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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이상 못맡겨" 여가부 힘 뺀 尹, '저고위' 키워 저출산 승부수 [용산실록]
尹, 여가부 정책능력 의구심…“잼버리 그늘 못벗어”
출산율 떨어지는데…저고위 키워 구조적 틀 마련
저고위 부위원장, 상근직·부총리급으로 격상
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직속 조직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를 통해 저출산 해결에 승부수를 던졌다. 윤 대통령은 그 일환으로 최근 임명한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을 비상근직에서 상근직으로 전환하고 예우도 높이기로 했다. 저출산 대응에 실패한 여성가족부 힘을 빼는 대신 저고위를 키워 사회구조적 틀을 바꾸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주효한 정책 기능을 잃은 여가부는 존치의 이유를 어떻게든 다시 증명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1일 헤럴드경제에 “여가부는 (저출산 정책기능보다) 청소년, 양성평등 관련 정책 등도 맡고 있으니 기본 업무는 이어질 것”이라며 “정부조직법이 바뀌기 전까지는 관련 업무를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에 따라 여가부는 차관 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당분간 후임 장관 인선 계획이 없는 것을 감안했을 때, 여가부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통령이 여가부 대신 힘을 키워준 곳은 저고위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인 20일 국무회의를 통해 "저출산위 부위원장을 새로 위촉하고 체제를 정비했다"며 "비상한 각오를 갖고 저출산 대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달라"고 밝혔다. 또 "국무회의에서 함께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실은 저고위 부위원장을 부총리급으로 전환하는 방침을 살펴보는 중이다.

이같은 결정은 여가부 대한 윤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그대로 드러낸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웠으나 일단은 존치로 가닥을 잡아왔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여가부가 저출산 대응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기는 커녕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파행을 일으키는 등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판단이다. 여가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만큼 더이상 저출산 문제를 이곳에 맡길 수 없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대통령실 관계자는 "여가부가 저출산, 고령화 문제 등 여러 현안에 대해 대처가 미흡했고, 중요성에 비해 역할과 구성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며 "잼버리 파행에 따른 부정적 이미지를 벗지 못한 것도 이같은 결정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여가부가 스스로 자구책을 찾지 못할 경우, 반쪽짜리 부처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려워보인다.

여가부 대신 저출산 대책의 책임을 지게 된 저고위는 저출산 관련 구조개혁 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 전환 등 대대적 캠페인에도 나설 전망이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헤럴드경제에 “청년들이 가장 불안하게 느끼는 일자리, 취업, 주거, 양육 뿐 아니라 수도권 과밀이나 불필요한 경쟁 구조 등에 대한 구조적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범 부처차원에서 관련 정책이 나오면 세밀하게 조정하고 추진해가겠다”고”고 밝힌 바 있다.

또 해외 정책 검토 및 도입에 대해선 “사회적 효율이나 비용 등을 고려한 뒤 추세적 부분 등도 고려해 도입을 살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정책을 무조건 도입하는 대신 국내 실정을 먼저 살피겠다고 하는만큼 저출산 현상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모색도 마련될 전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OECD 국가가 아닌 곳 중에서도 출산율이 높은 국가도 있고 우리나라도 과거 1960~1970년대 어려웠던 시절에도 출산율이 높지 않았냐”며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마주하게 될 여러가지 불편한 진실이나 상식 밖의 현상 등에 대해서도 종합적으로 논의가 돼야할 시점이 아닌가”라고 전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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