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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턱 쏠게”는 옛말…불황에 ‘더치페이’ 다시 뜬다 [푸드360]
지난해 외식 물가 6.0% ↑…38개 품목 가처분소득 증가율 상회
신선식품 물가지수 등 상승세…“자영업자도 마른 수건 짜는 심정”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음식점. [연합]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 직장인 김모(34) 씨는 얼마 전 동네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다 깜짝 놀랐다. 김 씨는 “친구 몫까지 결제하려 했는데 6만원이 나왔다”면서 “결국 내긴 했지만, 민망함을 무릅쓰고 나눠 내자고 말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 최근 결혼한 직장인 고모(31) 씨도 올라간 외식 물가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고 씨는 “요즘은 청첩장 모임을 결혼 날짜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같이한다”며 “지인을 모아 같이 식사 자리를 만들고 결제는 절반씩 나누는 편”이라고 했다.

외식 물가가 치솟으면서 ‘한 턱 쏘는’ 문화가 변하고 있다. 외식 빈도를 줄이거나 외식비를 n분의 1로 나눠 내는 등 부담을 줄이려는 노력이다.

1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에서 대표 먹거리 지표인 외식 물가는 6.0% 올랐다. 가처분소득 증가율의 3.3배에 달하는 수치다.

세부적으로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에서는 커피(외식)(1.7%)를 제외한 38개 품목 물가 상승률이 가처분소득 증가율을 상회했다. 품목별로는 피자가 11.2%로 가장 높았다. 햄버거(9.8%), 김밥(8.6%), 라면(외식)(8.0%), 오리고기(8.0%), 떡볶이(8.0%), 돈가스(7.7%) 등이 뒤를 이었다.

식사비 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전체 가구 소비지출은 지난해 월평균 278만9000원으로 전년 대비 5.7% 늘었다. 이 가운데 식사비 지출은 월평균 40만7000원으로 7.9% 증가했다.

지난 1월에는 서울에서 칼국수 한 그릇 평균 가격이 처음 9000원대를 넘어섰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기준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8개 외식 대표 메뉴 가운데 칼국수와 냉면, 비빔밥 등 3개 품목 가격이 작년 12월보다 올랐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일대의 식당가 모습. [연합]

서울에서 외식 물가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비빔밥 가격이 작년 1월 처음 1만원대로, 자장면은 작년 10월 7000원대로, 김치찌개 백반은 작년 12월 8000원대로 각각 올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외식 물가가 오르고, 소비자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밥을 사는 일도 줄고 있다”며 “과거에는 주로 밖에서 만났다면 이제 식사도 식당과 집의 균형을 맞추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손무호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국장은 “학생들은 한 번에 결제하고 각자 분을 입금하는 방식이고, 직장인은 아예 따로 계산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객단가가 높은 식당은 손님이 줄고, 가성비가 높은 곳은 멀더라도 찾는 이들이 많다”고 진단했다.

물가 인상에 직격탄을 맞은 외식업계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손 정책국장은 “순이익이 한 달 평균 150만원 정도로 낮아 (외식업) 자영업자들도 마른 수건을 짜는 심정”이라며 “인건비와 식재료비 등을 최대한 줄여 물가 부담을 완화하려는 가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먹거리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지난달 신선식품 물가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0% 급등했다. 2020년 9월 20.2% 상승한 이후 3년 5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신선식품 지수는 신선 어개(생선·해산물)·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으로 작성한 지수다.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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