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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불나서 못해먹겠다” 270억짜리 ‘통합연구지원시스템’ 먹통…대체 왜이러나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

[헤럴드경제=구본혁 기자] “시스템 접속에만 8시간 걸렸습니다. 연구예산도 줄어 가뜩이나 팍팍한데 울화통이 터집니다. 대체 누구를 위해 만들었는지 공무원들 탁상행정에 신물이 납니다.”

최근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과제 신청 시스템 ‘범부처 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가 접수마감을 앞두고 접속이 되지 않거나 과제제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이른바 ‘먹통’이 되면서 연구자들이 큰 불편을 겪는 사태가 발생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정부 연구개발 예산이 줄어들면서 신규 연구비 수주를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한꺼번에 몰렸고 마감시한이 분산되지 않아 발생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IRIS는 부처별 전문기관별로 상이한 연구과제 관리규정과 59개에 달하는 시스템으로 인한 연구현장의 불편과 연구행정의 비효율성을 기존 관리차원의 관점이 아닌 연구자의 입장에서 해소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구축한 통합시스템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연구자 중심 연구개발 관리시스템 혁신’의 일환으로 2017년부터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중심으로 270억원을 투입해 시스템 구축을 추진, 지난 2022년 1월부터 공식 운영에 들어갔다.

범부처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 홈페이지.

문제는 이번 먹통 사태 뿐만 아니라 새 시스템이 연구자들의 행정부담을 줄여주기는커녕 오히려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구자들은 기존 시스템과 달리 연구자들 기본정보부터 예산까지 사업신청에 필요하지 않은 방대한 정보를 일일이 다 입력해야만 하고 또 사용 시 오류가 생기면 이를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설명도 제대로 제공되지 않아 매번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방 소재 대학 K 교수는 “매번 지적하는 사항이지만 한국연구재단에 문의하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주관기관이라고 그쪽으로 넘기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연락하면 고객센터로 돌리고, 그 다음에는 연결도 안된다. 도대체 문의도 어디로 해야할 지도 모르고, 연구현장에서는 답답해 미칠 노릇”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업계 전문가들은 IRIS의 구축부터 시작된 구조적 문제점으로 인해 똑같은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과학데이터 관련 전문가는 “이번 사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과제관리 전문기관이 아닌 곳에서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맡고 있다는 점”이라며 “당초 계획했던 통합 지원시스템이 아닌 기존 기관별 시스템은 그대로 쓰면서 옥상옥이 하나 더 추가된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올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서 IRIS 고도화 사업을 추진한다고 하지만 서투른 고도화 작업은 같은 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며 “전문성 있는 기관이 통합 운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IRIS 시스템을 총괄하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서버다운은 아니고 한꺼번에 사용자가 몰리면서 로그인이 늦어진 것”이라면서 “연구자 등 이용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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