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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 대신 이 빵을 판다고?” 법 피하려고 이런 꼼수까지…황당 사연
포베이커에서 판매 중인 빵[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화면 갈무리]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백신 개발이랑 빵이랑 뭔 상관이야?”

코로나 백신을 만들던 바이오 기업이 갑자기 빵 회사를 인수했다. 다 이유가 있다. 백신으로 매출이 나오질 않으면서 회사가 법적 규제를 당할 위험에 처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출이 잡힐 빵 회사를 인수한 것.

이 회사도 기술 특례로 상장한 바이오 기업이다. 백신 개발 기술을 앞세워 상장하고선 정작 매출 조건은 빵 판매로 충족시키려는, 믿기 힘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항암면역치료백신과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인 셀리드는 지난 12일 포베이커(for baker)라는 회사 지분 100%를 인수하며 소규모 흡수합병을 했다고 공시했다. 2018년 설립된 포베이커는 빵과 식료품을 개발 및 판매하는 총 직원 수 8명의 작은 회사다.

셀리드가 포베이커를 인수한 배경에는 코스닥 상장 유지 차원이란 분석이 있다. 셀리드는 지난 2019년 기술평가를 통해 코스닥에 특례 상장되면서 5년간 매출액 30억 유예 조건을 부여받았다. 이 조건이 올 해 말 종료되는데 셀리드는 지난 2022년 5억원의 매출을 올린 뒤 지난해에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사실상 이대로 간다면 회사가 관리종목에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매매거래가 정지돼 상장폐지까지 갈 수 있다.

부랴부랴 셀리드가 찾은 대안이 포베이커 인수였다. 포베이커는 지난해 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셀리드가 포베이커를 인수하면서 코스닥 시장에 머물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회사가 사업 확대를 위해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사업상 전혀 상관없는 베이커리 회사를 산 건 처음”이라며 “사실상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 시장에 남아 있기 위한 꼼수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창율 셀리드 대표[셀리드 홈페이지]

셀리드는 지난 2006년 서울대 약학대 교수 출신인 강창율 대표가 설립한 바이오벤처다. 강 대표가 지분 14.81%를 가진 최대 주주다. 이 밖에 남매, 처, 조카, 형수 등 가족 일가가 가진 지분 합이 20%를 넘는다.

셀리드는 셀리백스(CeliVax)라는 기술을 활용한 6종의 항암면역치료백신과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2021년 LG화학에 기술수출을 하며 9억원의 계약금을 받은 것과 2022년 위탁생산(CMO)으로 5억원 매출을 낸 것이 전부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았다. 반면 2021년 149억원, 2022년 3분기까지 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재무 상황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 해 코로나19 백신 임상 3상과 항암면역치료백신 파이프라인 개발 가속화를 위해 약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하지만 흥행에 실패하면서 절반도 안되는 175억원을 모으는데 그쳤다. 이에 회사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해 상반기까지 30억원대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셀리드는 늦어도 내년에는 코로나19 백신 품목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셀리드 주가 추이[네이버증권]

코로나 시기 백신 개발 기대감으로 치솟았던 주가도 고꾸라졌다. 2021년 14만원까지 찍었던 주가는 현재 4000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기간 많은 바이오 기업들이 백신을 개발한다며 뛰어들었지만 엔데믹으로 전환된 뒤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셀리드도 올 해 안에 어떤 결과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위기에 처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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