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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사비 폭등·시공사 유찰 파행...재개발 올스톱 위기
소규모 정비사업은 사업성 악화
건설사·조합 눈높이 차이 딜레마

#. 최근 경기 광명시는 소하동 1073번지 오승주택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하고 관련 내용을 고시했다. 전체 조합원 가운데 60% 가량이 조합해산에 찬성했다. 2021년 4월 20일 조합설립인가를 마쳤으나 사업성이 악화되면서 장기간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하더니 급기야 사업이 무산됐다. 업계에선 사업 규모가 작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의 특성상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려운데다 공사비까지 급등하면서 수익성을 맞추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270-13번지 일대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의정부산장연립 소규모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은 최근 시공자 선정 재입찰 공고를 냈다. 지난해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현장 설명회까지 진행했지만, 끝내 시공사를 찾지 못했고 올해 시공사 선정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구리시 삼용주택 소규모재건축 정비사업조합도 올 1월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했는데 건설사 참여 부족으로 유찰됐다. ▶관련기사 20면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우려와 원자재값 인상에 따른 공사비 급등으로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이 휘청이고 있다. 대형 정비사업장은 물론, 사업성이 부족한 소규모 정비사업이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업성을 따진 건설사 선별수주로 대단지 조차 시공사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소규모 재건축은 시공사 선정에 더욱 난항을 겪고 있는 중이다. 아울러 조합원이 적고 기존 재개발·재건축 사업보다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 ‘미니 재건축’으로 주목 받았던 가로주택정비사업에서는 건설 경기 악화로 사업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을 포기하는 곳까지 생겼다.

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마포구청은 마포구 용강동 39-1번지 일대 위치한 우석연립 소규모재건축 정비사업조합의 사업시행계획(변경) 인가를 고시했다.

이번사업시행계획 변경은 사업비 인상을 골자로 한다. 조합은 공사비를 당초 시공사 계약 때보다 91억6766만원 뛴 441억7850만원으로 책정하면서 총 138억원 가량 사업비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 비례율은 당초 105.7%에서 86%로 20%포인트 가까이 급락했다. 이 사업은 지하철 5호선 마포역 인근 연립주택 40채와 상가들을 지하 3층~지상 20층 높이 공동주택 1개동 69가구와 상가 30채로 재건축하는 사업이다.

비단 이곳뿐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이 시공사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 중랑구 면목역2 5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지난해 12월 시공사 선정에 나섰지만 유찰돼 이번에 재공고를 올렸다.

마찬가지로 경기도 안양시 진우아파트, 인천시 동구 송림동67-10번지, 경기도 부천시 동화태양아파트, 천안시 동남구 영성동11-9번지 등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이 연거푸 유찰됐다.

시공사를 이미 선정한 사업장들도 공사비를 인상하려는 건설사와 갈등을 빚고 있다. 경기 부천의 대현청실 외 2 가로주택정비사업 조합은 지난해 12월 시공사인 계룡건설로부터 공사비를 3.3㎡당 약 200만원 인상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2020년 8월 시공사 선정 당시 공사비는 499만원이었으나, 물가 인상분을 공사비에 반영해 708만원으로 책정한 것이다.

하지만 조합이 공사비 인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건설사와의 접점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서 소규모 사업장은 수익성이 낮다보니 수주를 꺼릴 수밖에 없다”며 “과거엔 재건축을 하면 조합과 건설사가 모두 ‘윈-윈(win-win)’하는 구조였다면, 최근엔 건설 경기가 악화와 물가 인상,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수익성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자 조합들은 ‘1군 건설사’를 선호하는 현상까지 더해져 딜레마에 빠졌다. 강남구 삼성동 서광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은 지난달 시공자 선정을 위해 입찰설명회 참석을 조건으로 제한경쟁입찰을 공고했다.

그러나 현장설명회에 2개사만 참여하며, 3개사 미만 입찰로 자동 유찰돼 재공고에 나섰다. 제한경쟁 입찰 시 시공능력평가액·신용평가등급 등으로 자격을 제한하는데, 해당 조합은 시공사 자격 조건이 한국신용평가 회사채 신용등급 ‘AA-’ 이상으로 제한돼 있다.

이에 참여할 수 있는 시공사는 제한적인데, 최근 도심 정비사업에 대한 열기는 사그라들어 강남 역세권 단지마저 입찰 경쟁이 뜨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형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구 잠실우성4차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달 29일 시공자 선정을 위한 3차 입찰공고를 냈다. 앞서 조합은 공사비 3.3㎡당(평당) 760만원 조건에 두 차례 유찰되자 공사비를 810만원으로 올려 재공고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27차 재건축 조합도 지난달 26일 지난 26일 기존 3.3㎡당 공사비 908만원에서 958만원으로 증액해 시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 입장에선 사업 시행자 측에서 제시하는 공사비가 적정치 않거나, 사업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소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라며 “당분간 도심정비사업이 활성화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결·박로명·박자연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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