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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자릿세 3000만원” 성수 팝업 명암
‘MZ 놀이터’ 수식어 속 수요 급증
1주 안넘는 팝업스토어도 수두룩
설치·운영·해체하는 데만 수억원
“결국 소비자에 비용전가” 우려도
5일 서울 성동구 카페거리의 한 부동산 외관 모습. 성수동에서는 팝업용 건물 임대를 중개하는 부동산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김희량 기자

“큰 건물은 하루 자릿세가 3000만원 정도입니다. 더 길게 하길 원하면 네고(협의)해 드릴게요. 같은 시기에 여러 업체가 몰리면 건물주는 (임대료를) 더 높게 부릅니다.”

식품, 패션, 뷰티 등 다양한 분야의 각종 체험·전시 공간이 월평균 수십곳 운영되는 서울 성수동. ‘MZ들의 놀이터’라는 수식어가 붙었지만, 임대료가 급증하면서 최근 팝업스토어 운영 기간까지 짧아지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팝업스토어 천국’이 ‘임대료 지옥’이 되면서 과도한 마케팅비가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헤럴드경제가 성수동 일대 임대료 현황을 취재한 결과, 이달 기준 서울 성수동의 300평(약 900㎡) 규모의 대형 건물 일주일 대관료 시세는 약 2억원에 달했다. 인근 부동산에서는 평균 가격으로 10평(33㎡) 규모의 소형 평수를 400~600만원, 이보다 큰 20~30평대 대관료를 최대 2000만원까지 제시했다. 현장에서는 팝업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업자까지 보였다.

체험·전시 목적의 중형 팝업스토어를 고려하면 월 임대료만 약 5000만원에 달한다. 여기에 공간 설치와 해체 기간을 포함하면 실제 운영 기간은 2~3주에 그친다.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2주 넘게 팝업을 운영하는 곳은 대부분이 대기업”이라며 “작년보다 많이 오른 곳은 2배까지 올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열고자 하는 수요는 커지고 있다. 버버리, 디올, 농심, 삼양식품, 해태, 선양소주, 엽기떡볶이, 무신사, 이니스프리, 하나은행 등 패션·뷰티·식품부터 은행업계까지 장르 불문이다. 2년 연속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이후 일정상 예약이 많아 올해 팝업은 운영일을 1주일 정도 줄였다”며 “(기간을) 길게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셈”이라고 전했다.

비싼 임대료와 넘치는 수요에 1년 전 한달 넘게 진행했던 팝업스토어의 운영 기간은 최근 1주일이 채 되지 않기도 한다. 서울시가 이달 운영한 서울 라이프 팝업스토어는 4일(2월1일~2월4일), 수제 영국 화장품 브랜드 러쉬코리아의 러브라운지 팝업스토어는 6일(2월2일~2월7일) 운영 후 철거한다.

성수동의 임대료가 처음부터 높았던 것은 아니다. 실제 팝업스토어가 많이 열리는 연무장길 인근인 성수2가3동 평균 임대료(3.3㎡)는 2019년~2020년만 해도 서울시 평균 임대료를 밑돌았다. 그러다 2021년 2분기부터 임대료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이후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성수2가3동의 임대료는 21만446원으로 서울시 평균(13만8835원)보다 51% 높다. 상승세도 빠르다. 성수2가3동의 지난해 1분기 임대료는 20만3812원으로 3년 만에 2배 넘게 뛰었다. 구청이 2015년 전국 최초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를 제정한 뒤 임대료 상황을 점검하고 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의 볼멘소리도 크다. 지난해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던 한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를 위해 다른 행사를 했으면 혜택으로 돌릴 비용을 팝업스토어에 쓰고 있다”면서 “백화점 매장을 운영해 본 경험상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면 더 많은 돈을 쓴다”고 말했다. 이어 “폐허 같은 장소에 설치, 운영, 해체는 업체들이 지금도 수억원을 쓰고 있다”며 “해당 비용이 소비자 가격에 전가될 수 있는 만큼 기업들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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