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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테슬라가 반한 그집…호숫가 산책로를 살린 목조 에어비앤비 [건축맛집]
전남대 건축디자인학과 교수 인터뷰
2대 째 건축가 집안
고층 목조 건물 프로젝트 꿈꿔

[영상=윤병찬PD]
[영상=윤병찬PD]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트렌드는 계속 변할 겁니다. 그 안에서 지속가능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건축을 하고 싶어요. 또 방을 두 개 넣고, 세 개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이 그 공간에서 어떤 정서를 느끼게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꿈꿉니다”

1년 전, 테슬라가 편의성을 광고하는 영상에 자연과 어우러진 한 목조 집이 등장했다. 밤에는 어둠에 스며들고, 낮에는 풍경의 한 조각으로 자리한 집은 테슬라의 혁신과 어우러져 광고 효과를 배가했다. 해당 건축물을 만든 김선형 전남대 건축디자인학과 교수를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중원건축사사무소에서 만났다.

김선형 전남대 건축디자인학과 교수[사진=중원건축사사무소 제공]

▶동료이자 조언자인 아버지와 ‘따로 또 같이’= 김 교수는 2대째 건축산업에 종사 중인 집안의 일원이다. 중원건축은 김 교수의 아버지인 김낙중 건축사가 1985년에 설립했다.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실무를 하던 김 교수가 한국에 들어와 한결 편한 마음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아버지라는 든든한 ‘동료’가 있어서다.

김 교수는 고등학교 시절 미대 입시를 준비하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이과로 전과를 했는데, 미대와 이과의 속성을 동시에 갖춘 과가 건축과였고 그렇게 건축에 발을 들이게 됐다. 김 교수는 “아버지가 건축을 권하신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제가 사춘기 때 말을 너무 안 들어서 ‘벌로 건축을 시켰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니까요”라면서도 “미국에서 들어와서 아버지하고 같이 사무실을 쓰고 그러면서 바로 독립해서 뭘 하는 것보다 여러가지로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 마디로 ‘호사’를 누린 셈이죠”라고 부자(父子) 건축가의 장점을 꼽았다.

하지만 작업은 별개였다. 독립적으로 진행됐다. 김 교수는 “저희가 이제 PM(건설사업프로젝트관리)으로 일을 했었어요. 그런데 PM은 그냥 자기 프로젝트를 하는 거니까 간섭을 안 하고 만약 그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이 도움이 필요하다, 이거 같이 얘기를 해보자 그런 부분이 있으면 그때 조언을 하는거죠”라며 “그게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고 그런데 저는 잘 맞았던 것 같아요. 건축에서 창의적인 부분은 아무래도 초반에 많이 나오는데, 그럴 때 자기 색깔이 드러나죠. 그래서 그 시기에 자기가 디벨로프 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게 중요해요. 초반에 누가 얘기하면 머릿속에 박히게 되고 한 번 생각이 박히면 또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줄어들죠. 그런 거리를 철저하게 잘 유지를 해주셔서 오래 일하면서도 큰 트러블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미소를 띄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인근에 위치한 타호 캐빈[사진=중원건축사사무소 제공]

▶산책로에 지어진 오두막, 특별한 기억을 이끌어내다=미국 캘리포니아 주와 네바다 주 경계인 네바다 산맥 정상에 위치한 타호 호(Lake Tahoe)는 울창한 숲으로 둘러쌓인 거대한 호수다. 관광명소인 호수로 가는 길에 산책로가 있는데 김 교수는 그곳에 에어비앤비용으로 사용할 건물을 지어달라는 건축주의 의뢰를 받았다.

“타호 캐빈은 조직에서 누군가가 주는 프로젝트로 설계를 하다가 개인으로 첫 수주를 한 작품이에요. 한 마디로 ‘입봉작’이죠. 그래서 진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애착이 가고 우여곡절도 많았습니다”라고 운을 뗐다.

타호 캐빈은 김 교수가 평상시 작업하는 스타일과 다르게 진행됐다. “영감이 딱 떠올랐어요. 나무 사이로 집을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작업하는 곳 위치가 평지 숲이고, 나무가 빽빼하게 있는 특이한 곳이었거든요”라면서 “나무 간격이 상대적으로 조금 덜 밀집된 동네 사람들이 산책하던 산책로 자체에 그냥 뚜껑을 씌워서 집으로 건축화 시켜보자라는 결심이 섰어요”라고 말했다.

나무를 베는 것도 최소화했다. 김 교수 “원래는 8~9개 정도 나무를 베어내야 했는데 최소한으로, 2개만 벴어요. 그래서 직접 들어가면 W자로 꺾여 다음 공간이 안 보이기도 하고, 꺾일 때마다 뭐가 확 튀어나오기도 합니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만한 좁은 통로 공간도 있지요. 무리한 부분도 있지만 자연을 살리면서도, 재미와 특별한 경험을 동시에 추구하고자 했습니다”라고 설계 과정을 설명했다.

해당 아이디어가 나온 데에는 건물의 쓰임이 영향을 미쳤다. 김 교수는 “30년 이상 살아야 하는 단독주택으로 설계 의뢰가 들어왔으면 건축주에게 이런 제안을 못했을 거에요. ‘이렇게 사세요’하는 것 자체가 강요죠. 그런데 처음부터 에어비앤비용으로 만들어졌으면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샌프라시스코 등에서 워낙 사람들이 많이 놀러오는 장소라 특이하게, 기억에 남을 만한 요소를 넣고 싶었습니다”라고 부연했다. 타호 캐빈은 뉴욕에 기반을 둔 세계 최대 규모의 디지털 건축 미디어 플랫폼인 아키타이저의 A+Awards도 수상했다.

타호 캐빈의 좋은 기억은 김 교수가 한국에서 진행한 작품으로도 연결됐다. 강원도 홍천군에 자리잡은 단독주택 및 근린생활시설 ‘포레스트 에지’는 국내에 흔치 않은 서양식 중목구조 건축양식을 채택했고, 완성도 높은 디테일과 주변 자연과 함께 섬세한 경관을 만들어 냈다는 부분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해당 작품으로 김 교수는 지난해 한국건축가협회 건축상, 한국건축문화대상 국무총리상, 건축가협회상, 목조건축대전 대상 등 수상하기도 했다.

강원도 홍천군에 위치한 ‘포레스트 에지’ [사진=중원건축사사무소 제공]
김선형 교수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파크원타워2 로비에 디자인하고 설치한 아트라운지[사진=중원건축사사무소 제공]

▶건축은 요리…써는 방식에 따라 맛도 달라져=현장에서 한 발짝 떨어져 연구자, 교육자의 길을 걷게된 김 교수는 최근 재료 연구 등에 관심을 갖고 있다. ‘재료를 잘 쓰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는 그는 “재료를 잘 쓴다는 의미는 좋은 재료를 또는 가성비 좋은 재료를 적재적소에 극대화시켜서 배치한다는 느낌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재료 맛이 잘 느껴지는 건축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음식으로 예를 들자면, 파프리카를 세로로 길게 자를 수도 있지만 가로로 썰면 꽃모양으로 나오잖아요. 건축 재료도 잘라서 쓰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거든요. 해당 재료가 갖고 있는 특징이 존중되고 선명하게 드러나는 방법이 어렴풋하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을 접할 기회가 있다면 무조건 해보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도전해 보고 싶은 프로젝트도 언급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63빌딩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 SOM(Skidmore, Owings & Merrill)에서 일했는데, 그곳에서 경험한 것과 그간 해왔던 목구조 건축물 작업들을 살려 ‘고층 목조 건물’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층, 목구조 건물이 짓는 방식에서 비슷한 결이 있어요”면서 “20층 넘어가는 목조 건물이 현재 ‘불모지’고 짓기 위해서는 연구부터 시작을 해야되니, 학교라는 환경 안에서 파고 들어보고 싶습니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조직원? 건축사? ‘나’를 살리는 노하우=대형회사의 일원으로서 건축을 경험하고 또 개인적인 프로젝트도 경험한 김 교수는 어느 조직에서 일하건 ‘나’로서 독립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 실무할 때 큰 회사에 다니니까 처음에 겁이 좀 났어요. 왜냐하면 회사가 하는 일과 이런 게 내 건축, 내 개인적인 관심사를 그냥 압도할까봐요. 건축에는 어떻게든 창의적인 부분이 분명 필요한데, 대형 회사 환경에 오래 있으면 제 색깔을 잃어버릴 것 같은 생각이 되게 크게 들어서 꼭 회사 일하고 반대로 제 개인 작업을 했어요. 회사에서 야근도 많이 하고 업무 강도는 높고 그러니까 매일은 못해도, 건축 관련된 그림을 꾸준히 그렸었거든요”라고 독립성을 지키려 노력한 자신만의 방법을 털어놓았다.

그는 “지나고 보니까 그런 과정들이 대형 회사에 흡수되지 않을 수 있었던 최소한의 방어막 같은 역할을 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건축사를 준비하는 친구들 또한 물론 회사에 소속돼서 쭉 조직에서 크고 그런 것도 아주 매력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에 가치를 둔 분들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는데, 만약 독립을 준비하고 있다면, 회사 생활 중 개인적인 자기 건축 관심사를 꾸준히 발전시키는 것을 추천합니다. 주말에 답사를 가든 아니면 이렇게 글을 써놓든 사진을 그림을 그려놓든 뭔가를요”라며 “자기 목소리를, 자기 이야기를 이렇게 축약된 형태로 점 찍듯이 이렇게만 해놔도 나중에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독립하면 그게 연결이 되긴 되더라고요. 막 띄엄띄엄 있는 것 같이 느껴졌지만 그게 다 그 안에 이야기로 재구성돼요.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게 요즘 시대일수록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역설했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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