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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여우네 의상실’엔 커피랑 음악도 있답니다 [어디서 왔니?]
레코드샵서 시작된 ‘메종키츠네’ 로고
카페 키츠네부터 키츠네 뮤지니크까지
패션·음악·미식의 결합 넘어 호텔 꿈꿔
메종키츠네의 상징인 여우 심볼. [메종키츠네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꼬리 색도 자세도 모양도 제각각, 저 여우는 도대체 뭘까? 쫑긋 세운 귀와 풍성한 꼬리, 가냘픈 손목이 매력적입니다. 천 소재의 재질로 만들어져 털의 질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여우는 패션브랜드 메종키츠네를 대표하는 얼굴입니다. 하트에 두 눈이 달린 일본의 꼼데가르송과 함께 대표적인 로고 브랜드죠.

메종키츠네(maison kitsune)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불어 메종(maison)과 여우라는 뜻의 일본어 키츠네(kitsune)를 합친 말로, 한국어로는 ‘여우네 의상실’입니다. 메종은 프랑스에서 시작된 브랜드에 특히 많이 들어가는 단어인데요. 이는 메종 마르제엘라, 메종 발렌리노 등 고급 의상점을 의미하는 프랑스의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브랜드의 특성이기도 합니다.

메종키츠네의 여우 [메종키츠네 제공]

메종키츠네, 그러니까 여우는 2002년 태어났습니다. 올해 한국 나이로는 22살입니다. 창립자는 질다스 로웩(Gildas Loaëc)과 마사야 쿠로키(Masaya Kuroki)입니다. 메종과 키츠네, 불어와 일본어가 들어간 것은 두 창립자가 누구인지 알려주는 힌트랍니다.

메종 키츠네의 창립자 질다스 로웩(왼쪽부터)과 마사야 쿠로키. [마사야 쿠로키 인스타그램]

프랑스인 질다스 로웩은 22살 때 파리에서 ‘거리의 소리들(Street Sounds)’이라는 레코드샵을 열었습니다. 그만큼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죠. 이곳에서 마사야를 만났습니다. 마사야 쿠로키는 일본에서 프랑스 파리로 10대 때 이민을 왔습니다. 마사야가 좋아하는 스케이트숍이 질다스의 레코드샵과 가까웠어요. 이렇게 둘이 서로를 알게 됐습니다.

둘이 더 가까워진 계기는 여행이었답니다. 당시 레코드샵 단골인 프랑스의 일렉트로니카 그룹, 다프트 펑크(Daft Punk)가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 위해 일본을 찾으면서 마사야가 통역을 맡았죠.

모델 이현이가 메종키츠네 제품을 입고 있다. [이현이 인스타그램]

당시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 마사야는 빈티지 옷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습니다. 패션과 음악의 연관성에 눈을 뜨고 있던 때였죠. 둘은 일본에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만들어 보자고 결심합니다. “삶의 예술(art de vivre)을 실천하는 사업, 열정과 야망에 대한 갈망 같은 모든 이야기를 담아보자”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죠.

그런데 왜 여우가 들어갔을까요? 키츠네(여우, きつね)가 다재다능함을 상징하기 때문이랍니다. 전설에 따르면 여우는 외모를 자유롭게 바꾸는 능력이 있는데 메종키츠네의 방향성도 이와 닮았다는 이유죠. 그래서 메종키츠네의 여우는 모자를 쓰기도, 앉아 있기도, 걷기도 합니다. 정말 다양한 얼굴과 표정, 자세를 볼 수 있죠.

2008년 파리 첫 매장을 개점한 메종키츠네는 2012년에는 뉴욕 매장을 엽니다. 2014년에는 파리에 카페 키츠네까지 운영하죠. 현재 세계 36개 부티크 스토어를 가진 글로벌 브랜드가 됐습니다.

교토, 오카야마 등 세계 각지에서 운영 중인 카페 키츠네. [메종키츠네 제공]
메종키츠네 로고 [메종키츠네 제공]

한국에서 이 여우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요? 2018년부터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국내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매장은 19개라고 하네요.

다재다능한 여우처럼 메종키츠네의 사업 영역은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적이고 캐쥬얼한 옷을 만들면서 커피 커뮤니티의 중심이 되는 ‘카페 키츠네’와 음반 회사를 설립했죠. 영국 밴드 투 도어 시네마 클럽, 이어즈 앤 이어즈 등도 발굴했습니다. ‘키츠네 뮤지니크’를 통해 지금도 수많은 음악가와 미술 작가를 세상에 알리고 있어요.

한국의 카페 키츠네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과 판교, 목동, 부산 등 4곳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파리, 도쿄, 교토, 오카야마, 뉴욕, 런던, 자카르타, 마닐라에 있어요. 키츠네의 팬이라면 여행계획에 빠지지 않는 명소랍니다.

제니가 출연한 메종키츠네 화보. [메종키츠네 제공]
삼성전자와 메종키츠네의 협업 제품들. [삼성전자 제공]

2019년에는 일본 오카야마에, 2021년에는 프랑스 파리에 각각 로스터리를 열면서 커피를 향유하는 경험도 확대했답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오카야마 로스터리에서 온 블렌드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카페 키츠네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레스토랑과 바를 추가했습니다. 와인과 각종 디저트는 물론, 카페키츠네 굿즈까지 운영하면서 컵과 테이블웨어 등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예술 작품 전시에도 적극적인데요. 메종키츠네는 미국 브루클린 시내에서 ‘갤러리 키츠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진, 그림, 도자기 등 다양한 전시를 개최하면서 아이디오와 영감의 교류를 중시하는 키츠네의 철학을 담았다고 합니다.여우는 협업도 잘 한답니다. 슈에무라 깉은 뷰티 브랜드부터 초콜릿으로 유명한 피에르 마르콜리니도 있습니다. NBA, 라인프렌즈 같은 한국 브랜드와 3ce, 삼성전자와도 손을 잡았답니다.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아우르는 장르로 여우의 활동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예술가 지원과 음반·음악 사업도 한다. 메종키츠네 키츠네 뮤지니크의 아티스트들. [메종 키츠네제공]

2020년 2월 카페 키츠네에서는 와인 로컬 DJ의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행사도 열렸습니다. 인기 DJ들을 모아 파리, 시카고, 도쿄 등 세계 유명 도시의 클럽에서 음악을 즐기는 ‘클럽 나이트’도 열었죠. 아티스트를 초청하는 ‘키즈네 쇼케이스’도 있습니다. 여유 있는 여우의 모습이 잘 어울립니다.

파리 레코드샵에서 시작된 브랜드의 뿌리를 잃지 않으려는 두 창업자의 애정이 돋보이지 않나요? 앞으로는 패션과 음악, 미식의 결합을 넘어 가까운 미래에 호텔 사업에 진출할 계획도 가졌답니다. 여우가 가득한 호텔이 될지, 트렌디한 음악이 울려 퍼지는 멋진 호텔이 될지 기대가 됩니다.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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