 있는 태배길은 로 지금은 약 6.5㎞의 순환형 걷기 코스로 새롭게 태어났다. 피해 극복의 기쁨을 담아 6개 구간에 각각 '순례길', '고난길', '복구길', '조화길', '상생길', '희망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완만한 경사의 넓은 백사장인 해빈, 강풍에 모래가 언덕을 이룬 해안 사막, 배후습지, 배후산지 등 사구가 갖춰야 할 네박자를 고루 지녀 세계적으로 사구의 전형적인 포맷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두리해안사구는 오는 3월 기존 태안 해안국립공원의 범주에 추가로 편입된다.

안면도 등 공식등록된 해수욕장만 28개나 되고, 해안 형태가 리아스식이어서 해안선 길이가 559㎞로 서울에서 부산 갔다가 대구까지 되돌아오는 거리만큼 된다. 현재 국내 최고의 해양치유 메카가 될 것을 꿈꾸며, 현재 해양치유센터를 만들고 있다.

청산수목원의 팜파스 [태안=함영훈 기자]

자랑스러운 대한외국인 민병갈 선생이 가꾼 천리포수목원, 서부지방으로는 이례적으로 금강송의 일종 ‘안면송’이 자라는 안면도수목원, 남미 식물 팜파스가 잘 자라는 청산수목원 등 숲도 일품이다.

‘크게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곳’을 뜻하는 반도 고을, 태안은 금수강산의 축소판이다. 장미란 차관이 일 하려 왔으면서도 힐링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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