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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 3대 갤러리가 픽한 ‘K작가’…서로 다른 시차의 얼굴들 [요즘 전시]
작가 서용선의 ‘땀 흘리며 달려간다’(2019) 작품이 정중앙에 걸려 있다. 좌측으로 보이는 그림은 서용선의 ‘숙대입구 07:00-09:00’(1991), 우측으로 보이는 그림은 ‘빛나는, 거리 위의 사람들’(2016)이다. 페이스갤러리 서울 1층 전시 전경. [페이스갤러리]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올해 초부터 미술계 이목이 쏠리는 굵직한 트렌드가 있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대형 화랑들이 외부 큐레이터를 초청해 일제히 한국 작가 그룹전을 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화랑이 국내 작가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실질적인 파트너가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한국의 미술 지형을 알리는 가교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뉴욕의 3대 갤러리 중 하나인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는 8명의 국내 작가들이 그린 회화를 한데 모은 ‘타임랩스(Time Lapse): 어느 시간에 탑승하시겠습니까?’ 그룹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를 관통하는 핵심 주제는 얼굴이다. 서로 다른 시대의 얼굴, 인물을 넘어서 존재하는 얼굴, 주요 서사에서 소외된 주변인의 얼굴…. 3개 층 전체를 할애해 채운 작품들에서 저마다 다른 시차를 겪어낸 작가들의 시선이 읽힌다.

전시 참여 작가만 해도 개인의 서사에서 한국 역사와 신화의 기록을 담는 73세 작가 서용선부터 상실과 갈망을 은유적으로 그려온 34세 작가 김진희까지 세대를 아우른다. 이 외에도 서로 다른 스타일을 가진 이우성(41), 박광수(40), 류노아(40), 이재헌(48), 김정욱(54), 정수정(34) 작가가 참여했다.

전시장 1층은 1990년대와 2010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얼굴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서용선이 1991년에 그린 ‘숙대입구 07:00-09:00’ 작품 속 얼굴은 빠르게 변화하는 서울 도심의 속도에 맞춰 존재하는 무명의 실체다. 그로부터 25년이 지난 뒤, 이우성이 그린 ‘빛나는, 거리 위의 사람들’ 작품에는 흩어지고, 충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합하는 군중의 얼굴들이 담겼다. 이 그림이 그려진 해에는, 한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탄핵시키며 끝이 난 대규모 촛불시위가 있었다.

2층에서는 유한한 시간성과 존재론적 고민에 휩싸인 인간의 내면세계가 짙게 벤 얼굴이 주로 전시된다. 3층에서는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거나, 한 개인의 정서적 시차를 들여다볼 수 있는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독립 큐레이터 맹지영은 “작가들의 작업은 자신이 경험한 시대적 정서를 이해하는 과정의 결과물”이라며 “이는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여정의 산물이자 눈에 보이지 않는 경이로운 힘의 집합”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3일까지.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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